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초련’은 일찍 여문 곡식이나 풋바심 곡식으로 가을걷이를 할 때까지 대어 먹는 것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여기서 풋바심이란 채 익기 전의 벼나 보리를 지레 베어 떨거나 훑는 걸 말한다. 벼를 베기엔 아직 이른 시기에 채독이 바닥나버리는 살림살이 형편은 우리네 옛 연중 통과의례였다. 이때에 덜 익은 햅쌀을 조금 앞당겨 탈곡하여 어려운 고비를 넘기는 가정의 식량대책이 곧 초련이었던 거다.
그냥 바심이라고도 하는 풋바심은 50대 이상의 농촌 출신이라면 다 알고 있을 우리네 애달픈 생활용어였다. 경상도에선 이른 가을날의 풋바심 곡식을 두고 ‘초랑양식’이라 하던 걸 어른들로부터 들으며 자랐다. 그 초랑이 첫가을을 뜻하는 한자말 ‘初凉(초량)’이 아닐는지, 나아가 초련까지도 이 말의 음운변형이 혹 아닐는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아무튼 추석을 한 스무날 앞둔 요즘이 바로 초련을 위해 풋바심을 해야 했던 바로 그 어름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추석 수요를 겨냥한 조생종 햅쌀이 나오기 시작한다. 옛날 같으면 겨우 초련을 장만할 시기이지만 요즘은 조생종 덕분에 잘 익은 햅쌀을 한여름 끄트머리서 사먹게 된 거다. 만생종 쌀보다 거의 배에 가까운 값 때문에 조생종 쌀 재배 농가가 근년 들어 제법 늘었다. 지금 나오는 햅쌀은 80kg 한 가마당 25만 원 안팎을 받는단다. 조생종에 쌀농사의 승부를 걸어봄직도 하겠다 싶다. 아련한 ‘풋바심’ 향수에 젖어 ‘햅쌀초련’을 하고픈 사람들의 입맛도 쌀시장의 한 모퉁이 블루오션일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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