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지지도와 호감도가 다른 선거
  • 정재모
후보 지지도와 호감도가 다른 선거
  • 정재모
  • 승인 2017.03.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정재모 언론인

[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최근 발표된 대선 여론조사에서 유권자 지지도는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33%로 1위였고 2위는 18%를 얻은 같은 당 안희정 충남지사였다. 거의 더블스코어다.
 이 조사에 나타난 대로라면 5월 9일 치러질 대선에서의 당선자는 누가 될지 쉽게 짐작할 수 있겠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후보별로 호감도를 별도로 물은 데 대한 응답은 전혀 딴판이었다. 즉 문재인은 호감 47% 비호감 50%로 비호감이 더 강했다.
 반면 안희정은 ‘호감이 간다’는 응답이 56%로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쪽보다 훨씬 높았다.
 지난 14~16일 실시한 갤럽의 이 조사결과는 한마디로 문재인을 싫어하는 유권자가 더 많으면서도 지지는 문재인을 가장 많이 한다는 것이며 동시에 안희정은 호감을 갖는 사람이 많으면서도 지지는 문재인보다 적게 한다는 것이다.
 주요 대선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와 호감은 왜 이렇게 다른가. 왜 싫어하면서도 투표에서는 지지하겠다는 것이며 왜 좋다면서 지지는 그만큼 하지 않는 것일까.
 선호도(자지도)와 호감도가 일치하지 않는 이런 현상을 ‘못 믿을 조사’로 치부해야 할까. 하지만 믿을만한 전문 조사기관의 그것은 과학이라고 볼 수 있기에 ‘한국 선거판의 역설’이라 이름 붙여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인물은 싫지만 지지하겠다는 이유는 뭘까. 대중적 유행에 동조함으로써 타인과의 관계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는 이른바 밴드왜건 효과? 아니면 여론형성 과정에서 자신의 입장이 소수의견일 경우 남으로부터 고립되는 게 두려워 침묵하거나 다수를 따라버린다는 침묵의 나선이론? 그도 저도 아니면 ‘내 표를 썩힐 수는 없다’는 사표(死票)방지 심리일까.
 그 무엇이 되었건 비호감 인물을 찍어야 하는 투표라면 혹시 유권자 의도가 왜곡되는 걸로 볼 수는 없을까. 달리 말해 선거의 다수결 제도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한 사람의 유권자가 한 후보자에게만 기표하고 한 표라도 더 얻은 사람이 뽑히는 다수결이 곧 최선의 민주주의 방식인가 하고 의심해볼 여지는 없겠는가 말이다.
 혹 여기에 민의가 왜곡될 여지가 있다면 제도적 보완은 불가능한가. 지지도와 호감도가 어긋나는 최근 대선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서 문득 이런 의문들을 품게 된다.
 사실 대안은 이미 제시되어 왔다. 그 중엔 보르다 투표법(Borda count)이란 게 있다. 한 사람의 유권자에게 1, 2, 3위로 등위를 매겨 세 후보를 찍게 하고 각 등위별로 가령 3점 2점 1점씩 점수를 차등 부여하여 득점 계산을 한다면 유권자는 자신의 표가 사표가 될까 하는 염려를 하지 않고 호감이 가는 순서대로 복수의 후보에 투표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렇게 한다면 호감도 가고 지지도 하는 후보 순서를 매기게 됨으로써 유권자들의 진짜 표심이 왜곡되는 일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다수결이 민주주의의 최상의 방법이냐는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도입을 주장하는 이 제도는 실제 운용하고 있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
 어쨌거나 지지도와 호감도가 다른 선거판이라면 다른 측면도 살펴볼 구석이 있다. 즉 호감이 가지 않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게 되면 나중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를 생각해 볼 일이다.
 인물은 마뜩찮지만 표로써 지지했으므로 그가 이끄는 정부와 정책을 임기 내내 두말없이 지지하게 되는 걸까. 하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이것은 근년 몇몇 대통령들의 실패한 경우에서 익히 본 바다.
 호감은 얻지 못하지만 투표에서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측되는 사람, 그 반대 경우의 후보가 혼재하는 이번 대선의 막은 올랐다. 따라서 시간상 이번에 선거제도를 손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 마침 개헌이 줄기차게 논의되고 있는 중이므로 앞으로 이뤄질 개정 헌법에서는 다수결이 가지는 결점을 보완하는 투표규정을 넣었으면 한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그 헌법 개정은 어느 조항 개정 못지않게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게 되리라 믿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