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평생 망치자루 한번 쥐어본 일이 없을 것만 같은 함석헌(咸錫憲) 씨가 ‘생활에서 나타난 고민하는 모습’이란 글에서 건축을 화제삼았다. 그 가운데 일부분이다. “예술 중에서도 일반 민중의 이상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은 건축이다. 건축은 그 시대의 생활 이상이 실지로 형상을 갖고 나온 것이다. 한 민족이 어떤 환경을 가지고 그것을 자료로 삼아 어떻게 자기를 나타내느냐 하는 것이 건축이다. 불교사원은 곧 불교요, 고딕 건축은 곧 중세의 신앙이다. 우리의 건축도 우리의 초상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2일 일어난 경주 지진은 조선조 이래 오랜만에 겪어보는 재앙이다. 때문에 규모 5.8에 온 나라가 발칵 뒤집히다시피 야단법석이다. 그만큼 대비가 적었다는 반증이기도 할 게다. ‘지진 안전지대’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살았고 보니 안전에 둔감해져서 통 큰 백성 노릇을 해온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렇고 보니 건물이고 뭐고 대충대충 눈가림 해놓고 허가만 떨어지면 모르쇠로 뻗대어온 사례가 한두 건이 아니다.
문호 괴테가 참 똑 떨어지는 소리를 했다. “건물은 세 가지를 주의해 봐야 한다. 그것이 올바른 장소에 서 있는가? 그것이 안전하게 되었는가? 그것이 잘 관리되고 있는가?” 포항시가 귀담아 들어둘 충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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