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불만을 품은 중국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중국 관영 언론 매체들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들이 입이라도 맞춘 듯 사드에 대한 총공세에 나선 것은 물론 한류를 배척하거나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환구시보(環球時報) 인터넷판은 지난 4일 사설에서 “사드로 인한 중한 관계 경색은 한국 연예 산업의 침체를 촉발할 것”이라면서 “중국 내 한류 스타의 활동 제약에 대해 한국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중국 미디어 정책을 담당하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이 한국 연예인들의 출연 금지를 각 방송사에 통보했다는 중화권 언론 매체들의 미확인 보도도 나왔다. 중국판 트위터 시나 웨이보의 여론 조사에서는 28만명의 응답자 가운데 86% 이상이 “최근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한국 연예인의 출연을 금지한다면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관한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한류 연예인들이 중국 내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는 구체적인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국 현지 방송이 제작한 드라마에 출연한 한국 여배우가 종영을 코앞에 두고 하차할 위기에 처했는가 하면 한 걸그룹은 예정된 공연을 하루 앞두고 일정 취소를 통보받았다.
중국 내 반한 움직임의 여파는 한류 위축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 당국은 한국을 상대로 한 상용 복수비자 발급과 관련한 초청장 업무를 대행하던 중국의 한 업체에 대해 3일 자로 자격정지 결정을 내렸다. 이로 인해 중국을 사업 목적으로 방문하는 한국 기업인 등의 상용 비자 방문이 한층 까다로워졌지만, 이 조치가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의 일환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새로운 규제는 아니어서 중국 측으로서는 “기존의 규정을 적용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할 여지가 크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경제는 상호의존하고 있는 데다 서로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등 국제무역관행 준수 의무를 지고 있으므로 중국이 노골적인 경제보복에 나설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이처럼 한편에서는 불붙은 반한 여론을 방관하고 다른 편에서는 우리 기업에 ‘법대로 규제’를 들고나올 경우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것이 고민거리다. 항상 ‘대국’임을 강조하는 중국이 이런 옹졸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기를 바란다.
우리 정부나 언론, 국민도 중국의 움직임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 아니라 원칙을 갖고 의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북한의 핵과미사일 위협에 맞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방어수단을 강구하는 것이 중국의 보복을 당해야 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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