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동해안 어민들 사이에 어깃장이 생긴 가장 큰 원인은 `총허용어획량(TAC)’제도인 것 같다. TAC제도는 정부가 지난 1일 도입했다. 어족자원 관리가 명분이다. 김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은 “임기 안에 TAC제도를 오징어를 비롯한 1~2개 어종에 정착시키겠다”고 밝힌 일이 있다. 지난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주최 `21세기 해양정책포럼’에 초청받아 강연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정작 동해안 어민들은 TAC제도가 어획량을 제한하게 돼 영세어업인들의 생계를 더욱 어렵게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어민을 위해 도입한 제도가 오히려 배척을 당한 꼴이다.
사태가 이렇게 꼬이게 된 것은 근해산 오징어 값의 폭락 탓이다. 전국 근해오징어채낚기연합회 주장에 따르면 8.5㎏들이 한 상자가 8000원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해 시세의 절반 이라고 한다. 남미 포클랜드산 오징어 수입량이 급증해 시중에 마구 풀린 탓이다. 어업허가권 반납이 314건이나 된 배경이다. 기름 값이 다락같이 오른 판에 오징어 어획량마저 규제하니 적자조업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구상하는 대책과 어민이 요구하는 대책 사이엔 상당부분 일치하고 있다. 김 해수부 장관의 강연에 비춰보면 그렇다. 수산직불제 시행, 근해 어선 구조조정이 공통되는 대목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어민들이 요구하는 연근해산 오징어 전량수매에 대한 응답은 아직 밝혀진 게 없다. TAC제도에 대한 기본인식과 함께 조정의 여지가 있는 대목인 것 같다.
그러잖아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피해는 수산업도 막심하다. 앞으로 10년 사이에 8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해양수산부의 추정액이다. 농산물이 그러하듯 수산물 값이 80%이하로 떨어지면 현금 보전해주는 수산물 직불제도 좋지만 더 급한 것은 경쟁력 확보다. 당장 오징어만 하더라도 연근해 어업이 원양 어업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좋은 증거다. 나라 안에서도 이런데 하물며 해양대국들과 어깨를 겨루려면 경쟁력없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을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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