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 헛바퀴
  • 김용언
석달 헛바퀴
  • 김용언
  • 승인 2016.10.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앞에 ‘헛’을 달고 다니는 낱말치고 좋은 뜻을 지닌 것은 없다. 아무런 보람도 없이 ‘헛고생’을 하고 ‘헛걸음’하면 ‘헛심’만 빠진다. 축구선수의 ‘헛발질’과 야구선수의 ‘헛방망이’와 사냥꾼의 ‘헛불’은 결국 ‘헛다리’짚는 짓이다. ‘헛배’가 부른 사람은 ‘헛방귀’를 뀌게 마련이다. 교교(皎皎)한 달빛 아래 ‘헛맹세’를 일삼는  바람둥이는 ‘헛물’ 켜기 십상이다.
말 또한 조금도 다르지 않다. ‘헛된말’에 익숙해지다보면 매사에 ‘헛손질’만 하다가 끝나고 만다. ‘헛공론’을 일삼다가 ‘헛소리’나 하는 사람으로 낙인 찍히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헛헛증’까지 생길 듯 싶기까지 하다. 이문구의 관촌수필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그네들이 밤참 먹는 낌새를 맡기만 하면, 나도 덩달아 속이 헛헛하고 굴품해서 얼마나 많은 군침을 삼켰는지 모른다. ”

원구성을 해놓고도 석달이 지나도록 헛바퀴만 돌리는 지방의회가 있다. 영주시의회가 그렇다. 후반기의장단 선거에서 김현익 의원이 8표를 얻어 당선됐다. 차점자는 6표를 얻은 강정구 의원이다. 다수결로 결판이 났는데도 낙선후보 지지세력 6명이 투표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들은 시의회 본회의엔 석달 내리 참석한 일이 없다. 그러면서  상임위 활동은 계속하고 있다. 불복 이유는 간단하다. 재선의원이 4선의원을 제치고 의장석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기 싫다는 것뿐이다. 뭔가 이상하다.
정치인에게 선수(選數)는 관록과 중량감의 잣대나 다름없기는 하다. 같은 의원신분이지만 모임에서도 다선의원은 상석으로 모시는 게 정치판의 예의이기도 하다. 그런데 막상 의장선거에서 ‘반란’이 일어났으니 가랑이 사이로 공이 빠져나간 축구선수만큼이나 무색하게 되어버렸다. 법에 없는 다선 우대 예의가 영주 시정을 석달이나 헛돌게 하고 있다. 이 불화반목 대치상태는 언제 마침표를 찍을지 알 수 없다고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