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 목판 500여년 만에 복원한다
  • 이영균기자
삼국유사 목판 500여년 만에 복원한다
  • 이영균기자
  • 승인 201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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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 내년까지 조선 초기·중기 판본 집대성한 경북도 교정본 다시 새겨
   
   
   
 
▲ 사진 위에서부터 삼국유사 목판사업 조선 중기 완료보고회 및 경상북도본 정본화 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는 모습. 도감소공방에서 인출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삼국유사 목판 모습.

[경북도민일보 = 이영균기자]  조선 초기·중기 판본삼국유사 목판 500여년만에 복원한다.
 삼국유사의 저자, 보각국사 일연선사는 1206년 경북 경산에서 태어나 포항, 청도, 달성, 경주 등지를 거쳐 군위 인각사에서 삼국유사를 집필하고 1289년 이곳에서 입적했다.
 총 5권 2책으로 이뤄진 삼국유사는 목판으로 제작돼 다수의 인쇄본이 발간됐지만 1512년 경주부윤 이계복(李繼福)이 간행한 임신본을 마지막으로 목판은 자취를 감추게 된다.
 500여년이 지난 2014년 경북도에서는 ‘삼국유사 목판사업’을 계획하고 2017년까지 삼국유사의 조선 초기·중기 판본과 이를 집대성한 경북도 교정본을 목판으로 복원키로 한다.
 왜 경북도는 삼국유사를 복원하는 것일까? .
 일연 스님의 고향이자 주요 활동 지역이 경상도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 국보 제306호로 지정된 삼국유사의 가치를 살려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삼국유사의 역사·문학사적 가치
 삼국유사는 제왕운기와 더불어 단군신화를 전하는 유일한 기록이다.
 삼국유사가 있었기에 대한민국은 단군신화를 국조로 하는 반만년 역사를 천명할 수 있다.
 고구려와 백제, 신라의 삼국 뿐만 아니라 고조선과 위만조선, 마한, 낙랑국, 오가야, 발해 등 고대 여러나라에 대한 자료를 남기고 있다.
 이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반박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자료이기도 하다.
 문학사적으로 삼국유사에는 도솔가, 안민가, 제망매가, 처용가, 헌화가 등 14수의 향가가 실려 있다.
 이는 균여전과 함께 유일하게 향가가 실려있는 문헌이다.
 차자표기, 서기체, 이두사용 등은 한국 고대어 연구의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삼국유사에 실린 144개의 시와 이야기는 그리스 로마신화를 뛰어넘는 민간 설화로 국정교과서 단골메뉴로 등장하며 서울대 권장도서로 선정될 만큼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종교적·시대적 의미
 삼국유사가 없었다면 한국 불교 역사에는 큰 공백이 있었을 것이다.
 삼국유사에는 수많은 절과 탑, 불상의 유래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불교가 전래·수용·공인되는 과정 및 토착신앙과 불교가 융화하는 모습 등 풍성한 불교 이야기를 전하고 있어 한국 불교사의 보물과 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삼국유사를 편찬하게 된 시대적 배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삼국유사 완역본을 펴낸 고려대 최광식 교수는 “삼국유사는 몽고 침입 후 황룡사와 대장경이 소실된 극한의 상황에서 일연 선사가 민족 문화유산을 남겨야 하겠다는 일념으로 삼국유사를 저술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 위대성을 극찬한 바 있다.
 
 -경북도의 시대적 사명이자 숙명
 
삼국유사는 13여종의 판본만 남아있을 뿐 목판본은 전해지지 않는다.
 삼국유사의 고장 경북도는 경상도 개도 700년과 신도청 시대를 기념하기 위해 ‘삼국유사 목판사업’을 문화융성 시대의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기에 이른다.
 이 사업은 도와 군위군이 주최하며 한국국학진흥원이 주관한다.
 현존하는 삼국유사의 판본을 모델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연도별로 조선 중기 판본과 조선 초기 판본, 이를 집대성한 경북도 교정본을 각각 1세트씩 목판으로 판각해 전통 방식으로 인출하는 사업이다.
 인출된 책자는 대학, 도서관, 연구기관 등에 보급해 삼국유사의 이해와 고대사 연구의 기초자료로 제공된다.
 판각된 3개의 목판 세트는 각각 신도청과 군위군, 한국국학진흥원에 보관되어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문화융성 위한 거보(巨步) 내딛다
 
도는 이 사업을 위해 2014년 TF팀을 구성, 국비를 확보하고 학술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사업추진의 당위성을 마련했다.
 그해 2월 국내 최고 전문가를 추진위원과 자문위원으로 위촉하고 출범식을 가져 본격적인 사업 추진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판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3개월간 10여차례의 자문위원회를 열어 고증작업을 거쳤다.
 서울대 규장각본(국보 제306-2호)의 실측을 토대로 목판 원형을 설계하는 등 보다 완벽한 목판 제작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왔다.
 2014년 초에는 서류전형과 기술평가를 거쳐 전국의 내노라하는 각수 최종 8명을 선발했다.
 도는 삼국유사 판본을 단순히 목판으로 복원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공정을 거치기 위해 홈페이지를 구축해 추진 전 과정을 공개하고 이를 영상기록으로 남기게 된다.
 삼국유사 관련자료 전시와 판각·인쇄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체험관을 2014년 7월 삼국유사 역사테마공원 내에 설치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도는 삼국유사 목판사업을 통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복원하고 기록문화유산을 바탕으로 한 문화융성의 시대를 열기 위해 큰 걸음을 내딛고 있다.
 이러한 노력과 염원을 담아 2014년 발표된 유교책판 6만4226장의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 추진에도 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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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 목판 다시 새기는 의미는…   
그 시대 사람들 사상·생활상
즉 문화를 복원하는 대역사

▲ 김관용 경북지사

 전통문화유산을 복원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순히 역사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정도로만 이해하는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의 형상을 단순 복원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의 사상과 생활상, 즉 문화를 복원한다는 점이다.
 문화유산 복원은 고유한 전통의 문화와 민족 정체성을 되살리는 것이고 이는 바로 문화융성의 미래를 열어가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인쇄문화의 원형인 목판은 선조들이 한자 한자 손으로 새겨 후손에게 전해 주려 했던 고귀한 정신문화의 산물로서 인쇄술을 넘어 최고의 예술품이기도 하다.
 오늘날 이런 기록문화유산의 가치는 세계가 인정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들은 그 소중함과 우수함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목판 복원은 조상들이 남겨준 지식 정보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첫걸음이며 전통 문화를 계승하고 그 우수성을 널리 알릴 수 있는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일연 스님이 군위군 인각사에서 저술한 삼국유사는 삼국뿐만 아니라 고조선을 비롯해 부여, 고구려, 발해, 가야 등 고대국가 역사를 망라하고, 단군 등 시조신화, 불교, 민속신앙, 서민생활상, 고대문학에 대한 자료도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는 역사서이다.
 한민족사의 자주성과 문화의 우수성을 뚜렷이 인식할 수 있는 절대적 가치를 지닌 위대한 문화유산인 것이다.
 경북도는 2014년 국비를 확보해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8월부터 3종의 판본 중 가장 먼저 조선중기 판본인 ‘중종 임신본’ 판각을 연내 완료를 목표로 실시했다.
 올해초에는 전통 방식으로 인출 제작한 책을 연구소, 대학 등 관계기관에 보급하게 된다.
 또한 군위군에 소재한 삼국유사 역사테마공원에 전시체험관을 열고 홈페이지도 개설해 복각 전 과정에 대한 자료를 공개했다.
 이는 누구나 관련 자료를 쉽게 활용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전통 목판인쇄 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한 것이다. 이 사업은 지난해 10월 한국학진흥원 소장 ‘유교책판 718종 6만4226장’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성공에도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
 도는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르 클레지오’작가가 “삼국유사 목판 복원은 아주 흥미로운 일”이라며 삼국유사의 문학적 가치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일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목판 복원, 번역, 해외보급 등 다양한 방면에 상호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이처럼 삼국유사 목판사업은 삼국유사의 역사적·문화적 의의를 다시 밝히고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회복하기 위한 민족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경상도 개도 700년’을 맞아 도청 신도시 이전을 기념하고, ‘새로운 천년의 신도청 경북시대’와 ‘문화융성의 시대’를 열어나가는데 필요한 경북의 자존감을 되살릴 수 있는 매우 뜻 깊은 일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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