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째 무의탁 할머니들 아들노릇
병원 가는일·말동무 등 도맡아
`부모님의 희생은 한이 없어라’
높고 높은 하늘을 뛰어넘는 자식 사랑. `어버이의 날’이 35돌을 맞았다.
그러나 요즘 인륜의 최선전, `효’는 어디에 있는가.
고령화 시대, 버려지고 냉대받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이 가운데 독거노인을 친 부모처럼 돌보는 `21세기 효자’가 있다.
그는 “받은 사랑을 나눠주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오후.
경북 포항 송도동 윤복순(79) 할머니 쪽방에 노래판이 벌어졌다.
“개나리 우물가에 사랑찾는 개나리 처녀…이팔청춘 봄이가네”
“지화자~ 할머니 일등 가수네”
구성진 노래가락에 흥겨운 추임새를 넣는 김종도(56·포항 두호동)씨.
이날 할머니의 가슴에는 봄빛을 닮은 카네이션도 활짝 폈다.
김씨는 할머니와 일주일에 두번 반가운 안부를 묻는다.
“밥은 자셨어요? 밑반찬은 다 드셨나 보자…”
하얀 새치머리의 중년 아저씨가 냉장고 검사에 들어갔다. 능숙한 손놀림은 어제 오늘의 솜씨가 아니다.
김씨는 포항종합사회복지관 가정봉사원이다.
그에게는 어머니가 여덟 분이다. 친어머니, 그리고 김씨가 돌보는 7명의 독거노인이다. 그는 13년째 무의탁 할머니들의 아들을 자처하고 있다.
병원가는 일부터 통장관리까지 듬직한 말동무이자 해결사다. 관광버스 운전사인 김씨의 효행은 짬 시간에 이뤄진다. SOS 전화 한통이면 5분 대기조다.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뿐”이라는 그는 16평 주공 아파트 전세에 산다. 퇴근은 늘상 자정을 넘긴다.
그래도 김씨는 “어르신들에게 받는 사랑이 너무 커 늘 배가 부르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효’가 무엇인지 물었다. 우문 현답이 돌아왔다.
“부모가 팥으로 메주를 쑨 다 해도 믿는 것. 그것이 자식의 도리입니다.” / 이지혜 기자·사진 임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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