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양상이 아니더라도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는 이미 굳어져 있었다. 수입육에 거부 반응을 보이는 서민을 만나기가 힘들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롯데마트는 최근 짧은 기간에 평소의 3~4배나 되는 수입육 판매 실적을 올렸다고 보도됐다. 판매가 중단되지 않았다면 이미 물량이 동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3년5개월만에 다시 들어온 미국산 쇠고기의 싼 값에 소비자들이 몰린 것일 뿐이다.
무엇보다도 청결해야 하는 식품판매대에 쇠똥이나 끼얹는 만행이 경쟁력 격차 해소의 정답이 아님을 소비자들이 행동으로 보여 준 것이다. 경쟁력의 정답이 싼 값임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쇠고기를 사먹으려 해도 비싸기만한 한우 고기값에 엄두도 못냈던 서민들의 욕구까지 가세했고 보면 쇠고기 수요의 봇물이 터진 것이나 다름 없다.
본격 경쟁이 시작도 되지 않았는 데도 완패해버린 한국의 축산업은 이제 어찌할 것인가. 지금부터라도 가격 경쟁력을 기르기 위한 노력에 힘과 슬기를 모으는 길 밖에 달리 묘수가 있을리 없다. 따지고 보면 쇠고기 시장 개방은 이번에 처음 겪는 일도 아니다. 이미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이후 2001년에도 겪은 일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15년 뒤엔 관세 40%마저 없어져 버린다. 이젠 한국 축산업도 내성이 생길 때가 됐다. 이미 쌓은 경험을 바탕삼아 고난을 이겨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지난 2개월여 동안 미국산 쇠고기는 1497곘이나 한국 시장에 들어왔다. 그 가운데 검역에 불합격 된 것은 67.1곘뿐이다. 완력을 앞세워 영업방해나 할 때가 아니라는 증거이기도 하다.`떼법’이 약발 받던 시대는 지났다. 오히려 지탄의 대상이 될 뿐이다. 국민의 밥상에 쇠똥을 끼얹은 것과 다름없는 그 힘을 복잡한 유통구조 개선에 써야 살아남을 길이 열릴 것이다.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