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속 새생명 탄생 “당차게 자라길”
  • 황영우기자
지진 속 새생명 탄생 “당차게 자라길”
  • 황영우기자
  • 승인 2017.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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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지진 때 진통 겪고 다음날 출산한 산모 화제
▲ 포항 지진 속에서도 무사히 출산에 성공한 산모와 아기의 모습.

[경북도민일보 = 황영우기자] 아파트서 대피해 나오며 ‘살아야한다’고 되뇌어

 포항지진 속에서도 새생명은 탄생했다.
 19일 포항시 북구 장성동 미즈앤맘병원. 이 곳에서 11·15 지진 당시 진통을 겪다가 다음날 출산에 성공한 산모를 만날 수 있었다.
 김경미(35·여) 산모는 약간 피곤한 모습에도 포항시민들에게 희망을 주겠다는 취지를 듣고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다.
 어머니와 친구를 대동한 김씨는 기자를 따뜻한 미소로 반겼다.
 출산 이후 지쳐보였지만 지진 속에서도 건강한 아이를 출산했다는 안도감에서였을까. 그의 목소리는 작지만 힘이 있었다.
 먼저 아이를 함께 만나보기로 했다.
 간호사의 “건강한 공주님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작고 발그레한 아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손바닥보다도 작은 얼굴에 보자기에 쌓여 있는 아기는 살아있는 천사를 보는 듯 했다.
 아기는 무엇을 아는 듯 연신 웃음을 지었다. 마치 지진의 불안감 따위는 모두 날려버릴 듯이 젖병을 힘차게 빠는 아기의 모습에 강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 아기가 다시 신생아실로 돌아간 뒤 본격적인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산모는 지진 당일인 15일을 이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아파트 15층에서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던 중이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갑자기 아파트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설상가상 진통마저 있었다고 했다.
 부른 배를 양손으로 움켜잡고 걸어서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는 김씨. 대피했다가 잠시 잠잠해지자 다시 집으로 걸어올라갔고 또다시 여진이 발생하자 다시 내려오기를 반복, 먼길을 2차례나 오갔다.
 아파트 물탱크가 터지고 식기가 떨어지는 등 피해가 있었음에도 산모와 뱃 속 아기는 다행히 무사했다.

 지진 탓이였을까. 다음날 16일 새벽 1시. 본격적인 진통이 시작됐다. 여진으로 잠도 제대로 못 잔 그녀였지만 꿋꿋이 견뎌냈다. 뱃 속 생명을 위해….
 하지만 진통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오후 6시30분까지 무려 17시간 가까이 진통이 쉼없이 반복되자 결국 병원으로 향했다. 제왕절개를 해야했지만 지진으로 인한 혹시 모를 대피상황을 대비해 자연분만을 선택했다.
 이윽고 아기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세상 밖으로 울려퍼졌다. 이름은 박채원. 여자아이였다. 부부가 서로 상의 끝에 지은 이름이라고 했다.
 예정일보다도 일주일이나 먼저 세상에 태어난 씩씩한 아기.
 김씨는 “지진 당시는 물론, 여진 때마다 배를 감싸안고 ‘살아야 한다, 살아야 한다’를 되뇌었다”고 기나긴 출산과정을 떠올렸다.
 인터뷰를 하며 다소 긴장이 풀렸을까.
 김씨에게 남편분을 어떻게 만나셨냐고 묻자 쑥쓰러운 미소를 띄면서 “처음에는 별로 였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친구가 다니고 있는 회사의 동료가 참석하던 동갑 모임 일원 중 한명이 오늘날 남편이였다는 그. 소개팅 첫 장소에서 바깥을 두리번거리던 남편을 보고는 ‘저 사람은 아닐꺼야’라고 생각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하지만 만날수록 대화가 잘 통했고 매력을 느껴 결국 결혼에 이르렀다고 했다.
 다시 화제를 돌려 이번 지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그는 “대피소 등에도 임신한 분들이 많이 계실거라 본다. 정부에서 이런 분들에게 병원비나 진료비를 추가로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지진은 자연재해라 어쩔 수 없지만 각 기관들이 철저히 대비를 하고 동시에 우리 국민들도 잘 대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아기가 어떻게 자라났으면 좋겠느냐고 묻자 “지진을 이겨내고 태어난 만큼 씩씩하고 건강하게, 그리고 당찬 여자로 자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한 지진도 앞으로 닥칠 여진도 이들 모녀를 굴복시킬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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