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발림
  • 김용언
겉발림
  • 김용언
  • 승인 201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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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눈속임을 하는 표현으로 많이 쓰이는 것이 양두구육(羊頭狗肉)이다. 상점 밖에 품질 좋은 상품을 내걸고 정작  안에서는 하급품을 파는 속임수다. 옛 중국의 춘추시대에 제나라 영공은 궁내에서만 미인들의 남장을 허용했다. 그러나 궁밖에서도 남장미녀들이 늘어나기만 했다. 임금의 금령이 지켜지지 않는 이유를 안자가 ‘양두구육’같은 것이라고 설명하자 양공은 금세 알아듣고 궁내 여인들의 남장을 금지했다. 효과는 궁 밖에서도 즉각 나타났다.
우리 토박이말에도 똑같은 뜻을 지닌 말은 있다. 예컨대 ‘겉발림’이 그 하나다. 속과 다르게 겉만 그럴듯하게 발라맞춤이라고 사전은 풀이한다. 눈가림이나 눈속임도 같은 계열이다. 흔히 말하는 사기요, 기만이다. 이런 글이 있다. “실로 기만이 행(幸)을 가져 오는 것은 불가사의의 세계다. 첫째 그 세계에는 기괴(奇怪)가 어떤 신뢰감을 주기 때문이다.그 괴상한 사건들은 전혀 우리들의 보통 추리(推理) 밖의 것으로서 그것을 뒤집을 만한 방편을 미처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M.E.몽테뉴>

대구에서 신종 사기수법이 덜미를 잡혔다. 사기꾼은 건설현장 책임자를 사칭하며 일꾼들과 장기 투숙하겠다고 먼저 여관주인이 입맛을 다시게 한다. 그 다음엔 여관주인의 휴대전화를 빌려 마치 은행에서 입금내역을 보낸 듯 조작한다. 그러고는 그 속에 자재비도 들어있으니 투숙비를 빼고 돌려달라고 요구해 ‘먹튀’한다. 이 수법이 쉽게 먹혀들었는지 전국에서 95회에 걸쳐 1억6000만원을 가로챘다고 한다.
요즘엔 등치는데도 휴대전화가 곧잘 이용되는 모양이다. 디지털기기가 손에 익지않은 사람들은 봉이 되고 만다. 문명의 이기를 잘 다뤄도 속임수가 교묘하면 자칫 넘어가는 일도 생긴다. 은행은 아직도 신용의 상징이어서 은행에서 보낸 문자라면 믿게 마련이다. 사기꾼은 이 맹점을 악용한다. 의심과 확인말고는 달리 방법이 있을 것 같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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