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K씨는 본래 집안에서 동물 기르는 취미는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그는 ‘개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 집안 여자들이 친척집에서 잡종견 한 마리를 얻어와 끔찍이 사랑하는 까닭에 어쩔 수 없이 눈감아주고 있다. 이 강아지에 밀려나 시쳇말로 집안 서열 ‘5번’이 된 것은 아닌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강아지를 끼고 도는 꼴들이 매우 마땅치 않아서 방출을 제안한 일이 있다고 했다. 결과는 말을 꺼내지 않으니만도 못하게 돼버렸다. 집안의 여성들이 ‘세력화’해 반기를 든 때문이다. 억울한 일도 가끔 겪는다고 했다. 어쩌다 강아지와 단둘이 집안에 머물게 되는 날이면 사고가 자주 나는 까닭이다. ‘싫어하는 죄’를 뒤집어쓰지 않으려면 탈난 개를 품안에 안고 동물병원으로 달려가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때면 으레 동네 아주머니들과 마주쳐서 본의 아닌 ‘애견가’로 소문이 나버렸다고 한다.
개의 마음 속에는 주인집 식구들의 서열이 확실하게 매겨져 있다고 한다. 나들이 나갔다가 돌아왔을 때 길길이 뛰며 쉬지않고 꼬리를 휘저어대면 서열 상위권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마지못해 두어번 꼬리를 젓다가 슬그머니 사라져버리면 서열 ‘5번’임을 스스로 알아채야 한다. 그 복수극으로 강아지를 내다버린다면 너무 쩨쩨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하다. 가정 평화를 위해서 병난 강아지를 안고 병원으로뛰는 K씨의 헌신이 돋보이는 요즘이다.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