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상금 1억 청년영화인 공모
1982년작 `애마부인’은 그 이후 태어난 세대에게도 그 제목만은 익숙할 만큼 우리나라 에로티시즘 영화의 대명사가 됐다. `애마부인’은 수개월간 극장에 내걸리면서 관객 31만 명을 불러모았다. 당시는 서울의 단관개봉이 기준이었던 만큼 엄청난 숫자다.
이 영화를 비롯해 1965년 데뷔 이후 60여 편의 영화를 만든 정인엽 감독. 그의 현재 주요 직함은 한국영화감독협회 이사장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이 직함에 따른 책임감을 잊지 않고 한국 영화계에 대한 우려와 희망사항에 대해 얘기했다.
정 감독이 최근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일은 감독협회가 올해 처음 개최하는 `2007 공주 천마 신상옥청년영화제’다. 내달 10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이 영화제의 총 상금은 무려 1억 원. 미래 한국영화계의 주역을 찾기 위해 만 16~29세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영화는 이미 산업이 됐고 이제 한국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와 경쟁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천재 감독들이 있어야 합니다. 영화 작가가 나와야 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교육부터 잘못됐어요. 영화 관련 학과가 130개나 있는데도 영화를 직접 제대로 찍어 보고 졸업하는 학생이 드뭅니다. 그래서 영화제를 만들었어요. 한국의 영화 천재 1명을 찾으려 1억 원을 내건 겁니다.”
시상은 상금 2000만 원의 대상을 비롯해 강우석상(최우수연출상), 강제규상(우수연출상), 차승재상(기획제작상), 김청기상(애니메이션상), 정일성상(촬영상), 안성기상(편집상), 박중훈상(다큐상) 등 영화인의 이름을 딴 16개 부문에 걸쳐 이뤄진다.
청년 영화인에게 꿈을 주기 위해 지은 이름이다. 정 감독은 고 신상옥 감독이 세운 영화사 신필름에 들어가면서 신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신상옥 감독은 누구에게 물어도 영화 밖에 모르던 `영화 미치광이’였고 후학을 키우려 애썼던 분이다. 그 뜻을 이어받기 위해 영화제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원로 감독으로서 한국 영화계에 대한 고민이 깊다. 영화계 안팎에서 매일 들려오는 `한국 영화의 위기’에 대해 누구보다 깊이 실감하고 있는 듯했다.
“가장 문제는 한국 영화계에 작가가 많지 않다는 거예요. 몇 명 있는 작가들이 계속 영화를 만들고 있죠. 또 제작비에는 거품이 있어요. 대작만 영화인 게 아니거든요. 우리 정서에 맞는 영화를 하면 되는데 대작이 아니면서도 40억~50억 원씩 들어간다는 건 큰 문제죠. 또 영화인이 스스로 영화사를 만들어야죠. 지금 영화계에 있는 기업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면 영화계는 공터가 돼 버리고 말 겁니다.”
그가 감독협회의 이사장으로 선출되면서 내건 목표 중 가장 큰 것이 영화진흥법개정이다. 영화진흥법을 영화의 다양성 확보와 영화인 양성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먼저 대작이 아닌 저예산 영화라도 서울과 지방 곳곳에서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틈새 배급망을 정부가 만들어 줘야 하고요. 영화 제작에 실질적인 지원이 되도록 영화 금고와 제작센터를 만들어야 합니다. 단순히 기구만 만들어 놓을 것이 아니라 전문가가 책임지고 운영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죠.”
데뷔한 지 43년째를 맞은 그는 여전히 활동 중이다. 새 영화도 준비하고 있다. 조선시대 연산군의 이야기를 다룬 `연산이야기’로 신상옥 청년 영화제를 마친 뒤에 10월께 크랭크 인할 예정이다.
“평생 60편이 넘는 영화를 찍었지만 지난 9년 동안 영화를 못 찍었습니다. 안 만든 게 아니라 주변 상황이 좋지 않아서 못 만들었어요. 이제 영화는 계속 찍을 겁니다. 죽을 때까지 해야죠.”/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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