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은 ‘양날의 칼’
  • 모용복기자
최저임금 1만원은 ‘양날의 칼’
  • 모용복기자
  • 승인 2017.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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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되면 아르바이트를 못 쓰지요. 애 엄마는 직장에 나가니깐 안되고 그렇다고 연로(年老)한 부모님에게 봐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고…”
포항에서 스포츠 매장을 하고 있는 한 점주의 하소연이다.
50대의 이 점주가 매장을 운영해서 벌어들이는 한 달 수입은 200만~300만원 선. 그 연배(年輩) 일반 직장인들의 월급에 미치지 못하는 액수다. 그래도 아내와 맞벌이를 하니까 그럭저럭 중학생과 고등학생인 아이 둘 뒷바라지를 하며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보다 불확실한 미래가 더 걱정이다. 살림규모는 그대로인데 지출은 갈수록 더해가니 속이 타는 것은 당연지사.
“2년 뒤 큰 애가 대학교에 입학할 때가 되면 지금 두 사람 벌이로는 어림없지요. 게다가 최저임금까지 오르면 수입이 훨씬 줄어들 텐데 장사를 접고 내가 차라리 알바로 뛰는게 낫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편의점보다는 아르바이트 비중이 크지 않지만 그래도 학교 납품 등으로 가게를 비워야 할 일이 잦아 알바를 쓰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어서 최저임금 인상 소식에 예민해지지 않을 수 없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15일 정상가동에 들어갔다. 그동안 불참했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가  1년여 만에 협상 테이블에 복귀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노동계-재계-정부는 현재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 노동계는 당장 내년부터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재계는 경영난·고용감소 등을 이유로 인상폭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대로 단계적 임금인상을 통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공약대로라면 정부는 이번 협상부터 매년 세 차례에 걸쳐 15.7%씩 인상해야 한다. 최근 5년간 인상률 6.1~8.1%의 두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노동계-재계-정부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 협상이 법정시한(7월16일) 내 타결될 지는 미지수다.
이렇듯 각계의 입장이 대립하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이 몰고올 파장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反證)이기도 하다.

최저임금은 ‘양날의 칼’이다. 노동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동시에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는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원 정도는 받아야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물질적인 뒷받침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근로자 대부분이 저소득층인 만큼 최저임금 인상은 근로자의 삶의 질을 높일 뿐 아니라 소비여력이 생겨나 경기순환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경기의 선순환으로 인해 내수가 활성화되면서 결국은 기업과 자영업자에게도 이득이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기업인과 자영업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중소기업중앙회 발표에 의하면 정부안대로 3년간 단계적 인상안을 적용할 경우 첫해인 2018년 인건비 증가액이 16조2151억, 2019년에는 42조2557억, 2020년부터는 81조525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이 되면 최저임금 근로자 수는 882만2000명으로 늘어나며 임금은 현재 161만9900원에서 250만3700원으로 오른다.
중소기업들은 이러한 인건비 폭탄을 견디지 못해 대량으로 인력을 감축하거나 해외로 눈을 돌릴 것이며 영세 자영업자들은 고용인을 내보내고 가족경영을 하거나 이도 여의치 못할 경우엔 결국 도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내건 것은 아르바이트 시급(時給)을 올려 청년층의 실업난 해소에 숨통을 터 보려는 차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 쪽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다른 한 쪽의 눈에 피눈물을 나게 한다면 그것은 차라리 안한 만 못한 것이 될 수도 있다.
지난 5월 기준 비은행권을 제외한 국내 은행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270조1000억원으로 한 달 사이 2조원이나 늘었다. 장기불황과 내수부진에 따른 매출 감소로 갈수록 빚 부담이 늘어가는 마당에 설상가상으로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악재에 부닥치면 700만 소상공인과 그들이 책임져야할 가족들은 극한의 ‘생존절벽’에 내몰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정부는 청년 일자리 창출이란 성과내기에 조급한 나머지 명백히 부작용이 예상되는 최저임금 인상을 서두르기보다 사회적인 충격파를 최소화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근로자의 처우도 개선하는 방향으로 묘책을 찾는데 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특히 기존 제도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시급 6470원을 제대로 지키지 않거나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불량점주가 많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심지어는 이런저런 핑계를 만들어 임금을 아예 떼먹는 경우까지 있다. “지금 있는 제도라도 제대로 정착시키면 훨씬 나아질 것”이라는 아르바이트생들의 목소리에 정부는 귀를 귀울여야 한다.
현행 제도와 ‘솜방망이 처벌’에 대해 콧방귀를 뀌며 착취를 일삼는 악덕업주를 발본색원(拔本塞源)해 엄단함으로써 저임금·노동착취에 시달리는 근로자들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켜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은 그 다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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