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거짓말’이란 표제어는 국어사전에 올라 있다. 하지만 사전에 나오는 말이라고 마구잡이로 다 써도 좋은 건 아니다. 언어생활에서 섣불리 입에 올려서는 안 될 낱말들이 우리말과 사전에는 너무나 많다. ‘거짓말’도 그런 단어 중의 하나다. 거짓말을 해서도 안 되지만 대화를 하거나 일방적인 말을 하면서 면전의 상대방을 향해 ‘거짓말 하지 말라’ 운운하는 표현도 써선 안 될 말이다. 점잖은 사람들의 점잖은 자리라면 더욱 그렇다.
한 나라의 표준이 되는 말을 이르는 표준어는 각국의 수도에서 쓰는 말을 기초로 한다. 우리나라에선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 표준어다. 정의가 이러할진대 ‘거짓말’이란 단어가 면전의 상대방에게 사용해도 되는 표준적 낱말일 수는 없다. 교양이라곤 손톱끝마디 만큼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범죄혐의자를 추궁하는 바도 아닌 터에 상대방을 향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말을 뱉는 사람을 교양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국회가 본받아도 좋을 영국 의회에서는 아무리 격한 토론 중이라도 상대방을 향해 거짓말이란 말은 절대로 않는다고 한다. 거기라고 거짓말이 없겠는가. 그러나 그 말을 꼭 써야 할 경우에도 그네들은 ‘귀하의 표현에 약간의 오류가 있다’는 정도로 표현한다. 그래도 다 알아듣는다. 오늘 국회에서 최순실 국정조사 제5차 청문회가 열린다. 그동안 국민의 눈총을 참 많이 받은 증인도 나올 예정이다. 풀 먹은 개 욱대기듯 하리라. 하지만 국민들이 보고 싶은 건 알맹이 있는 질문으로 진실을 찾아내는 것이지 듣그러운 표현으로 모욕 주며 호통 치는 국회의원들의 천박한 ‘갑질’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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