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리스’는 중년 펑크 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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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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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성 20주년 정규 7집 “다시 시작하는 앨범”

 ‘골 때리던’ 악동들이 철이 들었나 보다. 분노한 청년 폭도처럼 저돌적이던 이들이 젊음을 외치며 한바탕 파티를 하더니 꽤 어른스러워졌다. 계몽이나 선동 대신 현실에 렌즈를 들이대고 세상을 곱씹어보기 시작했다.

올해로 결성 20주년을 맞은 1세대 펑크록 밴드 노브레인(이성우, 정민준, 황현성, 정우용)의 음악 변천사다.

5년 만에 발표한 정규 7집 ‘브레인리스’(Brainless)에 담긴 메시지는 나이 듦을인정하듯 시야가 넓다. 나이 먹는 걸 감추고픈 본능도 있을 텐데 ‘우린 아직 젊다’고 억지 부리지도 않았다.

“노브레인 음악의 시즌3가 시작된 거죠. 7집은 또 한 번의 마침표를 찍고 다시 시작하는 앨범입니다”(이성우)

젊음과 청춘을 응원하던 노브레인은 이번엔 중년의 문턱을 앞두고 자신들의 시야로 보는 세상을 노래한다. 감정의 필터링도 없고, 머리로 계산하지도 않은 이야기들이어서 되레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최근 종로구 수송동에서 인터뷰한 멤버들은 “7집은 중년 펑크의 표본”이라며 “앨범 주제는 ‘나이를 먹었는데도 답을 모르겠다’이다”라고 웃었다.

“우린 아직 젊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20대 친구들에게 큰 형님이 됐죠. 그러나 어른이라고 하기엔 철딱서니 없고, 아빠가 됐으니 어른 행세를 해야 할 것도 같고요. 어른과 젊은이 사이에 끼어 있으니 더 모르겠어요. 똑똑한 척도 해보고 젊음도 외치며 20년을 음악 했는데 어떻게 살아야할지, 사회 부조리를 극복하는 방법이 뭔지 답을 못 찾겠더라고요”(황현성)

주제를 압축해 ‘브레인리스’란 제목을 붙였다. 멤버들은 “뇌가 없는(노브레인) 밴드이니 어울리지 않나”라며 ‘깔깔’ 댔다.

그들의 시선을 따라간 앨범은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어둡다. 6집이 사운드가 묵직했다면 7집은 메시지에 무게감이 있다.

멤버들은 “수록곡 대부분이 화가 나 있어 미성년자 청취 불가곡들이 많다”고 말했다. 의도적으로 공감을 얻으려 한 건 아닌데 자연스럽게 쓰다 보니 대중과 함께 나눌 이야기가 많아졌다고 한다.

또한 앨범에선 드물게 상큼하고 밝은 노래 ‘아직도 긴 터널’은“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라며 “어떻게든 목표가 있어야 맞게 살아가는 걸 텐데, 그 목표점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노브레인은 앨범에서 유일하게 낙천적인 곡을 타이틀곡으로 골랐다. 황현성이 작사·작곡한 ‘내 가죽 잠바’로, 가죽 잠바는 젊음의 자신감을 상징한다.

“록하면 떠오르는 게 가죽점퍼고 이 옷에 애정 있는 사람은 확실히 공감할 노래죠. 가죽점퍼를 입으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자신감이 폭발하는 느낌이 있거든요”(이성우, 황현성)

올해가 20주년으로 크라잉넛과 함께 홍대 인디 음악계의 터줏대감인 노브레인은이곳의 변화에 대한 아쉬움도 이야기했다. 이들은 20년 전 홍대를 상징하는 클럽 ‘드럭’ 무대에서 첫발을 뗐다.

“화려해졌는데 예전의 화기애애한 느낌들이 사라졌죠. 여러 문화가 유입해 뒤섞이며 예전처럼 음악으로 빛나던 홍대가 아니게 됐어요. ‘홍대’는 음악이란 고유명사가 퇴색하면서 침체한 것 같아요”(이성우, 정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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