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역서 만든 뮤지컬로 지진·태풍 시름 달래다
  • 이경관기자
우리지역서 만든 뮤지컬로 지진·태풍 시름 달래다
  • 이경관기자
  • 승인 201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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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경주시 공동제작 뮤지컬 ‘형산강에는 용이 산다’ 리뷰
▲ 지역에서 창작한 뮤지컬 ‘형산강에는 용이 산다’가 자연재해로 지친 지역민들의 마음을 달랬다. 사진은 공연 모습.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신분은 위·아래를 가르고, 권력은 좌·우를 가르는 구나”
 지난 6일 오후 7시 20분 포항시와 경주시가 공동 제작한 뮤지컬 ‘형산강에는 용이 산다’를 보기 위해 경주예술의전당을 찾았다.
 이번 뮤지컬은 9·12 지진과 태풍 ‘차바’로 피해를 입은 경주, 포항 시민들을 위로 하기 위해 전석 무료로 진행됐다.
 개성 있는 연출로 대중들에게 사랑 받는 이윤택 연출가가 총감독을 맡았으며 뛰어난 스토리텔러로 정평이 난 김지용 포항시립연극단 상임연출이 대본을 썼으며 서울대 음악대 작곡가 교수로 있는 최우정 교수가 작곡 및 음악총감독으로 나서는 등 뛰어난 역량을 자랑하는 스텝들이 총출동한만큼 많은 지역민들이 공연장을 찾은 모습이었다.
 특히 이날 공연에는 신라 태자 ‘김충’역에는 김상권, 김충의 연인 ‘최한경’역에는 강효녀, ‘낙랑’역에는 권순희, ‘경순왕’역에는 황옥섭이 출연하는 등 포항시립합창단 단원들이 주인공으로 참여해 기대를 모았다.
 “가자. 가자. 저 파도 넘어 무엇이 있을까”
 극은 해상무역의 통로를 열기 위해 배를 타고 떠난 신라의 태자 ‘김충’과 그 일행이 태풍을 만나 헤쳐 나가는 모습으로 시작됐다.
 뮤지컬 ‘형산강에는 용이 산다’는 지역에 전해지고 있는 설화 ‘형제산의 단맥’을 원형으로 하고 있다.
 이 설화는 ‘퇴락한 신라의 발전을 위해 기도하던 태자가 뱀이됐고, 다들 그를 무서워했으나, 한 아이가 그를 용이라 불렀다’는 이야기로 뮤지컬 ‘형산강에는 용이 산다’는 이 설화를 원형으로, 다양한 허구적 스토리를 가미, 재해석한 작품이다.
 김충 역을 맡은 김상권 씨는 뛰어난 가창력과 안정된 연기력으로 무대를 압도했다. 신라의 부흥을 위해 애쓰며 자신의 계획을 실현시키고자 달려가는 김충의 모습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해상무역의 통로를 개척하고 돌아온 김충은 경순왕을 대신해 대리청정을 하고 육두품 폐지, 천도(遷都) 등 개혁안을 추진한다.
 진골귀족들은 이에 반발하고, 경순왕은 김충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고려의 공주 ‘낙랑’과 정략결혼을 진행한다.
 개혁안 반대와 정략결혼까지. 위기에 놓인 김충에게 그의 연인 ‘최한경’과의 사랑은 유일한 휴식처였다.
 ‘최한경’역을 맡은 강효녀 씨는 연신 높은 음이 이어진 노래를 자유자재로 소화하며 김충을 향한 순애보적인 사랑을 표현했다.

 고려의 공주 낙랑은 김충과 정략결혼을 하기 위해 서라벌에 도착한다. 김충의 개혁이 성공하면 고려에 위협이 될거란 생각을 한 낙랑은 김충을 고려의 세력으로 편입코자 유혹하지만, 김충은 넘어 오지 않았다.
 이 때, 김충과 낙랑이 주고 받는 노래는 극의 긴장감을 조성하며, 무대의 분위기를 장악했다. 특히 낙랑역을 맡은 권순희 씨는 절제된 감정 속에서도 고려를 위한 낙랑의 카리스마를 뿜어냈다.
 낙랑은 결국, 김충을 대신해 ‘경순왕’과 혼인하며 신라를 고려 속으로 편입하려는 계획을 이어갔다.
 화려한 색감의 의상을 입은 배우들이 군무와 함께 사물놀이를 선보이는 혼인 장면은 이윤택 연출가 특유의 연출기법으로 한국적인 정서와 함께 극의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했다.
 김충의 개혁은 궁핍한 삶을 살았던 신라의 백성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  백성들은 천도로 인해 늘어나는 일자리와, 신분에 관계 없이 관직에 등용할 수 있을거라는 기대에 부풀며 김충을 찬양한다.
 “낡은 것은 버려야 합니다/무엇이 낡았단 말이냐/ 신라는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이대로는 가망이 없습니다”
 백성들의 김충을 향한 찬양을 들은 경순왕은 분노하며 김충의 개혁은 실패했다고 선언한 뒤 대리청정을 거뒀다.
 김충의 개혁으로 궁지에 몰린 신라의 상대등 ‘김첨표’는 후백제와 내통해 반란을 일으키지만, 김충은 자신을 따르는 백성들의 도움으로 후백제 군사들을 몰아낸다.
 그러나 이 속에는 김첨표 일당의 모략이 숨어있었다. 김첨표는 김충이 후백제와 내통해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뒤, 왕위를 물려 받을 것’이라는 서신을 김충의 연인인 최한경의 집에 숨겨 놓은 것이었다.
 경순왕은 김충을 오해하고, 그에게 사약을 내리고, 김충은 연인인 최한경과 함께 배를 타고 남쪽으로 떠나며 극은 막을 내렸다.
 “이제야 사람 사는 세상 같다”고 외쳤던 백성들의 노래는 김충의 떠남으로 끝났지만, 그 노래는 역설적으로 무대 아래 객석을 가득 메우고 있는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남겼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경주시민 김미자(59) 씨는 “신라 천년의 고도 경주가 지진과 태풍으로 휘청이는 이때에 지역에서 만든 뮤지컬을 관람하며 조금의 힐링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포항에서 온 또 다른 관객 박현호(41) 씨는 “포항시와 경주시가 합작해 만든 작품이라고 하는데 지역에서 만든 작품이라 생각키 어려울 정도로 높은 퀄리티를 자랑했다. 재미있었다”고 밝혔다.
 지진과 태풍으로 상처를 입은 지역민들에게 뮤지컬 ‘형산강에는 용이 산다’는 그 자체로 큰 위안이 됐으며 지역 문화 콘텐츠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한편 포항에서는 오는 12월 27~30일까지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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