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8선녀(八仙女)가 아직도 돌다리 위에 있다가 정면으로 성진과 마주쳤다. 성진이 합장하여 말하기를 <여러 보살들이여, … …돌다리는 좁고 보살들은 그 위에 앉아 있어서 남녀 사이인데 가까이 비켜갈 수 없으니 원컨대 길을 잠시 빌려 주소서>라고 했다. 8선녀들이 왈 <첩들은 위부인 시녀들입니다. 부인의 명을 받들어 육관대사에게 문안드리고 돌아가는 길에… 도인이 여인들을 제치고 다리 위를 지나는 건 예가 아니오니 돌아가소서…>’
조선 숙종 때 작가 김만중이 쓴 ‘구운몽’에서 주인공 성진과 팔선녀가 첫 대면하여 서로가 희롱을 시작하는 장면이다. 구운몽(九雲夢)은 부귀영화도 색(色)도 다 부질없다는, 인생무상 이야기다. 육관대사 제자 성진은 8선녀를 희롱한 죄로 한나절 낮잠 동안 꿈속에서 유배를 당해 양소유(楊小游)로 인간세상에 태어난다. 소년등과하여 하북의 삼진과 토번의 난을 평정한 공으로 승상이 되며 위국공에 봉해지고 부마가 된다. 그러는 동안 그는 8선녀의 후신인 정경패 이소화 진채봉 가춘운 계섬월 적경홍 심요연 백릉파 이 여덟 여자들과 만나고 아내로 삼아 영화롭게 살지만 끝에 가서 인생무상을 느끼고 8선녀와 함께 불문에 귀의한다는 내용이다.
박대통령이 최순실을 사과하기 전이라면 많은 국민들이 단연코 대통령을 미워하는 사람들이 지어낸 이야기쯤으로 치부해버릴 법한 어이없는 소리다. 하지만 지금 시정(市井)에서는 이 팔선녀도 사실일지 모른다는 생각들이 팽배하다. 제발 사실이 아니길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이 되레 안쓰럽다. 도대체 이 정권 출범 이후 대통령 주변의 몇몇 아녀자들 사이에서 정말 무슨 일들이 벌어졌던가 싶으니 대통령을 믿어온 시간들이 억울하다. 그동안 무겁게 여겨온 국사(國事)마저 코미디로 느껴지는 오늘이다. 권력, 구운몽만큼이나 무상한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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