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의 온상 ‘변호사 성공보수’ 사라진다
  • 김용언
전관예우의 온상 ‘변호사 성공보수’ 사라진다
  • 김용언
  • 승인 2015.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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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대법원이 24일 우리 사법사상 가장 혁명적이고 획기적인 판결을 내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순일 대법관)가 “형사사건에 관해 체결된 변호사 성공보수약정은 수사·재판 결과를 금전적 대가로 결부시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돼 무효인 약정”이라고 판결한 것이다. 변호사 사회의 고질이고 악습인 ‘성공보수’를 향한 철퇴(鐵槌)다. 속이 다 시원하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사건의 종류를 구분하지 않은 채 원칙적으로 성공보수금을 “유효하다”고 인정했다. 신의성실 및 형평의 원칙에 반할 정도로 지나치게 과다한 성공보수금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무효라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건 종류를 가리지 않고 성공보수금을 인정한 기존 판례를 변경한다”고 밝혔다.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해 대법관 13명 전원의  일치된 의견이다.
 ‘성공보수’는 우리나라 정부 수립 이후 70년 가까이 유지되어온 변호사 보수 체계다. ‘착수금’을 먼저 받고 재판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성공보수’로 착수금의 몇 배를 챙기는 구조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국민들의 형사사건 소송 비용 부담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사법정의를 뒤흔드는 ‘전관예우’의 폐해도 많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성공보수’가 ‘전관예우’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성공보수금은 기본적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해치고 의뢰인과 일반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백번 당연한 판결이다. 이런 판결이 이제야 나온 것부터가 비정상이다.

 “형사사건에 대한 성공보수 약정이 가져오는 사회적 폐단과 부작용 등을 고려하면 비록 구속영장 청구 기각, 보석 석방, 집행유예나 무죄 판결과 같이 의뢰인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오는 변호사 직무수행 자체는 정당하더라도 수사·재판 결과를 금전적 대가와 결부시키는 것은 사회 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는 것”이라는 판결이 추상같다. 대법원 판결 이전에 체결된 변호사 성공보수 약정은 인정되지만 판결 이후 체결된 성공보수 약정부터 무효가 된다.
 조선일보가 소개한 ‘성공보수’ 사례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A 대기업 오너가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고, A사는 대형 로펌을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검찰은 A사 오너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법조계에서는 A 사가 오너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을 조건으로 로펌에 100억원의 성공보수금 약정을 맺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는 것이다.
 변호사 ‘성공보수금’은 다른 나라엔 유례가 없는 우리나라 특유의 행태다. 외국에선 이미 오래전 금지됐다. 독일은 성공보수 금지를 법률로 규정했고,  법원에서도 성공보수 약정 자체를 무효로 판단했다. 프랑스에서도 19세기 이래 성공보수 약정은 금지됐다. 변호사의 직무는 정의를 구현하는 명예직이고, 당사자로부터 독립돼야 하는 변호사 책무를 감안할 때 의뢰인과 성공보수라는 이해관계로 얽혀서는 안 된다는 이유다. 유럽연합(EU)은 “변호사는 최종 결론이 나기 이전 결론에 따라 일정 비율에 따라 지급하기로 약속하는 ‘승소비례보수약정’을 맺을 수 없다”고 ‘유럽변호사 행위규범’에서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대다수 피고인이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고 사선변호인을 선임하는 경우에도 보수가 상당히 낮고, 판사나 검사가 변호사로 개업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전관들의 성공보수금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나라만 사법 부패의 원흉인 성공보수를 인정하고 매달린 꼴이다.
 ‘성공보수’는 항상 ‘전관예우’ 논란을 불러왔다. 국민 머릿속에는 구속영장 기각이나 보석, 집행유예 석방을 위해서는 힘 있고 비싼 전관(前官) 변호사를 선임해야만 형사재판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때문에 전관 변호사에게 ‘성공보수’를 제공해오고 있다. 성공보수를 폐기한 “대법원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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