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는 의원 감축-우리 국회는 의원 증원
  • 김용언
이탈리아는 의원 감축-우리 국회는 의원 증원
  • 김용언
  • 승인 201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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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지난 13일 이탈리아에서 놀라운 뉴스가 전해졌다. 이탈리아 상원의원 수를 315석에서 100석으로 70%나 줄이는 개헌안이 통과됐다는 것이다. 의석 축소가 아니라 사실상 ‘의석 학살(虐殺)’이다. 외신들은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던지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경이적인 일’이라고 보도했다.
 상원의원 수를 315석에서 100석으로 줄이는 이탈리아 헌법 개혁안은 하원도 통과해야 하고 국민투표 절차도 남아있다. 그러나 밥그릇을 뺏길 당사자들인 상원의원들이 법안을 통과시켰으니 누구도 이를 거역하기 어렵게 됐다. 무엇보다 이탈리아 국민이 압도적으로 찬성하고 있어 머잖아 이탈리아 상원의원의 감축은 현실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기는커녕 의원수를 증원하자고 우기는 우리나라 야당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이탈리아 국회의원은 상원 315명, 하원 630명으로 모두 945명이나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수적으로 2위이고, 대우도 최고 수준이다. 의원의 한 달 수입이 우리 돈 2200만원가량. 월급 1600만원에 야근비 600만원을 꼬박꼬박 매달 받아 간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원 연봉은 남유럽에 비하면 세 배 높은 수준이고 잘사는 독일과 비교해서도 두 배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대우와 비슷하다.
 동아일보가 보도한 이탈리아 의원들의 특혜는 넘친다. 전화요금으로 연간 400만원을 나라 예산에서 지급받고, 대중교통이 공짜고 극장 수영장 축구경기장도 무료다. 외국어 학습 명목으로도 총 40만유로(약 5억1570만원)의 예산이 배정돼 있다. 상원의원들은 명품 브랜드 나자레노가브리엘리사가 디자인한 다이어리를 지급받고 이발도 무료다. 국회에서 일하는 이발사 연봉이 우리 돈으로 1억8000만원이다. 국민이 폭동을 일으키지 않은 게 신기하다. 이탈리아 경영자총연합회는 “국회와 지방의회에서 활동하는 정치인들을 지원하는 데에만 1년에 총 90억유로(약 11조6032억원)가 드는데 이는 군대를 유지하는 비용과 맞먹는다”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의회의 비효율, 낭비는 최첨단이다. 고질인 정치 불안과 개혁 불임 집단으로 낙인찍혔다. 지난 69년 동안 무려 63번의 새 정부가 들어섰고, 27명의 총리가 취임했다. 잦은 정권 교체로 개혁은 좌절됐고 장기 국가 발전 계획은 한 치도 나아가지 못했다. 2013년 총선에서 상하원을 좌파와 우파가 갈라 차지하는 바람에 60여 일이나 총리직을 공석으로 비워 둬야 했다.
 ‘상원의원 학살’이 쉽게 이뤄진 것은 아니다. 야당은 물론 집권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거셌다. 야당 의원은 국화꽃을 던지며 “이탈리아의 민주주의가 죽어 가고 있다”고 아우성치기도 했다. 상원의원들은 ‘필리버스터’ 전략을 썼고, 극우 ‘북부동맹’은 똑같은 내용의 법안을 이름과 문장만 다르게 만들어 무려 8200만개의 수정안을 제출했다. 밥그릇 챙기는 데에는 한국 국회와 난형난제다.
 이탈이라 의회의 반 개혁에 정면 도전한 인물은 마테오 렌치 총리다. 렌치 총리는 34세의 여성 마리아 엘레나 보스키 헌법개혁장관과 함께 315명이나 되는 상원의원을 일일이 만나 “지금 우리나라에는 더 적은 정치인과 더 많은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득했다. “개혁안에 반대하는 강경파는 공천에서 배제할 것”이라는 경고도 날렸다.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는 “불가능한 미션처럼 보였던 개헌안 통과에는 우아한 매너와 미소로 최전선에서 굳세게 버텨 낸 보스키 장관의 역할이 컸다”고 보도했다. 대국민 설득 작업이 주효했다. 마침내 본회의 투표 당일, 100여명의 의원이 투표를 거부하고 회의장을 나가 버렸지만 법안은 179표 찬성으로 통과됐다. 마치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地動說)이 확인되는 순간과 같았다.
 우리나라 국회는 20대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 룰인 ‘선거구 획정’도 못하고 있다. 선거구 획정안의 국회 처리 시한(11월 13일)도 넘길 판이다. 헌법재판소의 인구 편차 ‘2 대 1’ 기준에 따라 선거구 통폐합이 불가피해지면서 의석을 한 석이라도 살리기 위해 의원 정수(300석)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우리 국회의원 정수를 200명으로 줄일 용기있는 사람이 어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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