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경주’ 결코 무너진 탑 아니다
  • 정재모
‘관광경주’ 결코 무너진 탑 아니다
  • 정재모
  • 승인 2016.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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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경주지진이 있은 후 한동안 계속되던 여진이 사그라지고 있다.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8일 오전 현재 여진은 모두 513회였다. 하지만 최근 나흘(92시간) 동안 내리 규모 1.5 이상의 여진은 발생하지 않았다. 5.8 지진 발생 이후 두어 달 만에 ‘잔불’이 정리돼 가는 느낌이다. 지역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온 국민을 불안하게 했던 경주지진도 서서히 옛일이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여파만은 혹독하다. 경주 관광숙박업이 지금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10월 관광객은 178만명이었으나 올 10월은 74만여명이었다. 지진이 발생한 지난 9월 관광객은 56만8000여명이었다. 작년 9월은 107만명이었다. 관광객들이 지진불안으로 경주 관광을 꺼리는 현실을 보여주는 참담한 숫자들이다.
경주 관광객의 급감에 가장 두드러진 요소는 초 중 고등학교들의 수학여행지 외면이다. 불국사지구 유스호스텔 10곳에 수학여행을 오기로 예약했던 학교들은 271개교 3만5000여명이었다. 이들이 몽땅 예약 취소를 했다. 이로 인해 날아간 숙박업소 수입액만도 줄잡아 25억원 가량이란다. 불국사지구 다른 숙박업소 25곳에도 예약 취소에 따른 매출손실이 15억원쯤이다.
보도에 따르면 올 가을 전국 대다수 학교가 수학여행 코스에서 경주를 제외하고 있다. 학교 수학여행단을 주 고객으로 하는 불국사 숙박단지는 올가을 수학여행단을 한 팀도 받지 못했다. 업소들은 파탄지경이라고 아우성이다. 그 무엇으로도 당장 타개할 수 없는 속수무책의 상황이다.

신라 천년의 무진장한 흔적들 때문에 국내 최대의 여행 관광지로 군림해온 경주다. 하지만 규모 큰 한 차례 지진으로 하루아침에 관광경주의 위상이 허물어진 것처럼 보인다. 시민들은 탄식과 절망감에 젖어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관광일번지 경주’라는 탑은 결코 무너지지 않았다. 경주의 수많은 관광자원은 경주 이외의 지역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관광지로서, 수학여행지로서 경주의 독보적 위상은 영원할 수밖에 없다.
지진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재앙 앞에서 누구나 공포심을 갖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은 일상적으로 공포심에 휩싸여서만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다. 여진이 사그라지듯 언젠가는 그 재앙의 공포도 묽어지게 마련이다. 일본 전역이 시와 때를 예측할 수 없는 지진발생지역이지만 일반관광과 수학여행이 없어지는 건 아니지 않은가.
경주는 어려움에 절망의 한숨만 내쉬고 있을 일이 아니다. 지금의 어려운 현실에 차분히 대응하면서 내일을 위해 차별화된 준비를 착실히 한다면 이참의 난관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비록 올가을 수학여행 특수는 놓쳐버렸다고 하더라도 내년 봄 이후를 바라보며 해야 할 일이 있다. 경주가 국내 최고의 지진대비 도시란 이미지를 심어나갔으면 하는 거다.
우선 다른 도시에선 볼 수 없을 만큼 재난대비 태세를 강화하는 운동이라도 벌여 볼 일이다. 숙박업소들의 탈출 비상구 확보 및 지진 시 기민하고도 냉철한 행동요령 확행(確行) 등의 선진화된 시민상을 확립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행동매뉴얼을 갖게 되고 이를 시민 스스로가 잘 지키게 될 때 경주는 ‘웬만한 지진이 나도 괜찮은 도시’란 이미지를 내외에 과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려운 경주의 현실을 타개하고자 도와 시 당국이 노력하고 있다.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는 홍보 차원에서 도지사가 경주에서 숙박을 하기도 했다. K팝 한류스타들도 총출동하다시피 하여 ‘경주관광 살리기’ 공연을 곧 벌일 계획이다. 공영TV에서도 경주특집을 기획하고 있다. 이런 일들이 ‘절대안전’을 담보하는 건 아니지만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몸짓들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불안 심리를 걷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노력에 재난대비 도시를 만들겠다는 시민들의 의지가 보태진다면 더 좋겠다. 시민들이 이런 의지를 불태우며 행동으로 옮길 때 관광도시 경주는 반드시 다시 생기를 얻게 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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