뿐만 아니라 범여권과 시민사회진영의 지분싸움은 가관이다. 기성 정치판을 찜쪄 먹게 좋을 만큼 권력욕이 강하다. `시민사회진영’이라는 이름을 빌려주는 대가로 신당 지분 절반을 내놓으라는 것도 그렇지만 1 대 1 배분에 합의하고도 꽁무니 빼는 범여권 신당파들의 모습은 패잔병 같다. `시민사회’라는 이름을 빌리려고 거짓 협상을 했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지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신당 합의를 “없었던 일”로 하겠다고 협박하는 시민사회진영은 이미 시민운동단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현실정치에 오염됐다. 오죽하면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천정배 의원이 “신당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고 비판했겠는가.
문제는 신당을 이처럼 정체성도 없고, 노선도 분명치 않은 잡탕정당을 만든 책임이 전적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이다. 3년 전 노무현 대통령 등이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할 땐 잠자코 있다가 대선이 다가오자 “사생결단해서라도 한나라당 집권을 막아라”고 지령을 내리고 범여권을 뒤흔든 주인공이 김 전 대통령이라는 얘기다. 민주당이 온갖 욕을 얻어 먹으며 간신히 당선시킨 아들 김홍업 의원을 탈당시켜 신당에 가세케 한 것도 기존 정치질서 파괴를 일삼아온 김 전 대통령 아니면 엄두도 못낼 일이다.
김 전 대통령이 민주당을 와해시켜 가면서 신당에 합류토록 압박하지만 박상천 통합민주당 대표는 요지부동이다. “열린우리당과 절대 같이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국정실패세력과 손 잡으면 대선은 필패라는 게 그의 이유다. 또 조순형 의원도 “민주당 대선후보로 출마하겠다”고 완강하다. 정치소신으로 따지면 대통령까지 지낸 DJ가 박 대표나 조 의원에게 머리를 숙여야 할지 모른다.
김 전 대통령은 신당이 휘청거리자 당황하고 있다는 보도다. 호남에서조차 김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세력이 동교동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모두 현실정치에 개입한 `노망정치’의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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