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곶을 노래하는 시인
  • 경북도민일보
호미곶을 노래하는 시인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15.07.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동헌 삼우애드컴 대표
[경북도민일보] 내가 서상만 시인을 처음으로 알게된 것은 2010년 호미예술지를 출간하게 되면서 시인의 원고를 이메일로 받으면서 시작되었으니, 6여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는가 보다.
 서상만 시인은 이메일로 시를 보내면서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호미예술을 편집하는 그리고 지역에서 시를 쓰고 있는 잘 알지 못하는 이에게 시인은 이렇게 마음을 쓰고 있는 것인데…. 그 무엇인지도, 그리고 잘 알지 못하는 끌림이 있어 꼭 한 번은 상경하여 뵙고 싶은 마음이 내게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던 차에 시집 ‘적소’와 ‘백동나비’를 보내주셔서 읽게 되었으니, 그 갚아야 할 빚을 전혀 갚지 못하고 또다시 부담감만 갖게 된 것이다.
 서상만 시인은 1960년대 초 청마, 목월 선생님 같은 분들과의 조우를 통해 문청(文靑)의 꿈을 얼마든지 이룰 수도 있었는데 시시한 세월 타령만 하며 제대로 된 고뇌의 한복판에 서질 못하고 세속적인 몽리에 한눈을 팔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미 시마(詩魔)에 든 스스로를 방기하기란 커다란 고통이었으며, 그 진통으로 1982년 ‘한국문학’으로 등단하여 ‘현대문학’ ‘심상’ ‘현대시학’ 등 유수 문예지에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였다.
 서상만 시인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아쉽게도 나에게는 아무런 추억이 남아있지 않다. 다만 고마움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그 고마움과 송구함을 통해 백석 시인의 갈매나무가 생각나는 것은 왜 일까?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어 오는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래 맞다 바로 그 갈매나무가 생각나는 것이다.
 호미곶 서쪽자락에 영일만을 돌아보고 앉은 풍랑이 아주 심한 작은 해변마을, 대보리 앞구만은 시인의 고향이다. 꿈 속에서나 백마를 타고, 사나흘 전부터 밤낮 없이 달려와 저 미명에 당도하는 곳이다. 척척한 새벽을 깨우고 스며드는 너울 속의 재갈매기처럼 너풀대는 시린 겨울바다다. 정처 없어 영영 떠나지 못하는 섬 같은 곳이다. 억겁 세월이 끝내 여기 와서 멈추는 앞구만이 바로 시인의 꿈에도 그리는 잊지 못할 노스텔지어다.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영일만을 가슴에 안은 곳, 연오랑 세오녀의 역사로 이어온 유서 깊은 곳, 힘찬 동해의 기상으로 희망과 꿈이 넘치는 보금자리가 바로 시인의 고향이다. 조선 10경의 하나이며, 포항 12경중에 하나인 호미곶~임곡간 천혜절경의 162㎞ 해안선은 영일만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품은 동해안 최고의 해안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하다.
 주변의 관광지로는 독수리 바위, 구룡소, 장군바위, 하선대 등으로 유명하다. 임곡너머 여서리 지나 호미 숲이 시인의 고향이다. 어릴적 가둔 쑥국새 울움이 분월파도 위에 뜨는 곳, 구만리 보리누름이 한창일 때, 보리밭 가운데 소나무 서너그루가 일품인 곳, 백마 타고 달리고 싶던 그 곳이 바로 시인의 고향이다.
 시인 신경림선생은 서상만 시인을 가리켜 “섬세하고, 예리하고, 아름답고, 안정되어 있는 빛나는 시인”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시인은 그리웠던 우리들의 지난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지난날의 모습이 단순한 지난날의 모습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끄트머리에 위치한 호미곶을 노래하는 시인이 한 분쯤 있어서 좋다. 그래서 서상만 시인의 시들은 호미곶의 등대 불빛처럼 더욱 빛나는 지도 모른다. 그 누군가에게는 생명 같은, 그리고 절망의 한 가운데 있는 누군가에게는 희망의 불빛이기에 그것은 우리들 미래의 바람직한 모습이기도 하고, 우리의 삶이 되찾아야 할 가치로 다가온다.
 섬세하고, 예리하고, 아름답고, 안정되어 있는 빛나는 호미곶 등대 같은 시를 나는 서상만 시인에게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새롭게 준비 중인 신작 시집이 기대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