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틸리케, ‘탓’ 틸리케로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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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틸리케, ‘탓’ 틸리케로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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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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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감독, 월드컵까지 계약기간 못 채우고 중도하차
▲ 울리 슈틸리케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지난 14일 새벽(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자심 빈 하마드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8차전 대한민국과 카타르의 경기에서 2대3으로 패배하고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뉴스1

[경북도민일보 = 뉴스1]  “공석 중인 축구대표팀 신임 감독으로 독일 출신의 울리 슈틸리케를 선임했다. 계약기간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까지다.”
 대한축구협회의 공식 발표가 나왔던 것은 2014년 9월5일이었다. 그리고 사흘 뒤인 9월8일,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에서의 첫 번째 기자회견을 열고 “외국인 감독이 새로 오면 편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 돈이나 명예 때문에 왔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난 다르다”면서 “매 경기를 이기겠다고 약속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일하겠다는 것은 말할 수 있다”고 취임일성을 전했다. 슈틸리케호는 그렇게 출발했다. 그리고 잘 나갔다.
 서류상 슈틸리케 감독의 업무 시작은 2014년 9월24일부터였다. 지난 3월24일을 기점으로 2년 7개월을 돌파, 역대 축구대표팀 최장기 사령탑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웠다. 슈틸리케 감독 이전까지는 2008년 1월1일부터 출발해 남아공 월드컵을 마친 2010년 6월30일까지 대표팀을 이끌었던 허정무 현 프로축구연맹 부총재가 최장수 감독이었다. 그 신기록 보유자가 씁쓸한 뒷맛을 남긴 채 중도하차했다.
 대한축구협회는 15일 오후 파주NFC에서 기술위원회를 열고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을 결정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을 단 2경기 밖에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3위우즈베키스탄과 승점 1점 차 2위. 이대로는 어렵다는 판단 하에 결단을 내렸다. 이로써 슈틸리케 감독과 한국 축구의 인연도 마무리 됐다. 돌아보면 롤러코스터를 탔던 지난 3년이다.
 레알 마드리드라는 매머드 클럽에서 뛴 화려한 현역시절에 비해 지도자 커리어는 썩 대단치 않아 의구심이 있었던 슈틸리케 감독의 행보는, 선수들의 이름값에 따른 선입견을 버리고 원점에서 경쟁을 시키던 신선한 시도와 함께 승승장구까지 견인하며 ‘역시 외국인 지도자는 다르다’는 흐뭇함을 넘어 ‘갓틸리케’라는 찬사로 이어졌다.

 그의 손을 거치면 2부리거도 대표팀 간판 스트라이커가 되었고 비록 2차예선이기는 하지만 고질병이라 불리던 불안한 수비와 결정력 부족을 무실점과 다득점으로 바꾸는 신비를 선보이면서 축구 팬들을 황홀경에 빠뜨렸다.
 하지만 한국 축구계와 슈틸리케의 달콤한 동거는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 돌입하던 2016년 여름 이후부터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일단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사이가 틀어진 가장 큰 이유다. 중국과 시리아 그리고 가장 최근의 카타르까지, 과거에는 한국을 두려워하던 상대들을 이제 우리가 두려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창사 참사’ ‘도하 참사’가 연이었다.
 잊을 만하면 불을 지피던 경솔한 발언들도 여론을 악화시켰다. △ 이란을 이길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이란에 비해 한국선수들의 체격이 약한데, 유소년 단계부터 노력해야 만회할 수 있다 라든지 △ 카타르의 소리아 같은 공격수가 없어서 졌다 등 자신의 책임보다는 ‘탓’이 넘쳐났다. △ 이겼는데도 언론과 팬들은 비난이 많다고 투정도 부렸다.
 스스로 한 약속들도 어겼다. 대표팀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고 매번 말하면서도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같은 이름만 호명해 물을 고이게 만들었고, 소속팀에서 잘 뛰는 선수를 우선순위로 삼겠다던 원칙은 이미 산산조각 났다. 최종예선 일정이 70%가 끝난 상황에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던 답답한 지도자에게 더 이상 비전을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카타르전 2-3 패배 후 귀국한 자리에서 “감독은 책임을 지는 자리”라 말하면서도 동시에 “자진사퇴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모순된 책임론을 이야기했다. 대한축구협회도 더 이상은 버틸 여력이 없었다. 선임할 때 “계약기간은 러시아 월드컵까지”라고 못을 박고 시작했으나 끝내 완주에는 실패했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이 초라해 더 아쉬움이 크다. 2015년 1월 호주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후 “국민 여러분, 우리 선수들을 자랑스러워해도 됩니다”라고 서툴지만 따뜻한 말로 축구 팬들을 감동시켰던 슈틸리케는 2017년 6월 “다시 한 번만 우리 선수들을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어쩌면, 그 문장들의 주어는 ‘선수들’이 아니라 ‘나’였는지 모를 일이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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