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스포츠 도시의 등잔밑
  • 김용언
해양스포츠 도시의 등잔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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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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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함윤수의 ‘바닷가’다. “가을 바닷가는/ 깨어진 넋두리들만 사는 곳// 쪼각 쪼각 바사진 조개껍질 속에서 / 넋은 / 애꿎은 전설을 찾아본다.” 절정에 이른 단풍에 정신이 팔려 곳곳에서 내지르는 탄성이 들리는 것만 같은 계절이다. 뙤약볕이 위력을 잃어버려 제철이 지난지도 한참된 바닷가는 시인의 말마따나 “깨어진 넋두리들만 사는 곳”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포항 바닷가는 또다른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한낮과 아침저녁 옷차림이 달라지는 이 계절에도 포항의 바닷가는 지난 여름의 추억에만 잠겨있지는 않다. 다소 쌀쌀하다싶은 날씨이지만 아직도 서핑보드를 즐기는 청춘들은 아랑곳 없다. 바다는 그래서 좋은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좋은 놀이터를 마냥 좋게만 볼 수만은 없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포항 북구 흥해읍 용한리 영일만항 가까운 바닷가가 그런 현장 가운데 한 곳이다. 보도된 사진을 보면 방풍벽엔 구멍이 뻥뚫려 있다. 그 파괴된 방풍벽 사이로 백사장 모래가 바람에 휩쓸려 길가에 모래언덕을 쌓아놓고 있다. 이뿐인가. 폐어구, 해초 잔해, 플라스틱병 따위 온갖 바다쓰레기가 바닷가를 꽉 채우고 있는 현장의 모습이 어지럽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서퍼들이 매월 1000여명을 기록한다는 서핑의 메카가 이 지경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한다. 보도된 서핑의 천국이 딱 그 꼴이다. 해양스포츠 도시라는 포항의 자부심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현장은 쓰레기 썩는 냄새도 고약하다. 포항시 관계자는 “간이해수욕장이어서 관리를 제대로 못했다”고 했다. 꼭 그래서만일까. 때마침 이강덕 포항시장이 지난 주말 포항의 해양현장을 찾아 ‘길위의 포럼’을 가졌다고 한다. 이 시장과 포항시 간부공무원 30여명은 이날 두호동, 환여동 해변 일대를 점검했다. 다음 기회엔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간이 해수욕장’도 둘러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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