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 행정
  • 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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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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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봉황(鳳凰)은 상상의 새다. 서조(瑞鳥)로 일컬어진다. 성인이 태어나면 나타난다는 새다. 수컷이 鳳이고 암컷은 凰이다. 봉황과 관련한 옛 어록들도 풍성하다. 한두 가지만 옮겨본다. “봉황은 치세에는 나타나고 난세에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오동(梧桐)이 아니면 깃들이지 아니하고 죽실(竹實)이 아니면 먹지 아니한다”고도 했다.
이렇게 귀한 새가 ‘빨아먹기 좋은 사람’이란 뜻도 갖고 있으니 희한하다는 생각도 든다. “봉을 데리고 왔으니 술값은 걱정 말게”라는 용례를 소개한 국어사전도 있다. 술값뿐만 아니다. 거래에서 봉 노릇을 하고는 뒤늦게 가슴을 치는 사람을 보기가 어려운 것도 아니다. 상상의 세계에나  있다는 새가 우리네 범속한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것 같아 뜻밖이기도 하다.

상주시가 손해배상 소송을 건 (주)농본에 보조금(국·도·시비)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금은 자그마치 4억5000만원이다. (주)농본은 이 돈으로 가공시설을 짓고 있다는 모양이다. 지자체가 소송 중인 상대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다니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얘기다. 어제아침(30일) 경북도민일보를 보면 그 전말이 자세히 소개 돼 있다. 마치 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필경 무슨 곡절이 있을 것이다. 상주시의 행정이 대충대충 넘어가다 벌어진 사태가 아닌가 하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 모양이다.
(주)농본은 상주시장을 주민소환하려다 실패했다. 때문에 지역은 갈등을 겪었다. 보조금을 지원받고는 손해배상까지 청구했다. 재판 결과가 기다려진다. (주)농본은 ‘꿩 먹고 알 먹는’ 사태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시민들은 혈세가 ‘봉 노릇’을 하는 사태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봉’ 노릇은 어리숭한 사람이 도맡아 하게 마련이다. 셈속이 느리기 때문에 늘 손해를 보며 산다. 주민들은 (주)농본 눈에 상주시가 그렇게 보이는 것으로 여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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