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부터 열린우리당을 뛰쳐나간 국회의원들이 떼거지로 참여한 게 대통합민주신당이다. 갈곳을 몰라 방황하던 범여권 정치인들이 김대중 전대통령의 “사생결단해서라도 한나라당 집권을 막아라”는 지령에 따라 새로 살림을 차린 것이다. 대통령선거를 불과 4개월 앞두고 급조한 정당이 날림, 잡탕이 아니라면 오히려 이상하다.
신당은 민주당을 향해 추파를 던지다 민주당이 거부하자 열린우리당 쪽에 고개를 돌리고 있다. 노선이고 이념이고 가릴 계제도 아니다. 얼마나 급했으면 정강정책이 열린우리당 것과 판박이겠는가. 또 `민주당’이라는 간판을 얼마나 달고 싶었으면 `민주신당’이라는 유사간판을 내걸어 민주당으로부터 당명 사용금지 가처분신청 대상이 되었겠는가.
민주신당에 합세한 시민사회진영이라는 것도 그렇다. 속을 들여다 보면 순수한 시민운동가는 거의 안보인다. 뻔질나게 TV에 얼굴을 비치고 “개혁”만 외쳐 온 진보파들이 앞장섰다. 환경운동을 앞세워 물건을 팔아온 시민단체,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민회의와 민주당 시절 가두시위에 앞장섰던 인물들이 시민사회라는 이름으로 얼굴을 디밀고 있다.
이해찬, 한명숙, 김혁규 등 열린우리당 대선주자들은 신당이 “열린우리당을 해체하고 들어오라”고 요구하는 데 반발해 신당 창당대회에 불참했다. 신당으로서는 열린우리당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면 `도로열린우리당’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는 고육지책일 것이다. 열린우리당 색깔을 두려워하면서도 80명이 넘는 열린우리당 출신 의원들로 살림을 꾸린 신당의 이중플레이는 그야말로 요즘 TV광고 “쇼를 하라”나 하등 다를 게 없다.
이런 와중에 대표적인 친 노무현 세력인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이 열린당을 탈당하고 신당에 입당했다. 신당의 성격이 `짝퉁 열린우리당’임을 확인한 셈이다. 그의 뒤를 따라 친노세력들이 줄줄이 신당에 입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열린우리당 간판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선상 위의 쥐’ 행태와 다를 게 없다.
비굴하게 이기는 것보다 당당하게 지는 게 아름다울 수 있다. 이번 대선에 적용하고 싶은 말이다. 열린우리당과 신당세력은 우격다짐으로 국민들의 눈을 잠시 속여 선거를 치르겠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열린우리당과 신당은 더 이상 국민의 기억력을 시험하지 않기 바란다.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