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들의 지옥이 비행기들의 낙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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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들의 지옥이 비행기들의 낙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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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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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용준 한동대 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 교수
[경북도민일보] 유럽을 여행해 보신 분들은 대부분 네덜란드의 스키폴 공항을 이용해 보셨을 것이다. 이 공항은 유럽의 허브 공항으로서 전세계 여행객들로부터 그 편리함과 효율성에서 언제나 높은 점수를 받는다.
 1980~1981, 1984~1986, 1990 그리고 2003년에 전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선정되었으며 1988년에서 2003년까지 15년간 연속으로 ‘유럽 최고의 공항’으로 선정되었다. 기타 ‘최고의 비지니스 공항’으로도 뽑혔는데 그만큼 거의 완벽한 공항 운용과 다양한 국제선 비행기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공항이 건설된 역사를 살펴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고 깊은 교훈을 받는다.
 원래 이 지역은 1852년까지만 해도 거대한 호수였다. 이 스키폴 공항의 행정 구역 명칭은 Haarlemmermeer(할렘머미어)인데 이 말의 뜻은 할렘(Haarlem)의 호수라는 네덜란드어이다. 결국 이 호수의 물을 다 퍼내고 공항을 만든 것이다. 따라서 네덜란드 전 국토의 절반 이상이 해수면 보다 낮지만 특히 이 공항도 해수면보다 3~4m나 낮다.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공항인 셈이다. 하지만 1991년에 신축된 관제탑은 101m로서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탑이다. 
 원래 이 호수에는 여러 종류의 배들이 정박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바람이었다. 산이 없고 평평한 나라다 보니 언제나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그래서 배들을 아무리 잘 묶어 두어도 서로 부딪히면서 깨어지는 사고들이 자주 일어났던 것이다.
 결국 이 지역 주민들은 이 호수를 스키폴(Schiphol)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는데 이 말은 네덜란드어로 ‘배(Schip, 영어의 ship)의 구멍(hol, 영어의 hole)’이라는 뜻이다. 그야말로 배들의 지옥인 셈이었다.
 그런데 이곳에 기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836년 11월 무시무시한 허리케인이 강타하면서 주변 지역까지 큰 피해를 입었고 많은 배들이 부서지자 그 곳을 땅으로 바꾸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1837년 당시의 왕이었던 빌럼(Willem) 1세가 특별 조사 위원회를 구성하도록 지시하였고 2년 후 보고서가 작성되어 바로 공사에 들어갔다.
 호수 주변으로 링파트 (Ringvaart)라고 하는 운하를 팠는데 그 길이는 61㎞나 되었고 깊이는 2.4 m였다. 파낸 흙으로는 둑을 쌓았으며 운하를 둘러싼 지역의 넓이는 180㎢였다.
 당시 최초로 제작된 증기기관에 의해 호수에 있던 80억t의 물을 퍼내는데 4년이 걸렸다. 가장 악조건 속에서도 지혜를 발휘한 네덜란드 국민들은 운하 건설, 개간 및 간척 공사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답게 결국 이 호수를 거대한 땅으로 바꾸었고 거기에 백년대계를 세워 간척된 땅을 농업, 화초 재배 등으로 활용했으며 그 중 15%의 부지에 세계적인 공항을 건설하기 시작하여 1916년부터 군사 공항으로 사용하다가 1920년부터 민간 항공기가 취항하게 된 것이다.
 지난 2006년 통계를 보면 스키폴 공항은 4606만5719명의 승객이 이용하면서 영국 런던의 히드로, 프랑스 파리의 샤를 드골 그리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이어 유럽에서 네 번째였고 화물의 경우 같은 해 156만6828t을 처리해 파리와 프랑크푸르트에 이어 3위를 차지함으로 국제 경쟁력을 갖춘 허브 공항으로 손색이 없다. 현재 활주로만 6개 있으며 7번째 활주로도 건설 예정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배들의 지옥이 비행기들의 천국으로 변한 것이다.
 우리가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환경이 아무리 악조건이라 할지라도 우리가 그 환경을 어떤 세계관으로 보고 반응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네덜란드인들은 당장 배들이 파선되는 현실만 보지 않았다.
 바람이 왜 이렇게 많이 부느냐고 불평하거나 절망하며 운명론자가 되지도 않았다. 이 바람과 물, 낮은 땅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 남은 가능성에 집중했고 그것은 결국 세계적인 공항이라고 하는 뛰어난 작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따라서 자연 및 기후 환경은 가장 악조건인 네덜란드는 지금도 세계적인 국가 경쟁력을 갖춘 선진국으로 계속 발전하고 있다.
 배들의 지옥이었던 가장 낮은 땅에서 가장 높은 관제탑을 건설하고 비행기들의 낙원을 건설한 그들의 통찰력을 깊이 이해하고 우리의 상황에 알맞게 적용할 때, 우리도 이미 인천공항이라고 하는 탁월한 국제적 공항을 만들었지만 앞으로 다른 분야에서도 더 큰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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