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7일 “국무위원들께서도 국민을 대신해서 각 부처를 잘 이끌어주셔야 한다”며 “여기에는 개인적인 행로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은 “경제는 정부뿐만 아니라 모든 경제 주체들이 함께 손을 잡고 노력할 때 불황을 극복하고 우리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라는 불황 극복 노력 당부가 이어 나왔다. 세월호에 이은 메르스사태와 오랜 가뭄으로 실물경제가 주저앉는 게 아닌가하는 우려가 팽배한 가운데 불황극복을 위한 채찍질로 해석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은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배신의 정치”라며 “자기 정치하지 말라”고 한 경고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정치권만이 아니라 내각에서도 ‘자기 정치’를 하려는 각료들이 있다면 “정신 차리라”는 엄중한 경고라는 것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에는 새누리당 출신 의원 겸직 장관들이 적지 않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성완종 리스트로 낙마했지만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유일호 국토부 장관,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등 5명이다. 내각의 3분의 1 가까이가 현역의원이다.
더구나 이들은 모두 ‘지역구 의원’이다. 내년 4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되면 이들은 장관직을 내놓고 선거에 출마하려 들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내각에 공백이 생겨 국정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들 각료는 1년 남짓한 ‘시한부 장관’이 되고 만다. 특히 겸직 장관이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하려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일 90일 전(내년 1월 14일)에는 장관직을 사퇴해야 한다. 이 경우 장관 임기는 최대 10개월에 그친다. 장관에 임명되면 업무파악에 걸리는 시간 등을 감안해 최소 2년 이상 재직해야 행정의 속도가 나는 법인데 이들이 내년 총선에 출마한다고 내각을 떠나면 그들의 장관직은 ‘이력서 용’으로 전락하고 만다. 박 대통령의 “개인적인 행로가 있을 수 없다”는 경고는 바로 의원겸직 각료들을 향한 것이다.
작년 개각 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의원 입각 각료들에게 “개혁에 성공하지 못하면 (당으로) 돌아올 생각하지 말라”는 뼈 있는 말을 남겼다. 몇 개월 장관 자리를 지키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장관직을 내놓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얘기다. 전적으로 옳다.
그러나 장관-국회의원을 겸직하고 있는 의원 5명 가운데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힌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이완구 전 총리만 “국무총리를 마지막 공직으로 생각하겠다”고 불출마를 시사했을 뿐이다. 결국 그는 성완종 리스트로 낙마하고 말았지만.
더구나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내년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 추궁을 받고 “총선 출마 여부는 고민 중”이라고 확답을 피했다.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역시 ‘총선에 임박해서 대통령이 더 도와 달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미래의 가정에 대해 답변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얼버무렸다. 양 손에 ‘떡’(장관-국회의원)을 모두 쥐고 가겠다는 속셈이 그대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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