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 끝엔 희망이"… '시그널' 세련된 열린 결말로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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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 끝엔 희망이"… '시그널' 세련된 열린 결말로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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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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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을 바로잡고 정의를 세우려는 형사들의 분투 진정성있게 그려
영화 같은 완성도, 배우들의 호연에 판타지 스릴러 장르로 대박

"저는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끝까지 갑니다."

듣기만 해도 격려가 되고 자극이 되는 말이지만, 이러한 결심을 유지하기가 얼마나 어렵고 지난하며 힘겨운지 우리는 안다.

세상이 점점 더 각박해지면서, 돈의 권력이 갈수록 막강해지고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무너져 내리면서 '포기'라는 말이 선한 의지나 양심을 넘어서 버리고 마는 경우를 우리는 어렵지 않게 마주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핑계이며, 여전히 예나 지금이나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정의를 세우려는 사람들이 있음을, 그래서 우리는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한다고 한편의 드라마가 진심을 담아 이야기했다.

판타지 스릴러 장르를 통해 그러한 메시지를 전하고, 진한 여운을 주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tvN '시그널'은 해냈다.

긴장감과 호기심을 한껏 자극하는 재미, 영화 같은 완성도, 배우들의 빛나는 연기 앙상블로 방송 내내 화제를 모은 '시그널'은 마지막회에서 세련된 열린 결말을 통해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지난 12일 유종의 미를 거뒀다.

◇ 판타지 스릴러 드라마의 승리…마지막회 13.4%, 순간 최고 15%

'시그널'은 판타지 스릴러 드라마의 승리다.

지난 1월22일 6.3%로 출발한 '시그널'은 11회에서 10.9%를 기록하며 10%를 돌파하더니 지난 12일 마지막 16회에서 평균 시청률 13.4%, 순간 최고 시청률 15%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전회차를 통틀어 케이블 채널 1위를 달린 것은 물론이고, 시청률 10%를 넘어선 이후에는 지상파도 제치는 파워를 과시했다.

12일 같은 시간 경쟁한 MBC TV '가화만사성'은 12.7%, SBS TV '그래, 그런거야'는 7.5%, KBS 2TV '연예가 중계'는 6.7%로 각각 나타났다. '시그널'은 마지막회에서 지상파 전체를 누르고 동시간 1위를 차지했다.

타깃 시청층이 한정적인 판타지 스릴러 드라마로, 더구나 케이블 채널에서 이같은 성과를 냈다는 것은 방송사에 의미있는 기록이다. 천편일률적인 멜로나 막장 드라마가 판을 치는 속에서 차원이 다른 이야기와 주제의식으로 뚝심있게 승부를 걸어 13.4%까지 시청률이 올랐다는 것은 시청률을 핑계로 매너리즘에 빠진 드라마업계에 신선한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미래는 바꿀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구현된 희망

'시그널'은 과거의 형사 이재한(조진웅 분)과 현재의 형사 박해영(이제한), 그리고 이재한과 어제를 함께하고 박해영과 오늘을 함께 살아가는 형사 차수현(김혜수)의 이야기다.

경찰의 비리와 비위를 조명하고 공권력의 부패를 소재로 한 콘텐츠가 최근 들어 이어지는 속에서 '시그널'은 나쁜 놈들을 잡기 위해 밤낮으로 뛰어다니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포기하지 않는 집념을 발휘하는 형사들의 이야기를 그리며 안방극장에 희망을 불어넣었다.

과거와 현재의 형사가 무선을 통해 교신하며 공조수사를 펼친다는 판타지가 황당해 애초 출연을 거절했던 조진웅은 1980년대의 구조적 비리에 절망한 이재한이 미래의 형사 박해영에게 "20년 뒤에도 그렇습니까?"라고 물어보는 대목에서 생각을 바꿨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포기하면 잘못된 것의 악순환은 끊어지지 않고,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고 '시그널'은 매회 이야기했고, 돈도 '빽'도 없는 일개 형사가 온갖 방해는 물론이고 목숨의 위협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려나가는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물론 그럼에도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고, '시그널' 역시 15년 전 악의 축이었던 국회의원 장영철(손현주)이 오늘도 여전히 '실세'로 군림하고 있는 모습을 통해 씁쓸함을 안겨줬다.

매일매일 터지는 비리와 범죄 사건에서 몸통은 빠져나가고 꼬리만 잡히고는 하는 일을 어제도, 오늘도 우리는 경험하고 있지만 '시그널'은 "잘못을 바로잡아야 과거도 바뀌고 미래도 바꿀 수 있다"는 이재한의 집념이 15년 만에 마침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하는 것을 마지막회에서 보여주며 가슴 떨리게 만들었다.

살인교사도 불사하며 온갖 비리 속에 호의호식해왔던 장영철이 드디어 자신이 저지른 만행으로 발목이 잡히는 모습이 시내 한복판 대형 뉴스 전광판을 통해 보도되는 그 순간을 시청자가 보기까지 '시그널'에서 이재한, 차수현, 박해영은 모두 한번씩 죽었다 살아나야했다.

판타지 드라마인 '시그널'은 이들 주인공 3인을 결국은 차례로 되살려냈지만, 그를 통해 현실에서는 양심과 신념을 포기하지 않고 그러한 악의 뿌리를 도려내기 위해 매진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줬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고, 오늘도 누군가는 하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희망을 드라마는 안겨주는 데 성공했다. 특히 이재한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나선 차수현과 박해영의 긴 드라이브는 그 길 끝에 희망이 있을 것임을 시사하는 세련된 열린 결말로 기억될 것이다.

◇ 실제 사건 모티브로 매회 한편의 영화·배우들 빛나는 연기

'시그널'에서 그린 여러 범죄사건들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해 흥미를 높였고, 이야기 전개 과정은 매회 한편의 영화처럼 높은 완성도를 보여 화제가 됐다.

김은희 작가의 매력적인 대본에, '성균관 스캔들'과 '미생'을 통해 디테일에 있어 집요함을 발휘한 김원석 PD의 연출은 찰떡궁합이었다.

여기에 분량과 상관없이 이 드라마 출연을 선택한 톱스타 김혜수의 매력적인 연기와 조진웅의 진심을 담아낸 투혼, 이들 두 선배와 보조를 맞추는 데 성공한 이제훈의 연기 삼박자가 매끄러운 앙상블을 빚어냈다.

과거에 손을 댈 때마다 현재가 바뀌고, 그로 인해 많은 일이 뒤죽박죽되는 이야기는 이미 '나인 : 아홉번의 시간여행' 등을 통해 경험했지만 '시그널'은 작가와 연출, 배우가 누구냐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할 수 있음을 증명해보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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