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호수] 무슨 일만 터지면 그 입을 참지 못하는 진중권 모 대학 교수는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와 메르스 사태 등을 빚대 “나라에 망조(亡兆)가 들었다”고 호들갑 떨었다. 박 대통령이 21세기에 70년대 리더십을 들이대 나라가 거덜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나라에 망조가 들기는커녕 유례없는 청년들의 절절한 애국심으로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굴기하는 계기를 맞았다. 북한의 지뢰 도발로 빚어진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20~30대 P(Patriotism·애국) 세대’ 젊은이들의 자기희생을 앞세운 구국의지가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기류를 형성한 것이다.
애국심에 불을 당긴 건 육군 7사단 독수리연대 소속 전문균(22)·주찬준(22) 병장이다. 두 사병은 전역 후 제주도 기념 여행까지 계획했지만 북한의 도발로 일촉즉발 상황이 전해지자 “대한민국 최전방을 수호해왔다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끝까지 나라를 지키겠다”며 망설임 없이 항공권을 취소하고 전역 연기를 신청했다. 두 사병에 이어 강원도 철원 3사단 백골 부대 조민수 병장은 전역 전 취업에 성공해 다음 달 초에 출근을 앞두고 있지만 “평소 북한군이 가장 두려워하는 3사단의 일원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며 ‘필사즉생 골육지정의 백골 정신’을 토대로 위기에 빠진 나라와 끝까지 함께하겠다며 전역을 연기했다.
국방부 조사 결과, 북한의 지뢰 도발 이후 전역 연기를 신청한 장병은 모두 88명으로 집계됐다. 전방 근무자는 83명, 후방 5명으로 평균나이는 21.7세다. 실제 전투가 벌어졌을 경우 상당수는 목숨을 걸고 싸울 최전방 구국의 전사(戰士)들이다. 육군 11사단 김현대 하사는 결혼식과 하와이 신혼여행까지 반납했다.
딸이 해군장교인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전역 연기 장병을 우선 채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SK그룹은 남북 협상 타결 전인 24일까지 전역 연기를 신청한 장병 중 SK 입사 희망자에 대해 소정의 채용과정을 거쳐 우선 채용할 방침이다. 최 회장은 “전역을 연기한 장병들이 보여준 열정과 패기는 대한민국의 미래와 경제 발전에 가장 중요한 DNA가 될 것”이라며 “우리 사회와 기업은 이런 정신을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LG그룹은 지난 12일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 폭발로 다리를 잃은 하모(21) 하사와 김모(23) 하사에게 각각 5억원씩 위로금을 전달했다. LG 그룹은 지난해 7월 소방 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소방관 5명의 유가족에게 총 5억원의 위로금을 전달했고, 2013년에는 시민을 구하려다 희생한 고(故) 정옥성 경감 유가족에게 5억원의 위로금과 자녀 학자금 전액을 지원했다. 노불레스 오불리주의 전형이다.
온 나라를 휩쓰는 애국심은 20~30대 젊은 층에서도 확인된다. 북한의 지뢰도발 직후 인터넷에는 “예비군복과 군화를 준비했다. 언제든 불러만 달라” “나는 특등사수. 전우애가 불탄다” “우리 다같이 평양에서 만나자”라는 격문(檄文)이 쏟아졌다. 안보에 무관심하거나 무력하다는 지적을 받은 20~30대의 놀라운 변화다. 뿐만 아니라 국민안전처 여론조사 결과 20대의 78.9%, 30대의 72.1%가 “전쟁나면 참전하겠다”고 응답했다. ‘반공교육’을 받지 않았는데도 확고한 국가관과 안보관으로 똘똘 뭉친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나라를 지키겠다며 전역 연기를 신청한 장병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격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에 망조가 든 게 아니라 새로운 굴기의 계기를 맞았다. 대한민국 젊은이들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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