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푸른 영덕 바다, 그 속에서 전하는 삶의 위무
  • 이경관기자
아름답고 푸른 영덕 바다, 그 속에서 전하는 삶의 위무
  • 이경관기자
  • 승인 201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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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벼랑'… 김인수 지음, 고요아침, 102쪽, 9000원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동해의 푸르름이 낭떠러지의 험하고 가파른 언덕 아래, 철썩인다. 그 곁으로 흐르는 생은 아릿해 마음을 울린다.
 영덕에서 활발하게 시를 쓰고 있는 김인수 시인이 최근 두 번째 시집 ‘푸른벼랑’을 펴냈다.
 이번 시집에는 2011년 출간한 ‘분홍바다’ 이후 쓴 시 60편이 실렸다.
 김 시인은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영덕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영덕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출간 소감을 밝혔다.
 “활활 타오르는/새벽 강구항// 하늘 한 쪽 열어젖히는/물안개 갈매기/어부들 통통배// 짙붉은 빛 꺾어 쥐는/물 묻은 손길들/그대 그리고 나// 성큼 성큼 건너는/대게 새벽// 물끄러미 내려다보는/새벽, 나비산”(‘블루로드1-새벽 강구항’ 전문)
 김인수의 시는 독자들을 영덕의 아름다운 바다 한 가운데로 데려간다.
 손진은 경주대 교수가 해설에서 밝혔듯이 시집 ‘푸른벼랑’은 ‘영덕’이라는 시인이 발딛고 사는 공간에 굳건히 발딛고 있으며 시인의 상상력 또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점에서 파문이 확산되고 퍼져나간다.
 한 편 한 편의 시를 음미하다 보면 그가 토해내는 영덕의 곳곳을 여행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오십 나루 물목마다/청청한 물소리// 분홍바다 가물거리는/불빛따라 온/한 송이 고운 꽃// 미야끼갱 오오사끼시에 사는/조선 찔레/하얀 꽃/ 순이”(‘순이’ 전문)
 김 시인의 시는 삶의 체험과 그 구체성에 깊이 천착해 우리를 다독인다.
 시 ‘순이’는 그의 시를 접하고 일본에서 영덕까지 직접 그를 만나기 위해 찾아온 교포 순이씨에 대한 이야기다.
 고국에 대한 그리움으로 외로웠던 나날,  순이씨에게 김 시인의 시는 큰 위로였고 치료제였다. 먼 길 돌아 자신을 만나러 온 순이씨에게 시인은 사인이 담긴 시집과 함께 따뜻한 차를 대접했다. 그 선물은 어쩌면 순이씨에게 먼 곳에서도 당신을 기억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징표일 것이다.
 “산 흙냄새와 깨진 물결의 조각/차가운 강바람에 어우러지는/장바닥 삼월 강구/먹먹한 가슴 깊이 파며/말없이 밥을 지어내는 여자// 사철 얼어붙은 몸으로/구겨진 어둠까지 말아서/눈빛으로 쟁여 넣고도/머뭇거리며 남겨 둔 시간에/살아있는 푸른 먼지까지/씻어 내리는 그녀// 가끔은 새실새실 웃기도 하지만/시린 남색의 냄새는/세상의 색 바깥으로 날리어가서/꼬독꼬독한 장밥 지어내는/무색의 꽃 한 송이로 피어난다”(‘꽃’ 전문)
 시인은 강구시장 오일장에서 보리밥을 짓는 여자를 보며 강인한 여성의 힘을 마주한다. 사철 얼어붙은 몸을 이끌고 밥을 짓는 그녀의 삶은 지난하다. 그 고단한 손으로 허기진 사람에게 김이 나는 밥을 건네는 그녀에게서 우리는 모성을 느낀다. 그 모성의 힘은 꽃 한 송이를 피워내고 그 꽃은 오늘도 강구시장을 지키고 있다.
 김 시인은 “시가 내게 온 것은 운명과도 같았다”며 “나의 시를 통해 세상 밖의, 소외되고 외로운 사람들이 위로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상 속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이 시대 많은 이방인들을 감싸안고 싶다는 김 시인은 이 시대 마지막 휴머니스트다.
 김 시인의 시는 푸른 영덕의 바다 한 가운데로 스며들어 우리의 삶을 위무하고 다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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