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규
살면서 잠시 기댈 곳이라도 없다면
어쩌지요.
차가운 콘크리트 지하도 바닥에
온갖 잡다한 세상의 소식을 찍은
신문지 네모나게 접어 덮고
종이 박스 위에 구겨진 채 잠든
굽은 등과 발가락만
세상 밖으로 내민
때묻은 발가락이 그려낸
꽃송이들 고개를 쳐들며
신문지에 싸여
잠들고 있다
오늘 이곳은 그가 기대는 유일한 세상
지하도 바닥에 내려놓은
한 때의 청춘은 온 데 간 데 없고
숨겨놓았던 발가락은
무심히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에 비밀처럼 고개를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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