정치인의 말씨
  • 경북도민일보
정치인의 말씨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15.06.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경일 동국대 대학원 객원교수
[경북도민일보]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그런가 하면 ‘말의 화살을 가벼이 날리지 마라 상대방의 가슴에 꽂히면 사람의 힘으로는 빼낼 수 없다’는 말도 있다. 말의 힘과 말의 중요함을 일깨워주는 말이다. 말로써 사람을 설득할 수도 있지만 말로써 사람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는 뜻이다.
 ‘어’ 다르고 ‘아’ 다르다는 말도 있다. 같은 말인 듯해도 듣기 좋은 말이 있고 듣기 거북한 말이 있다는 뜻이다. ‘이쁘다’는 말도 말 하나만 떼어놓으면 좋은 말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에게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이쁘다’는 말도 여자들에게 함부로 쓰면 성희롱이 될 수도 있다. ‘이 놈’ 이란 말도 과거에는 예사말이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욕설이다. 사전이나 한자의 뜻만 가지고 따질 수가 없다.
 말에는 말하는 사람의 인격이 담긴다. 성질이 고약하면 말도 고약하게 나오게 마련이다. 분노가 가득 차있는 사람은 고운 말을 골라 써도 억양에 분노가 실리기 일쑤이다. 품위 있는 말을 골라 쓰고 싶어도 순간적으로 튀어 나오는 말은 어쩔 수가 없다. 마치 자루에 넣은 송곳은 아무리 숨겨도 송곳 끝이 자루를 뚫고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것은 사람이 자신의 속마음(내면)을 숨기기가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말을 독하게 하는 사람들이나 공격적인 언사를 습관적으로 쓰는 사람들은 품위있는 말을 하겠다고 다짐을 한다고 해서 언어습관이 당장 바뀌는 것은 아니다. 자기 성찰과 오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은 인격이 성숙되어야 하며 근본적으로 마음이 바뀌어야 가능한 것이다.
 그런가하면 착한 사람도 말을 독하게 쓰면 어느새 독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사용하는 언어가 그 사람의 성격형성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욕설을 습관적으로 쓰게 되면 행동도 거칠게 된다.
 유행어를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인기있는 개그맨들의 언어는 금방 퍼지게 마련이다. 한 때 ‘지구를 떠나거라’는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인기 개그맨이 즐겨 쓰던 말이었다. 대중에 양향을 미치는 사람일수록 말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
 정치인 역시 개그맨만큼이나 그들이 쓰는 말이 국민전체에 막중한 영향을 끼친다. 나 혼자 기분 내고, 분풀이하자고 말을 함부로 하면 그런 언사들을 국민들은 보고 따라하게 된다. 특히 그들을 추종하는 세력들은 앞 다투어 그 말을 사용하게 되는데 그것이 국민정서에 끼치는 해악은 이루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초등학교 선생님에게서 들은 얘기이다. 아이들의 잘못을 훈계하려고 사실을 확인하려 하면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라는 말을 곧잘 쓴다고 한다. 기억이 안 난다기보다 책임을 피하기 위해 아이들이 상투적으로 쓰는 말이라고 한다. 정직과 솔직함을 중요한 덕목으로 하는 학교 교육을 이렇게 오염시킨 것은 누구일까? 어릴 때부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런 언어를 구사하게 된다면 아이들의 장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은 청문회에서 정치인들이 즐겨 쓰는 언사이다. 그들의 상투적인 언사를 국민들이 배우고 따라하게 된 것이다.
 의도적으로 막말, 독한 말을 쓰는 정치인들도 있을 것이다. 이들은 자신을 추종하는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그런 언사를 쓸 수도 있다. 지지자들은 그런 정치인들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도를 조금은 이해한다고 해도 대중적인 자리에서의 막말은 삼가야 한다. 많은 국민들이 보고 배우기 때문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난 정치인의 막말, 독한 말, 비속어 논쟁은 아직도 여전하다. 정치인의 언사는 품위있고 신중해야 한다. 자신의 품위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