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업종의 대규모 실업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핵심 대책인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둘러싸고 정부와 노동계가 갈등을 빚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고용노동부 장관 주재로 고용정책심의회를 열어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했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제도는 대규모 해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업종을 정부가 지정해 사업주와 근로자를 다양하게 지원하는 제도다.
지난해 이 제도가 도입된 후 실제 시행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앞으로 1년간 고용유지지원금 상향 조정, 직업훈련비 지원 확대 등 조선업체 근로자들의 고용 유지와 실업대책을 위해 모두 7500억원을 투입하게 된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 스리’로 불리는 대기업 3사는 지원대상에서 제외키로 한 결정이 노동계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이 같은 정부 발표가 나오자마자 “대규모 정리해고를 받아들여야만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원대상으로 선정하겠다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거나 “대형 조선사 노조가 쟁의행위를 예고했다는 이유로 지원대상에서 뺐다면 잘못된 판단”이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고용노동부는 “대형 3사는 상대적으로 물량이 많이 남아 있어 일정 기간 고용 유지 여력이 있다”고 이들 업체를 지원대상에서 제외한 이유를 설명했으나 이들 업체가 파업을 결의한 상황도 배경이 됐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기권 노동부장관은 “3사를 지원하려면 국민을 설득하는 게 중요한데 노동계가 파업한다면 설득력이 많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에 대한 지원액은대부분 고용보험료에서 충당되며 이 중에는 ‘빅 스리’보다 훨씬 여건이 열악하고 영세한 기업의 근로자들이 낸 보험료도 포함돼 있다. 경영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중소기업 직원들은 엄두도 내지 못할 복지혜택을 누려오던 대기업 근로자들보다는 협력업체나 하도급업체의 근로자들을 위해 우선 이 돈이 사용돼야 한다는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더구나 대형 업체 노조들이 ‘총고용 보장’ 등 비현실적인 조건을 내걸고 파업까지 결의한 마당에 이들을 지원할 명분은 더욱 퇴색할 수밖에 없다.
‘빅 스리’ 업체의 노조와 노동계는 정부와 기 싸움을 벌이기보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구조조정의 고통을 최소화하면서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우리 조선업이 다시금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회복할 방안을 마련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고용부는 ‘빅 스리’ 업체에 아직 여유가 있다고 하지만, 추가 수주가 어려운 상황에서 일감은 바닥나고 있고 해외 거래처들의 신뢰도 잃어가고 있는 터여서 시간이 많지 않다. 조선업종의 구조조정은 20만명에 달하는 업계 종사자들의 생계가 달려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의 명운을 좌우할 중차대한 과제다.
특별고용업종지정 이후에도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될 사내외 하도급업체 비정규직 근로자의 생계 지원 등 고용 안정을 위한 후속 대책도 산적해 있다. 정부도 불필요하게 노동계를 자극하는 언동은 자제하고 구조조정의 원칙과 명분을 지키는 한도 안에서 대형 업체 근로자들의 요구에도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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