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2011)와 '수상한 그녀'(2014)에서 코믹 연기를 선보인 배우 심은경이 처음으로 스릴러 장르에 도전했다.
영화 '널 기다리며'는 15년 전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출소해 세상 밖으로 나오자 그에게 복수하려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연쇄살인범 기범(김성오)은 경찰인 남 반장을 비롯해 여러 사람을 죽인 혐의로 기소되나 남 반장 살인건은 무죄를,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투옥된다.
그로부터 15년 후, 기범이 출소하자 두 명이 복수를 꿈꾼다. 한 명은 과거 남 반장의 부하였던 형사 대영. 반장으로 승진한 그는 출소 날 기범을 찾아가 꼭 죗값을 치르게 해주겠다고 윽박지른다.
다른 한 명은 숨진 남 반장의 딸 희주(심은경). 그는 부친이 근무했던 경찰서로 매일 출근해 청소해주는 대가로 생활비를 벌며 기범이 나오는 날만을 기다렸다.
대영과 경찰이 기범을 요시찰 인물로 감시하는 와중에도 의문의 살인사건이 잇따라 발생한다. 대영은 이 사건의 배후에 기범이 있다고 확신하지만 구체적인 증거를 찾지 못한다.
희주도 15년 간 준비했던 계획을 실천에 옮기며 영화는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구체적 내용은 스포일러라서 밝힐 수 없지만 '이중 살인'이라는 설정은 한국 영화에서 색다른 시도여서 흥미롭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개연성이 떨어지는 대목들이 눈에 많이 띄어 다소 아쉽다.
15년 전은 그렇다 치더라도 과학수사기법이 발전한 현재에도 경찰은 왜 이중 살인임을 눈치 채지 못하나, 희주는 이중 살인임을 알고서도 아버지를 죽인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를 왜 몰랐을까, 영화를 보다 보면 의문이 끝이지 않는다.
영화 초반부에 일찍 '반전'이 드러남에 따라 중반 이후 긴장감이 풀리는 측면도 없지 않다.
영화를 연출한 모홍진 감독은 2일 시사회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사건 중심을 갈 것인가, 이야기 중심으로 갈 것인가 고민하다가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니 사건의 타당성을 배려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개연성을 설명하는 분량이 늘어나면 희주라는 인물을 잃어버릴 것 같았다"고 해명했다.
희주가 15년 간 부친의 복수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이 없어 그가 보여준 행동들에 쉽게 공감하기 어렵다. 또 심은경이 연기한 희주가 어떤 캐릭터인지 감을 잡는 것도 쉽지 않다.
희주 역을 맡은 심은경 역시 기자간담회에서 "희주가 어떤 인물인지 제 스스로 공감이 되지 않았다. 전작들에서는 캐릭터에 대한 이해나 공감이 있었는데 희주는 잘되지 않았다"고 연기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아저씨'(2010)에서 인상적인 악당 연기를 보여줬던 김성오가 이번 영화에서도 그 재능을 발휘한 점은 긍정적이다.
4주 만에 16㎏을 감량한 물리적인 투혼이 돋보이기도 하지만 "직업이 연쇄살인인 기범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그의 말처럼 차분함과 섬뜩함을 동시에 갖춘 연쇄살인자의 모습을 사실감 있게 보여줬다. 연합
10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1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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