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기호 26번 쇠 이야기’… 철과 우리가락 만나 감동 선사
  • 이경관기자
‘원소기호 26번 쇠 이야기’… 철과 우리가락 만나 감동 선사
  • 이경관기자
  • 승인 2017.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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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지역특화프로그램 공모 선정작
철도 레일·H빔 등 제철소
생산 원재료들 악기로 변모
리우 작가 설치미술·조명 더해져
영일만 기적 이룬 근로자 삶 위로

 

 영일만의 기적을 이뤄내기 위해 파란옷을 입고 뜨거운 용광로 앞을 지켜야 했던 철강 근로자들의 생이 무대 위 우리의 소리와 함께 울려퍼졌다.
 ‘원소기호 26번 쇠 이야기(Story of atomic number 26, Fe)’가 지난 17, 18일 오후 7시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펼쳐졌다.
 문화도시 조성사업-지역특화프로그램 공모 선정작으로 마련된 이번 공연은 (주)Engine42에서 제작했으며 맏뫼골 놀이마당 한터울이 출연해 무대를 가득 채웠다.
 지난 18일 공연이 펼쳐졌던 대잠홀을 찾았다.
 이날 지역의 상징인 ‘철’과 그 철을 만들기 위해 묵묵히 일해야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공연장을 찾은 모습이었다.
 공연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화면 가득 붉다 못해 타오를 것 같은 용광로를 곁에 두고 묵묵히 일하는 파란옷의 사나이가 화면 가득 펼쳐졌다. 그 사내의 모습은 마치 고된 삶을 살아냈던 이 세상 모든 아비들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그 모습을 뒤로한채 맏뫼골 놀이마당 한터울이 무대에 올라 철의 소리를 울리기 시작했다.
 ‘철을 울려라’는 국악의 전통장단중 하나인 세마치 장단이 대장간의 철을 두드리는 망치장단에서 만들어졌음에 착안해 각종 철강 제품들을 세마치 장단을 기반으로 타악을 편성해 선보였다.
 철도 레일, H빔 등 제철소에서 생산되는 원재료들이 악기가 돼 삶의 고단함을 묵직한 소리로 대신 전했다.
 철강제품이 전하는 신명나는 우리 가락에,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리우 작가의 설치미술과 화려한 조명까지 더해져 공연을 풍성하게 했다.

 이어 철강 작업장에 나비 한 마리가 찾아온 듯 장구 가락이 더해졌다.
 나풀대는 장구 가락과 철강제품들이 전해주는 타악은 강하고 무겁기만한 철이 아닌, 신명나는 삶의 현장으로 변모시켰다.
 신명나는 가락이 잦아들고 무대의 조명이 꺼지자 쇳밥 먹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화면 가득 펼쳐졌다.
 ‘내 청춘이 머물렀던 온도’를 타이틀로 한 이 영상은 권선희 시인이 직접 철강 근로자들과 만나 나눈 인터뷰 영상이자 그 자체로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영상 속 한 퇴직 근로자는 “고단하게 일하고 집을 돌아갔을 때 웃으며 반겨주는 토끼같은 자식들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고 회고했고, 또 다른 여성 퇴직 근로자는 “못난 사람을 만나 꼬여버린 기구한 팔자였지만 또 사람 때문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들 모두 한 평생을 1500도 뜨거운 용광로에 삶을 오롯이 바친 사람들이었다.
 이어 영상 속의 여성 퇴직 근로자가 무대 위 올라 차분히 자신의 지난 삶을 이야기하며 삶 속 수없이 스쳤던 인연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 여성 곁으로 포항소년소녀합창단과 보컬리스트 백솔이가 무대에 올라 그녀를 위로하는 따뜻한 노래를 선사했다.
 관객들은 우리네 엄마같은 근로자의 모습과 맑은 목소리로 그를 위로하는 합창단의 모습에 묵직한 감동을 받는 듯 했다.
 이날 공연의 마지막은 철이 만든 신명나는 삶의 리듬과 그 소리들이 모여 하나의 도시 ‘포항’이 됐음을 전했다.
 철강제품들과 전통 타악 가락이 하나로 어울려 지친 우리를 위로했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이미숙(57) 씨는 “세마치 장단이 대장간의 철을 두드리는 망치장단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에 놀라웠고 철강근로자들의 삶과 우리가락이 함께 어울려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규형 감독은 “이번 공연은 국악과 설치미술, 영상미술, 무대연출이 결합한 퓨전공연으로 지역에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선보였다”며 “앞으로도 지역의 스토리로 다양한 문화예술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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