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새 입시제도 성공의 전제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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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새 입시제도 성공의 전제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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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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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대가 현재 고교 1학년생에게 적용될 2018학년도 새로운 입시 방안을 내놓았다. 수시모집의 하나인 고교추천전형으로 전체 모집 인원의 50%를 뽑는 대신 논술고사는 폐지하고 수학능력시험 위주의 정시모집 인원은 현재 25.9%에서 15% 안팎으로 크게 줄인다는 것이 골자다.
 큰 틀에서 고교 공교육의 정상화와 사교육비 절감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바람직한 방향으로 평가된다. 특히 논술은 고등학교의 교육과정에는 반영돼 있지 않기 때문에 논술고사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고려대 수시 일반전형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
 고려대를 비롯한 주요대학의 논술고사에는 수만명이 응시해 시험 당일에는 주변 교통이 마비될 정도다. 이 수많은 수험생들이 부담해야 할 적지않은 응시료도 문제이거니와 과연 한정된 입시 관리 인력으로 답안지를 제대로 읽어보기나 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도 없지 않다. 논술로 수험생들의 학업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지도 의문이다. 고려대는 “논술 위주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학습성과가 다른 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보다 떨어진다는 분석 결과가 있다”고 논술고사 폐지의 배경을 설명했다.
 고교추천전형의 확대 역시 취지대로 운영된다면 고등학교 공교육의 정상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다.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하는 동안의 내신성적과 학내활동, 교사의 추천 등이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결정적 요소가 되므로 수험생들은 학교생활에 충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큰 틀에서 올바른 취지라고 하더라도 실제 운영에서 적용될 세부사항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이 전형의 확대로 인해 일반고와 특목고 중 어느쪽이 유리해질 지, ‘고교등급제’가 적용되는 것은 아닌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학교 간에 엄연히 존재하는 학력의 차이를무시하지 않으면서도 열악한 환경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어찌 보면 양립하기 어려운 원칙들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내야 하는과제가 놓여 있다.
 또한 고교추천전형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될 심층면접이 또다른 사교육 유발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도 유념해야 한다. 이 전형 가운데 새로 도입되는 ‘학생부종합’ 전형은 학생들의 성적뿐만 아니라 말 그대로 학생부에 반영된 학생들의 학내 활동 전반과 학생의 자기소개서, 교사의 추천서 등도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학교와 교사가 얼마나 입시에 열의를 갖고 임하는지, 학부모·학생이 얼마나 입시정보에 통달해 있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학생들이 자신의 책임 범위를 벗어나는 이런 문제들로 인해 불이익을 겪는 일은 최소화할 수 있도록 배려가 필요하다.
 이미 논술고사를 폐지한 서울대에 이어 고려대의 새 입시방안이 실제로 적용되면 최상위권 대학 가운데 두 곳이 고등학교 3학년 간의 내신성적과 학내활동에 대한평가 중심의 입시 제도를 시행하게 된다. 다른 대학으로까지 이런 움직임이 확산할 지는 좀더 지켜볼 일이지만 위에서 살펴봤듯이 고교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새 입시제도의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보완대책이 마련돼야 하며 그 중 많은 부분은 일개 대학 차원에서는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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