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작품에 녹여낸 인간-사회 소통의 문
  • 이경관기자
도예작품에 녹여낸 인간-사회 소통의 문
  • 이경관기자
  • 승인 2017.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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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작가 인터뷰
   
▲ 이상훈 작가
   
▲ 이상훈作 ‘비움으로 가는길’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한 분야를 오랫동안해 그 일에 정통한 사람을 우리는 장인이라 부른다.
 17살에 흙을 만지기 시작해 지금까지 36년째 흙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이상훈 작가.
 그는 장인의 경지를 넘어 그 어떤 자신만의 독창적 예술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
 이 작가는 6월 3일까지 포항 빛갤러리에서 ‘제11회 이상훈 도예展’을 열고 있다.
 지난 18일 갤러리에서 이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작품의 주제가 ‘문’이다. 그 이유가 있나.
 일반적으로 문이란 독립적인 구조물이라기보다는 담과 벽 등의 경계요소와 병존할 때 그 기능을 한다.
 나는 ‘문’을 소통의 출발점, 즉 소통의 형상이라 생각했다.
 굳게 닫힌 문은 집 안에 있는 누군가에게 안전하다라는 안정감을 주기도 하지만 문 밖의 사람에게는 단절과 외로움을 전한다.
 나는 이러한 문의 이중적 상징에 대해 주목했다.
 특히 문을 열고 세상 속으로 나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인간과 사회의 소통에 대해 담아내고 싶었다.

 -‘문’ 중에서도 ‘솟을대문’을 주모티브로 삼은 이유는.
 문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을 때 어떤 문을 모티브로 삼으면 좋을지 고민했다.
 그 고민 끝에 요즘 보기 힘든 문을 조형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전통 한옥 행랑채의 지붕보다 높이 솟게 지은 대문인 ‘솟을대문’은 도자 특유의 고급스러움과 잘어울렸다.
 또 한옥 특유의 아름다움과 높고 너른 문의 이미지는 폭넓고 깊은 소통을 상징하는 듯했다.

 -일반 도자가 아닌 평면 조형도자작업을 시작한 계기가 있나.
 도자 작업을 진행하면서 스스로도 꽤나 지쳐있었다.
 특히 겨울이라 날씨가 너무 추워 실내에서 작업할 수 있는 것이 어떤게 있을까 고민했었다.
 그러던 중 회화작업을 진행해보게 됐고, 그 과정 속에서 걸 수 있는 도자작업은 어떤 느낌일까 싶었다.
 그렇게 평면 조형도자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그런데 참 쉽지 않았다.
 도자는 특성상 불에 구우면 뒤틀리고 깨지기 십상이었다.
 더군다나 나는 초벌 구워진 도자 위에 그림을 그리거나 천연 염색, 때로는 철이나 유리를 녹여 붙이는 등 다양한 작업 방식을 진행했기때문에 그 과정이 더욱 복잡하고 어려웠다.

 -솟을대문 안에는 우리의 전통적 풍경이 담겨있다. 그 이유가 있나.
 나는 ‘우리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사람이다.
 한국성 도조문화의 세계는 가장 원초적으로 한국인의 삶의 터전에서 터득한 도조예술의 원형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마치 영감 속 내밀화된 메타포가 어떤 문의 형상으로 변신해 새로운 삶의 터전을 잉태해 누리듯 역사의 기억 속 잠겨 있다가 되살아나는 원초적 전통문화의 가치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나는 그것을 문의 형상에 담아 민족영원성과 창조성, 정서 등을 담아낸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우리 삶의 이야기가 오롯이 도자 안에 들어난다.

 -작업방식은.
 작업방식은 일반적 도자보다 복잡하다.
 우선 흙을 판으로 민다.
 그 판 위에 또 다른 판을 붙이고 조각을 한다.
 작품 속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를 스케치한 뒤 건조하고 초벌에 들어간다,
 그 뒤 채색 작업을 진행하고 유약처리를 한 후 다시 구워낸다.
 하나의 성공적 작품을 만들기까지 적게는 10개에서 많게는 70개까지 버린다.
 이러한 무한반복을 거쳐 하나의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만큼 작업과정은 3개월 이상 소요된다.

 -앞으로의 계획은.
 나는 늘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지 고민한다.
 그 고민과 함께 작업욕구와 호기심 역시 커지고 있다.
 나는 지금까지 쌓아온 기술과 예술적 감각을 더해 나만의 세계를 확장해가고 싶다.
 단일 주제로 도자조형작업을 펼치고 있는 작가는 흔치 않은만큼 앞으로도 ‘문’을 주제로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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