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이야기로 살아있는 연극 제작”
  • 이경관기자
“우리네 이야기로 살아있는 연극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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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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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경주시립극단 예술감독 인터뷰
▲ 김한길 감독과 경주시립극단 단원들이 경주예술의전당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생명과 존재가 있다는 것. 화려한 연극은 계속되고 너 또한 한편의 시가 된다는 것”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이 월트 휘트먼의 시를 통해 제자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건 집단과 전통의 억압에 맞선 우리의 삶과 아름다움에 대한 옹호였다.
흡사 키팅을 닮은 듯, 사회의 날선 화두를 우리 이웃의 삶을 통해 그려내는 연출가가 있다.
김한길(45·사진) 경주시립극단 예술감독.
경주시민들에게 감동을 전하기 위해 오늘도 무대 위를 떠나지 않는 김 감독을 지난 7일 경주예술의전당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 지난해 8월 경주시립극단 예술감독으로 취임해  이번에 올리는 ‘귀로’까지 3편의 정기공연을 통해 경주시민들과 만났다. 소감은.
많은 사람들이 경주를 신라 천년의 고장, 역사의 도시 정도로만 인식한다. 그런데 직접 내려와 경주라는 도시를 경험해보니 말로 설명되지 않는 특별한 어떤 것을 느꼈다.
그것은 역사와 문화에 대한 지역민들의 사랑이었다. 가족단위 관람객부터, 학교 동창 모임까지 많은 시민들이 지역 연극에 관심을 갖고 관람을 하는 모습이었다.
삼도봉 미스테리의 경우에는 블랙코미디 장르로 지역에서는 자칫 낯설 수 있었는데도 많은 경주시민들이 공연장을 찾아 연극을 즐겨주는 모습에 감동했다.

- 경주시립극단의 특징이나 강점이 있다면.
경주시립극단은 1956년 극단 에밀레 모태로 1987년 창단됐다.
신라 천년의 고장 경주답게 역사가 깊다. 역사가 깊다는 것은 그만큼 경주지역 연극의 뿌리가 튼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수일, 이금수, 엄기백 선생의 연극에 대한 열정을 받아 먹으면서 자란 경주시립극단은 다양한 색깔을 가진 국공립극단으로 성장했다.
특히 경주시립극단은 상임단원 제도를 통해 지역의 연극인들이 조금 더 편안하게 연극을 할 수 있고 또 이를 통해 다양한 레퍼토리를 보유할 수 있어 시민들에게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지난해 포항시와 경주시가 공동으로 뮤지컬 ‘형산강에는 용이 산다’를 제작해 무대에 올렸다. 이에 대한 생각은.
지역 특성화 콘텐츠인 형산강을 소재로 지역간 소통했다는 점에서 박수 받을만하다고 생각한다.
경주와 포항이 문화 교류를 통해 두 지역민들이 소통하고 깊은 유대를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인근 국공립극단간 작품을 통해 교류했다는 것이 또 하나의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교류가 활성화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조금 더 많은 예산과 풍부한 준비기간이 뒷받침 됐으면 한다.

- 연출가 김한길의 작품세계는.
나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연극에 빠져 지내왔다.
그 때문일까 나는 일상적인 것도 늘 세밀하게 기록하고 관찰했다. 어쩌면 그 습관이 무대 위에서 독특한 시선과 창의적인 연출법으로 재탄생됐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사회적 모순을 개인에 초점을 맞춰 미시적 시선으로 섬세하게 담아내는 것을 즐긴다. 거대한 사회를 적나라하게 비춰내는 것보다는 우리의 삶에 조금 더 가까운 연극이 훨씬 더 매력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결국 연극 또한 인간이 그리는 사람의 이야기니까.
내 연극의 강점은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에서 나오는 웃음과 풍자, 해학이 아닐까 생각한다.

- 대표작은.
나를 대표하는 작품으로는 경주시립극단에서 선보인 ‘임대아파트’와 ‘춘천거기’, ‘총각네 야채가게’가 있다.
먼저 연극 임대아파트는 임대아파트를 배경으로 만년 감독 지망생인 ‘재생’과 동대문에서 옷을 팔아 재생을 뒷바라지하는 ‘정현’, 무명배우 ‘정호’와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그의 첫사랑 ‘선영’, 그리고 배낭 여행중에 만나 현해탄을 넘나들며 사랑을 키워나가는 대학생 ‘정수’와 일본인 ‘유까’의 사랑 이야기다.
굴러다니는 소주병, 먼지만 쌓이는 샴페인과 발표하지 못한 시나리오로 대변되는 ‘재생’과 ‘정호’의 삶은 우리 청춘들과 다르지 않다.
각박한 현실에 부딪히고 좌절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우리의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돌아보게 한다.
연극 ‘춘천거기’도 사랑이야기다.
유부남인 ‘명수’와의 위험한 사랑을 선택한 ‘선영’과 그런 선영을 짝사랑하는 후배 ‘지환’, 그리고 또 다른 색채의 ‘세진’과 ‘영민’의 사랑, 처음 만남을 시작하는 ‘주미’와 ‘응덕’, 희곡을 쓰는 ‘수진’과 그녀를 짝사랑하는 연출가 ‘병태’의 이야기다.
사랑 때문에 괴롭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감정 때문에 얽힌 사람들이 춘천에 모여, 사랑이 끝났음을 확인하고, 혹은 더 관계를 깊게 하고, 혹은 다시 사랑을 시작한다.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는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가는 다섯 청년의 좌충우돌 창업 성공기를 그린 작품으로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꿈과 열정의 메시지와 위로를 전하는 작품이다.
꿈을 위해 야채가게를 생각하는 대장 ‘태성’과 잘나갔던 회사원이지만 양심선언으로 회사를 그만두며 야채가게를 돕는 ‘민석’, 어려운 가정형편에 할머니의 병원비를 구하기 위해 발로 뛰는 ‘지환’, 꿈을 찾아 미국에서 한국으로 온 ‘윤민’, 그리고 제주도 출신의 막내 ‘철진’까지. 이들은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내가 다양한 연극에서 취업난으로 고통 받은 청년들을 소환해 그려내는 이유는 나 또한 그런 청년이었고, 우리 모두 그런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또 내가 사랑이야기를 즐겨하는 것은 시대를 관통하는 이야기가 바로 ‘사랑’이기 때문이다. 사랑이 있어야 우리가 조금 더 인간 답게 살 수 있지 않을까.

- 경주시립극단의 올해 계획은.
경주시립극단은 28만 경주시민을 위한 극단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그런 측면에서 경주시립극단의 목표는 단 하나다. 시민들이 문화 향유를 통해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도록 다가가는 연극을 하고 싶다는 것.
경주시립극단은 연극을 보러 오는 많은 관객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연 작품수를 늘렸으며 다양한 레파토리를 확보해 젊은층과 조금 더 쉽게 시립극단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무대의 턱을 낮춰 찾아가는 공연 등을 실시해 시민들에게 다가갈 계획이다.
특히 올해 운영팀을 구성해 풍성하고 높은 퀄리티의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13~16일까지 경주예술의전당 소공연장에서 선보이는 정기공연 ‘귀로’에 이어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극을 7월에는 국공립극단페스티벌에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또 문예회관과 함께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의 일환으로 연극 ‘삼도봉 미스테리’를 경북도내 곳곳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 경주시립극단은 깊은 뿌리를 기반으로 더욱 내실을 다져 경주를 넘어 경북도를 대표하는 국공립극단으로 성장하고 싶다.

- 연출가 김한길의 앞으로 모습은.
나는 희곡은 무대에서 숨 쉴 때 가장 빛을 발한다고 생각한다. 오스카 브로케트는 연극개론에서 “살아있는 연극은 사회의 분명한 변화들을 반영하기 때문에 그것은 항상 유동적이다”고 말했다.
나 또한 우리사회의 날선 화두를 우리네 사람들의 이야기로 담아내 살아있는 연극을 무대에 올리고 싶다.
그러면서도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제자들에게 청춘을 있는 그대로 만끽하라며 ‘카르페 디엠(Carpe diem)’을 외쳤던 키팅처럼 나 또한 연극을 통해 현실은 어둡지만 그럼에도 사랑이 있고 예술이 있기에 삶은 살만하다고 이 시대 청춘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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