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여정, 알라아르차 풍광에 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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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여정, 알라아르차 풍광에 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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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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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복 경북산악연맹 회장-중앙아시아의 스위스 키르기즈스탄을 가다 <5>
▲ 알라아르차 주계곡 빙하가 이어지는 골짜기 사이로 침엽수림과 설산이 대조를 이룬다.
▲ 오로라 리조트 호텔 정원에서 만난 키르기즈인 부부와 여명현 장로 내외, 필자 내외.

 

▲ 김유복 경북산악연맹 회장

[경북도민일보] 오로라 리조트호텔에서 점심을 마치고 호텔 정원을 산책한다.
이시쿨 호숫가에 위치한 옛 소련 고관들의 휴양처였던 이곳의 규모는 엄청나다. 호수를 끼고 엄청난 넓이의 정원을 꾸며 놓았다. 호수까지 수백 미터의 거리를 둔 정원에는 키 큰 침엽수림길이 나있고 자작나무가 두 줄로 길게 뻗어 나 있는 길도 있다. 각가지 꽃들이 여기저기 피어있고 오래된 버드나무가 수많은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다.
일행들은 숲길사이에서 각가지 포즈를 취하며 촬영에 여념이 없다. 내외간 자작나무 숲길에서 서로 손을 맞잡고 다정스런 포즈로 행복을 연출하기도 하고 싱글들은 두 다리와 두 팔을 활짝 펴며 신나는 장면을 만든다.

정원에서 키르기즈인 노부부를 만났다. 남편은 키르기즈 사람이고 부인은 카자흐스탄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 부인이 우리를 알아보고 자신의 사위가 고려인이라고 말하면서 열두 살 손녀가 피아노 콩쿨에서 3위에 입상하여 유명한 지휘자 캬라얀과 협연하였다고 자랑한다. 기념으로 우리일행과 사진 촬영을 하며 즐거워한다.

▲ 오로라 리조트 앞 모래사장에서 포즈를 취한 필자 친구들.

바다 같은 호수의 모래사장에는 여름철 햇빛 가름막이 군데군데 서 있고 여러 휴양시설이 잘 정돈된 그 옛날 소련의 고관대작들이 즐기던 곳답게 규모도 대단하다. 정원구경에 정신이 팔려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제는 비쉬켁 가는 일만 남았다. 비쉬켁까지는 260㎞가 남아 4시간 이상을 달려야 한다. 가는 도중 만나는 마을 어귀에는 어김없이 공동묘지가 있고 이슬람교회 모스크(무슬림들이 모여 기도를 올리는 예배당)가 있다.
지루한 버스여행에는 여흥이 가장 시간을 잘 보내는 수단으로 등장한다. 서울에서 온 필자의 죽마고우, 양촌(陽村)이란 아호를 즐겨 쓰는 김재년 사장이 민요 한 자락으로 흥을 돋운다. 필자와는 초등 동기에 고향친구로 백두산과 안나푸르나 트레킹 등을 함께할 정도로 산을 좋아하고 여행을 즐겨하는 시대의 보헤미안으로 요즈음은 경기민요에 빠져있다. 이번 트레킹 전날 첫 손자를 본 의미가 남다른 친구로 부인 이희정 여사와 함께했다.
키르기즈스탄의 수도 비쉬켁 골든드래곤호텔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7시다.  비쉬켁은 키르기즈산맥과 추(Chuy)강 유역에 자리 잡은 고도가 800~900m인 고지대로 그리 크지 않은 도시에 인구가 90만을 조금 넘는 키르기즈스탄의 제1의 도시답게 관청건물과 대학교, 예술극장 등 정치, 문화, 교육이 가장 발달된 곳이다.
키르기즈스탄은 역사적으로 이슬람과 러시아 문화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국민들 대다수가 이슬람교를 믿지만 다른 여러 이슬람국가들보다 이슬람 문화가 그리 강하지 않아 히잡(무슬림 여성들이 머리에 쓰는 두건의 일종)을 쓴 여성들을 잘 볼 수 없을 정도로 개방적이다.

▲ 비쉬켁 골든드래곤호텔 한국식당서 민속악기로 연주하는 연주자들.

골든드래곤호텔에 있는 한국식당 ‘강남’에서 저녁식사를 한다. 오랜만에 삼겹살구이가 나와 입맛을 당기기도 했지만 졸도쉬 사장의 배려로 키르기즈 민속악기로 공연하는 남녀 4인의 민속음악 연주가 더 흥을 만들어 준다. 전통복장을 입은 연주자들이 들고 있는 현악기와 입속에서 무언가 실 같은 것을 물고 뜯어서 소리를 내는 등 평소 보지 못한 진기한 악기로 음악을 듣는다. 화려한 복장에 멋들어진 깃털이 달린 모자를 쓴 매혹적인 여성 연주자의 모습에 모두들 열정적인 박수를 보낸다.
이어지는 시내 밤거리를 구경하며 우리 노래가 나오는 노래방에서 깊어가는 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트레킹 내내 감기몸살로 힘을 못써든 황찬규 후배가 신나는 음악에 맞춰 유연한 허리놀림으로 멋들어진 춤을 선사하여 선배들과 사모님들에게 최고의 인기남(?)으로 부상한다. 호텔로 돌아와 필자의 방에 모여 앉아 따뜻한 커피 한 잔씩을 나눠 마시며 비쉬켁에서의 마지막 밤을 달랬다.
트레킹일정의 마지막 날인 5월 2일 밝은 아침을 맞는다. 구름 한 점 없는 쾌청한 하늘이 아쉬운 일정을 붙잡는 듯 마음을 설레게 한다.

키르키즈스탄 트레킹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인 알라아르차국립공원 탐방이 기다린다. 비쉬켁에서 30분 거리의 알라아르차공원 입구의 고도가 1900m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고도차를 느낄수 없을 정도다. 침엽수림과 설산이 공원 전체의 주무대로 캐나다 로키산맥의 모습을 연상하는 듯 닮았다.
공원 입구 자그마한 호텔 건물이 그림 같이 아름답고 알라아르차 주계곡으로 이어지는 길로 인도한다. 계곡 양측 산 쪽에 수많은 향나무들이 이곳 공원의 이름을 지어준다. 현지어로 향나무를 ‘알라아르차’라고 한다.
키 큰 침엽수림 사이로 거대한 빙하가 흐르고 높은 설산 위로 파란 하늘이 더욱 파랗게 질렸다. 오른쪽으로 난 알라아르차 주계곡 가는 길은 평탄한 듯하고 왼편 우치텔피크(4540m)로 가는 길은 경사진 산길을 올라야 한다.
몇 사람은 평탄한 길을 택하고 산행을 위해 오르는 일행은 질척거리는 눈길을 오른다. 이 길로 오르면 3200m에 위치한 라첵산장에 닿을 수 있다. 톈샨산맥의 만년설산 파노라마와 거대한 우치텔 빙하지대를 볼 수 있고 우치텔피크(4540m)로 오르는 베이스 캠프인 산장이다.
산장 오르는 길에서 만난 젊은 남녀들이 신나는 산행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저만치 내달으며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대자연을 즐기며 함께 호흡하는 청춘들이 더욱 싱그러워 보이고 지구촌 젊은이들의 자유분방이 부러워진다.
2340m지점이라는 안내판 앞에서 기념촬영하며 알라아르차공원의 장대한 설산을 배경으로 산기운을 모으는 모습이 보기에도 좋다.

▲ 알라투광장에 아름답게 핀 튤립의 화려한 모습.

산에서 산과 함께 한다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산쟁이들만의 전유물 인 것이다. 산은 언제나 우리를 반긴다. 인간들에게 늘 쉼 없이 자연과의 삶을 가르치는 산에서의 배움은 끝도 없이 그윽하다. 높고 낮음의 문제가 아니라 산은 항상 겸허히 인간을 대한다. 여기서도 대자연의 진리를 깨달을 수 있다. ‘중앙아시아의 스위스, 키르기즈스탄’의 중심에서 또 한 번의 산철학을 음미 하며 하산한다.
트레킹의 마지막 여정이 비쉬켁 도심관광이다. 도심에서 점심을 먹고 시내관광에 나선다. 옛 소련의 문화가 서려 있는 광장이나 건물들이 많다. 고대 키르기즈인들로 부터 내려오는 전설속의 영웅 ‘마나스(Manas)’의 동상이 있는 넓은 ‘알라투광장’이 비쉬켁 중심에 있고 시민혁명의 승리를 자축하는 ‘승리광장’도 있다. 키르기즈인들에게는 그들의 꿈을 이루어줄 영웅으로 ‘마나스’를 섬기고 있으며 국제공항의 이름도 ‘마나스국제공항’ 으로 부른다. 대통령궁도 대로변에서 볼 수 있으며 광장주변에는 아름다운 튤립이 한껏 뽐을 내고 있다.
이른 저녁을 교포가 하는 ‘청기와식당’에서 김치찌개로 끝내고 아쉬운 여정을 마무리한다. 공항에서 그동안 수고를 아끼지 않았던 울란과 “하나, 돌, 셋, 김치!”(‘둘’ 발음이 서툴러 ‘돌’로 말함)로 웃기던 가이드 보조 알마와도 작별한다. 언젠가는 다시 만날 것을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키르기즈스탄을 떠났다.
그동안 함께해준 15명의 일행들에게 이 글로 감사를 드리고 특히 글 중에 소개가 미진했던 네 분 여성참가자와  백발의 멋쟁이 송영헌 김천연맹회장, 물심양면으로 협조를 아끼지 않은 박의룡 도연맹 부회장, 궂은 일 마다않은 전길동 연맹전무, 언제나 명쾌한 판단을 해준 차명학 박사, 상주의 보배 이종복 아우, 김창식, 최해곤 후배, 늘 웃음 가득한 친절한 막내 김종익과 황찬규 후배에게도 고마움 전한다.
끝까지 읽어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리며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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