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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공고 윈드오케스트라, 음악 통해 세상과 소통하다대한민국 관악경연대회 특별상 수상
이경관기자  |  ggl@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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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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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공고 윈드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이보미 교사가 합주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 위에서부터 대한민국 관악경연대회 참가 기념촬영과 윈드오케스트라 연습 모습.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음악은 내 삶을 구원했다. 내 안에 고여 있던 분노를 밖으로 끄집어내도록 도와주었다. 만약 음악이 내게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오늘 나는 여기 이 자리에 없을 것이다.” (체피 보르사치니이 ‘엘 시스테마, 꿈을 연주하다’ 중) 우리는 때론 기적을 목도하곤 한다. 그것은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마음에서 싹을 틔워, 기적이라는 아름다운 꽃과 열매로 맺힌다.
난생 처음 악기를 잡은 학생들이 대한민국 관악경연대회에 참가해 특별상을 수상해 화제를 모았다. 화제의 주인공은 경주공업고등학교 윈드오케스트라.

최근 학교를 찾아 경주공고 윈드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이보미 음악교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이보미 음악교사.

 - 수상 축하드린다. 소감은.
 “사실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너무 기쁘다.
 음계 하나 소리 내기도 버거웠던 아이들이 만들어낸 하모니는 그 어떤 오케스트라 연주보다 빛났다.
 아이들이 그동안 흘린 노력의 땀을 심사위원들이 알아준 듯해 기쁘다.
 학생들 또한 수상을 기대하지 않았던터라 그 기쁨과 놀라움이 컸던 것 같다.
 내가 상장을 받으러 무대에 올라가자 아이들 모두 진짜임을 알고 환호하더라.”
 
 - 과거 경주공고 윈드오케스트라가 지역 대표 청소년오케스트라였다. 그러나 최근 2~3년간 침체됐던 걸로 알고 있다. 그에 대해 이야기 해달라.
 “경주공고 윈드오케스트라는 20여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한다.
 한 때 경주지역을 넘어 경북지역 고등학교 대표 오케스트라로 이름 날렸다.
 그러나 최근 2~3년간 단원모집 실패와 그로인한 정기공연 미개최로 인해 침체의 길을 걸어왔다.
 그러던중 지난 3월 내가 발령 받아 오면서 오케스트라를 맡게 됐다.
 지금도 단원들과 첫 인사를 나누던 때를 잊을 수 없다.
 합주실에는 단 7명의 학생뿐이었고 그 아이들마저도 형편 없는 실력이었다.
 간략한 곡은 커녕 도, 레, 미 음계조차 내지 못했다.
 오케스트라를 정상화하기 위해 한 달동안 단원 모집에 들어갔고 어렵사리 단원 40여명을 모아 오케스트라가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악기 편성을 갖췄다.
 단원들이 모였다고해도 아이들의 마음의 문은 열기 쉽지 않았다.
 아이들은 실패를 두려워했고 힘든 것을 끝까지 이겨내고 참을 수 있는 인내심도 부족했다.
 5월 폐렴까지 오면서 몸이 축났고, 나는 교장선생님께 찾아가 대성통곡을 했다.
 그 때 오점룡 교장 선생님이 내게 해주신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이 선생님 우리 아이들 음악으로 숨쉬게 해주면 됩니다. 놓지 마세요. 우리마저 놓으면 우리 아이들 갈 곳이 없습니다.’
 교장 선생님의 그 말은 내가 지금까지 오케스트라를 놓지 않을 수 있는 이정표와 같았다.
 나는 교사로 나약했던 나를 붙잡아준 교장선생님께 감사하는 마음과 나 또한 내 제자에게 그런 스승이 되기를 다짐하며 다시 힘을 냈다.
 그렇게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연습으로 또 음악으로 내게 화답하기 시작했다.”
 
 - 요즘 학교폭력이다 뭐다 사건이 많은데. 그만큼 아이들 정서가 불안정한거 같다.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였나.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을려면 나 먼저 아이들에게 내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바이올린을 전공하면서 견뎌온 힘겨운 시간에 대해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시작했다.
 어린시절 나 역시도 내 마음을 몰라주는 부모님이 미웠고, 나와 비교할 수 없는 뛰어난 실력의 친구를 시기하기도했다고. 그리고 그 친구를 이기기 위해 손가락 마디마디에 굳은살이 겹겹이 베겨도 연습했고 그게 너무 힘들어서 울면서 집에 가기도 수천번이었다고.
 처음에는 심드렁하게 듣던 아이들도 내 진심이 와닿았는지 진지하게 들어주기 시작했고 공감해줬다.
 연습에 불성실하던 학생들도 악기를 들기 시작했고 죽어라 소리를 못내던 학생들도 하나 둘씩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 오케스트라를 이끌면서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
 “포기하는 학생들을 볼 때가 가장 힘들었다.
 우리 오케스트라 대부분의 단원들은 사실 처음 악기를 배우는 학생들이 많다.
 지금도 대부분의 단원들이 악보조차 보지 못하고 악보마다 계이름을 써둬야 겨우 연주한다.
 학생들 스스로 자기들이 부족하다는 걸 인정하고 그걸 연습으로 극복하는게 많이 힘들었을거다.
 올해 초 많은 학생들이 그런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런데 지금 모습은 많이 달라졌다.
 지금도 악보는 보지 못하고 많은 단원들이 소리조차 잘 내지못하지만, 그 누구보다 열정적이다.
 우리 오케스트라는 많은 학생들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줬다.”
 
 - 이번에 수상한 대한민국 관악경연대회와 관련 많은 에피소드가 있다 들었다. 그 이야기 해달라.
 “대한민국 관악경연대회에 나가고 싶었지만 실력이 턱 없이 부족해 포기했었다.
 그러던 중 교장 선생님과 여러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실제 무대 경험이 큰 자극제가 될 것 같다’며 응원해주셔서 나가보자 마음 먹었다.
 그러나 이미 마감 돼 포기하고 있었는데, 주최측에서 우리의 딱한 사연을 듣고는 어렵사리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아이들과 나, 그리고 각 파트별 선생님들은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모든 것들을 반납한 채 우리는 정말 미친 듯이 연습했다.
 4분음표가, 온음표가 무엇인지, 어떻게 연주해야 되는 건지 당김음이 무엇인지 기본이라고는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아이들과 악보에 한글로 계이름을 써가면서 그렇게 연습했다.
 대회 당일도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대회 당일 2명의 학생과 연락이 두절된 것이다. 결국 2명의 학생은 빠진 채 우리는 무대에 올라야 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처음 오르는 큰 무대에 청심환까지 먹는 등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프리칸 심포니’ 4분 10초동안 나와 아이들은 서로서로를 믿으며 소리에 집중했고, 아이들은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생애 첫 공연을 마무리했다.”
 
 - 경주공고 윈드오케스트라가 어떤 오케스트라로 성장했으면 하나.
 “우리 오케스트라는 경주공고 모든 학생과 학부모, 선생님들을 비롯해 나아가 경주지역 청소년, 대한민국 청소년 모두에게 희망이 될 것이다.
 나는 음악에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큰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음악은 전 세계가 하나로 통할 수 있는 언어 아닌가.
 오합지졸이었던 우리 아이들이 아름다운 오케스트라로 성장하는 것.
 그것은 세상을 향한 희망인 동시에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일 것이다.
 나는 우리 오케스트라가 그런 희망의 상징이 될 것이라 믿는다.”

 - 오케스트라 단원들 생각도 궁금하다. 활동을 하면서 좋은 점이 있나. 관악경연대회 참가 소감이 있다면.
 최가현(1·악장) “나는 오케스트라에서 트럼펫을 맡고 있다. 대회 참가 때 기분은 많이 긴장한 터라 기억나지 않는다. 부족했는데 수상까지 하게 돼 놀라웠다.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면서 매일 하루하루가 새롭다. ”
 이준현(3) “나는 테너색소폰을 연주하는데 악기 연주를 통해서 친구, 후배들과 소통할 수 있어 좋다. 앞으로 취미활동으로 지속할 계획이다.”
 박진흠(1) “대회 당시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 단원들에게 미안함이 컸다. 오케스트라 활동은 내게 삶의 유일한 휴식이다. 이른 아침, 늦은 저녁에도 홀로 연습실을 찾아 악기를 불다보면 머리 속 가득한 상념들이 사라지는 기분이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악기를 배우고 매진할 생각이다.
 
 - 마지막으로 오점룡 교장 선생님에게 묻고 싶다. 윈드오케스트라가 학교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윈드오케스트라는 침체됐던 학교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우리와 같은 특성화 고등학교에서는 예체능이 학생들의 정서함양과 인성교육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우리 오케스트라는 한때 지역을 대표했던 오케스트라였으나 몇 년간 침체됐었다.
 그런데 이보미 선생님이 오면서 학생들을 위한 사랑과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오케스트라에 활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지난 7월 방학식 때 선보였던 연주에 많은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감동했다. 특히 이번 특별상 수상은 정말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수고한 이보미 선생님과 단원들, 그리고 강사 선생님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윈드오케스트라는 학생들에게 ‘하면 된다’는 희망의 선순환 동기를 전한 동시에 교사들에게는 의식변화의 계기가 됐다.
 앞으로 윈드오케스트라 발전을 위해 학교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펼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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