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른 호수, 붉은 절벽산·만년설이 병풍처럼 펼쳐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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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른 호수, 붉은 절벽산·만년설이 병풍처럼 펼쳐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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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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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복 경북산악연맹 회장-중앙아시아의 스위스 키르기즈스탄을 가다 <2>
▲ 끝없이 펼쳐진 하얀 설산의 장대한 모습.
▲ 붉은 캐년지대가 끝없이 이어진다.

 

▲ 김유복 경북산악연맹 회장

[경북도민일보] 비쉬켁 시가지를 벗어나 키르기즈스탄에서 유일한 고속도로를 접어 드는데는 20분 남짓하다.
푸른 초원과 들판사이로 난 고속도로라지만 먼지가 흩날리는 포장길에 차량통행이 그리 많지 않는 한적한 길이다.
오른쪽 차창 밖으로 만년설산이 하얗게 분칠을 하고 이국땅을 찾은 탐방객에게 어서 오라 손짓하고 좌측으로 카자흐스탄과 국경을 이루는 ‘추(CHUY)’강이 산들거리는 봄바람과 함께 푸릇푸릇 움을 틔운 나뭇가지 사이로 천천히 흐른다. 동서로 중앙아시아 5개국과 중국에 걸친 2500㎞의 장대한 톈샨산맥(天山山脈)이 만들어 내는 만년설산의 파노라마가 눈을 뗄 수 없도록 산꾼들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눈부신 만년설을 버스 안에서만 보기가 아까워 차를 세워 길가에 나선다. 푸른 들판과 하얀 설산이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하고 길가에 핀 밝은 주홍빛 양귀비꽃이 보는 이를 유혹한다.
온통 시선이 창밖 풍경에 빠져 있는 일행들에게 가이드 울란은 키르기즈스탄의 풍속에 대해 열심히 설명한다. 이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한 가지라도 알리려는 모습이 선하고 아름답다. 필자가 다녀본 여러 나라 중 고산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순수함은 늘 느꼈지만 이곳에서도 마찬가지다. 길가에 삶은 옥수수를 파는 할머니도 순수함이 몸에 배어난다.
재미난 이야기 중 이곳의 결혼풍속에 이런 게 있다고 한다. 일부다처제(一夫多妻制)가 허용되는 관계로 한 남자가 네 여자와 결혼할 수 있다니 이 나라 남자들은 정말 복(?)많은 남성들이다. 그렇지만 조건이 있다고 한다. 동일조건의 여자는 안 되고 각기 다른 조건이라야 한다. 첫째는 사랑하는 여자, 둘째는 사별한 여자, 셋째는 타종교를 믿는 여자, 넷째는 부모 없는 여자로 구분한다니 재미난 풍속이 아닐 수 없다. 믿기지 않지만 진지하게 설명하는 울란의 태도로 보아 우스갯소리는 아닌 듯하다.

▲ 도로변 제방 둑에 새겨진 광고 글씨들.

달리는 차창너머로 제방 둑에 커다란 글씨들이 쓰여 있다. 그 글씨들이 다름 아닌 광고 글씨라고 한다. 도로변 광고판 대신 제방 둑에 글씨를 새겨 광고를 한다니 정말 기막힌 발상 같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을 가면서 카자흐스탄과의 국경이 이어진다. 옛적 키르기즈의 왕이 카자흐스탄의 영주와 놀다 말 40마리를 받고 팔았다는 울창한 숲과 들판이 보인다. 지금은 카자흐스탄의 영토가 된 그 땅의 이름이 ‘40마리의 말’이라고 한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추강을 따라 나 있는 길에는 카자흐스탄의 소유 땅도 있어 잠깐은 국경을 넘나들기도 한다. 고속도로가 우리처럼 잘 나있는 것이 아니라 휴게소도 없고 쉴 만한 곳이 없다. 점심을 먹기 위해 들린 식당이 휴게소를 겸한다.
현지식을 뷔페처럼 식판에 담아 계산하고 먹는 우리나라 휴게소식당 같은 곳이다. 겉은 볼품이 없어도 안에는 제법 깔끔하다. Wi-Fi가 터진다는 표시가 큼직하게 붙여져 있는걸 보니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모든 게 소통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멋모르고 이것저것 가져다 다 먹지도 못하고 남기니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든다. 모두들 버스 안에서 시달린 마음들을 풀어놓고 웃고 떠든다. 여행이란 이렇게 즐겁고 새로운 맛에 다니는 게 아닐까.

▲ 처음 만난 이시쿨호수의 끝이 하늘에 닿아 있다.

조금 더 가면 이 나라 최대 호수인 이시쿨호수(Yssyk-Kul Lake)를 볼 수 있다. 우리가 출국 할 때는 초여름 날씨였지만 이곳 키르키즈스탄은 위도가 약간 높은 탓인지 이제 봄이 오고 있다. 늘씬한 미루나무에 물이 올라 잎을 피우고 있고 이 나라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살구나무가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기온은 15도 정도 활동하기가 좋다. 고산에서는 더 떨어지겠지만 해발고도가 1700m이나 되는 산정호수 이시쿨에서는 다소 쌀쌀할 것 같다. 차안에서 마시는 소주 맛에 길들어진 일행들에게 이곳 현지 술맛도 보일 겸 도로변 마을의 슈퍼를 찾았다.
‘바칸바예바’라는 곳이다. 이 나라 유명시인의 출생지로 그 시인의 이름을 딴 마을이라 많이 알려진 곳이다. 보드카 1병에 350솜(Som) 우리 돈으로 6000원 정도다(1Som에 18원으로 계산). 조그마한 점포라 술 외는 살만한 게 없어 보인다.
버스 안에서 깜빡 졸다 보니 뭔가 허전하다. 늘 목에 걸고 다니던 카메라가 보이질 않는다. 아무리 찾아도 없다. 점심 먹던 식당에 두고 왔을 수도 있다 싶어 일행들에게 물어본다. 마침 최해곤 후배가 셀카로 식당 밖에서 함께 찍은 사진이 생각나 확인해보니 목에 건채 찍혀 있었다.
식당에서 두고 오지 않았는데 없어진 거다. 분명히 버스 안 어딘가 있다는 결론이 났는데 그때까지 아무소리 없던 앞자리의 전길동 전무가 “이거 회장님 껍니까”한다. 졸다보니 좌석 밑으로 떨어졌는데 무심결에 주워 올린 전무가 비몽사몽간에 자기 카메라인줄 알고 집어넣은 모양이다. 한바탕 웃음소동이 나고 지루한 여행길에 이야기 거리를 만들기도 했다.

▲ 이시쿨호수와 붉은 절벽산이 만나는 지점서 건배.

웃고 떠드는 사이 이시쿨호수가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비쉬켁에서 이시쿨호수 남단 시작점까지 180㎞ 달려와 바다 같은 호수와 만났다. 수평선이 보이는 호숫가에서 기념촬영을 위해 모두들 내린다. 도로 오른쪽은 붉은 절벽산이 둘러 쳐져 있고 그 위로는 만년설산이 병풍처럼 겹을 이루고 왼쪽은 너른 호수가 잔잔한 물결을 만드는 평화로운 풍경이 그려진다. 역사적(?)인 순간에 건배가 빠질 수가 없다. 키르키즈맥주와 한국소주로 혼합주가 만들어 지고 오징어조림이 안주로 나온다. 가이드 울란과도 러브샷으로 우정을 다지며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감기로 끙끙 앓던 황찬규 후배도 필자가 준 감기약을 먹고는 기운을 차린다. 아직 젊음이 있어 잘 달릴(?)수 있는 실력인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 모양이다.
호수 변에도 미루나무다. 성장속도가 좋고 목재로도 사용하기 좋아 많이 식재하는 듯하다. 또 어디를 가도 살구나무는 지천에 깔렸다. 이시쿨호수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곧장 4~5㎞ 동안 붉은 흙 절벽산이 따라온다.
오른쪽 캐년지대에서 깊숙이 들어간 곳에 위치한 유명한 ‘스카스카캐년(SKAZKA CAYON)’을 보려면 2시간 이상 소요되는 일정이라 그냥 지나쳐 왔는데 생각해 보니 엄청난 풍광을 놓쳤다. 미국 서부 브라이스캐년을 옮겨다 놓은 듯한 ‘동화 속 협곡’이라는 뜻을 가진 스카스카캐년은 오랜 시간 침식, 풍화작용으로 독특한 모양새의 붉은 바위산과 협곡들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고 한다. 외계의 모습을 현실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아깝게 흘려보낸 것 같아 못내 아쉽다. 키르기즈스탄 자연의 위대함을 설명으로만 듣고 말았다. 붉은 캐년(협곡)과 만년설, 푸른 초원, 맑은 호수가 어울린 이 나라의 자연풍광이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청정국가 임을 말한다.
빠듯한 일정에 많은 것을 소화 하고자 하는 것도 욕심 일 수가 있을 것 같아 후일을 도모 할 수밖에 없었다.

▲ 유리 가가린 계곡 들머리에 있는 가가린 기념탑.

동화 속 협곡은 놓쳤지만 옛 소련의 최초 우주비행사로 널리 알려진 ‘유리 가가린’이 여기서 수련하고 휴양을 하였다는 바스크론의 ‘유리 가가린 계곡’에 도착 한 시각이 오후 5시가 다 되었다. <계속>

※트레킹기(記) 연재를 위해 메모도 하고 사진도 많이 찍어 참고하고 있지만 더러 오류가 발생한다. 첫 연재에 키르기즈스탄 국토의 평균고도가 1200m라고 썼는데 잘못 된 것 같아 현지 졸도쉬에게 확인하니 무려 2700m의 평균고도라고 한다. 엄청난 고산국가 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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