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문명 발상지 그리스의 국가부도 치욕
  • 김용언
서양문명 발상지 그리스의 국가부도 치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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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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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공짜 복지’ 매달리면 2033년 그리스처럼 국가부도

[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찬란한 문명과 학문,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 서양 문화와 철학, 신화와 민주주의, 올림픽이 그리스에서 태동했다. 수도 아테네를 비롯한 전 국토에 고대 그리스 문화와 초기 기독교 유적·유물이 산재해 있으며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자연 문화유산도 16곳에 이른다. 서양 문명의 정신적 토대가 그리스다.
 그런 그리스가 6월 30일 자정까지 국제통화기금(IMF)에 갚기로 한 채무(債務) 16억유로(약 2조원)를 상환하지 못함으로써 사실상 국가 부도 사태를 맞았다. 1944년 창설된 IMF 역사에서 ‘선진 경제국’이 채무 상환을 하지 못한 것은 그리스가 처음이다. 죽는 순간까지 ‘닭 한 마리 빚’을 잊지 않았다는 소크라테스가 지하에서 통곡할 일이다.
 그리스가 끝내 국가 부도 상태에 빠지게 된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2010년 재정 위기 이후 구제금융 2400억유로(약 300조원)를 받고도 경제 회복에 실패한 게 원인의 하나다. 구제금융 자금을 경제 살리는 데 쓰지 않고 빚을 갚는 데 써버렸다. 경제 살리기에 실패함으로써 그리스 경제는 지난 5년 동안 국내총생산(GDP)이 24.6%나 줄어드는 혹독한 불황을 겪었다. 노동 인구의 26%인 13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으며, 임금도 38% 줄었다.
 또 다른 원인은 치프라스 좌파정권의 포퓰리즘이다. 치프라스는 채권단이 요구하는 긴축 반대와 임금 인상, 복지 확대 등을 내걸고 1월 총선에서 승리했다. 임금·연금 삭감에 분노하는 노동자들과 퇴직자들을 자극해 채권단과 맞섰다. 그 결과가 6월 30일 IMF 채무 16억유로 상환 불이행에 따른 국가 부도 사태다. 채무를 갚지 못하자 치프라스는 국민투표 카드를 꺼내고 그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겼다. 무능하고 비겁한 행태다. 문을 걸어 잠근 은행 앞에서 고개를 떨군 그리스 국민이 가엽다. 그러나 그 책임은 무능한 좌파 포퓰리즘 정권을 탄생시킨 그리스 국민에게 있다.

 눈을 안으로 돌려본다. 우리의 나라살림도 빠듯하다. 나라 빚은 늘어 나고 재정은 심각한 적자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 어떤 퍼주기-선심 공약이 나올지 알 수 없다. ‘공짝 폭탄’이 터지면 우리에게도 그리스 같은 위기가 찾아오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지난 1월 25일 국회 예산정책처는 2033년 국채 발행으로도 빚을 감당 못하는 국가 파산 사태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4~2060년 장기 재정 전망’ 보고서의 내용이다. 보고서는 한국 경제가 복지 지출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세수(稅收)는 갈수록 줄어드는 데서 원인을 찾았다. 저출산·고령화로 말미암은 복지지출이 크게 늘고 있지만, 세입이 따르지 못하면서 통합재정수지가 적자로 바뀔 것이라는 불길한 예측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합재정수지가 지난해 0.8% 흑자에서 2021년에는 적자로 바뀌고 2060년에는 11.4% 적자를 낼 것이라는 게 예산정책처 설명이다.
 현재의 세입·세출 관련 법령들이 2060년까지 유지된다고 전제한다면 2021년 한국의 재정은 적자로 돌아서게 된다. 이어 2060년에는 GDP 대비 -11.4%까지 적자폭이 확대된다. 국세(國稅) 수입 또한 2060년까지 명목 GDP 증가율인 4.1%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국세 수입은 총수입의 약 60%를 차지한다. 인구고령화에 따라 경제활력 저하가 심해질 경우 국세 수입 연평균 증가율은 2060년까지 2.9%로 떨어지게 된다.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도 침체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부동산 시장은 인구감소와 구매력 축소로 말미암아 공급과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늘어나는 지출규모를 국세 등으로 채우지 못하면 국채(國債)를 발행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예산정책처는 2033년부터는 국채 발행으로도 지출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가파산이다.
 그리스에는 다른 나라에 없는 ‘14번째 월급’이 있다. 통상 유럽에서는 연말 보너스를 13번째 월급이라고 부르는데, 그리스는 연말 보너스 외에 매년 4월과 8월에 월급의 절반씩을 더 받는 것이다. 14번째 월급이다. 연금도 한 해에 14번 받는다. 다른 나라에 없는 ‘14번째 월급’과 ‘14번째 연금’으로 흥청거린 결과가 국가파산이다. 우리도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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