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 동화로 살려내다
  • 이경관기자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 동화로 살려내다
  • 이경관기자
  • 승인 2017.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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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일광 작가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이경관 기자의 문화피플

 “이곳은 우리가 지켜야 할 우리의 땅이고 바다였습니다. 조상들의 숨결이 밴.”(‘바위에 새긴 이름 삼봉이’, 130쪽)
 귀신고래가 놀이터 삼아 뛰놀았던 곳.
 수만마리의 강치의 터전이었던 곳.
 바로 동해바다, 우리지역의 이야기다.
 잊혀가는 우리의 이야기에 숨결을 불어넣는 사람이 있다.
 동화작가 김일광.
 김 작가는 지역을 기반으로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국내를 넘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김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최근 근황은.
 “올해 어린이 인문지리지 ‘독도 가는 길’과 장편동화 ‘바위에 새긴 이름 삼봉이’를 출간하며 바쁜 시간을 보냈다.
 최근 멕시코 한 출판사와 ‘귀신고래’ 번역 출간 계약을 맺는 등 좋은 소식도 있어 행복하다.
 현재 호미곶 작업실과 송도 집을 오가며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문학은 나 자신과의 끈질긴 싸움인만큼 꾸준히 책상 앞에 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작품활동이 왕성하다.
 “최근 2~3년간 많은 작품을 썼다.
 교직에서 물러난 뒤, 평소 풀어내고 싶었던 이야기를 토해내다보니 자연스레 활동량이 많아졌다.
 하고 싶으나 바빠서 하지 못할 때 간절함이 커지지 않나.
 그 간절함이 퇴직과 동시에 쏟아져나오고 있는 것 같다.
 작품이라는게 이상한 매력이 있다.
 쓰다보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자꾸만 떠오른다.
 그 이야기가 끄는대로 오다보니, 여기까지 오게됐다.”
 
 -동화를 쓰게된 계기는.
 “내 문학인생은 사실 소설로 시작됐다.
 ‘포항문학’에 소설을 발표하면서 지역문단에 발을 들였다.
 소설을 쓰다 초등학교 교사가 되면서 매일 만나는 아이들과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는 것이 동화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던 차에 동화작가인 故손춘익·이오덕 선생의 추천으로 동화로 방향을 틀었다.
 소설과 동화는 이야기라는 하나의 자궁 속에서 태어났지만, 그 결은 사실 조금 다르다.
 동화는 궁극적으로 아이들의 순수, 동심 그리고 진실을 노래하지 않나.
 동화의 그 목적성이 좋았다.
 198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화 ‘못으로 돌아간 자라’가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기존 동화와 달리, 사회·역사 문제를 꾸준히 주제로 끌고 오고 있다. 이유가 있나.
 “‘달나라에서 온 아저씨’는 우리사회에서 소외된 주변인들의 이야기고 ‘아기염소 별이’는 월북과 이산가족 문제를 다뤘다.
 ‘엄마라서 행복해’는 다문화가정의 이야기고, ‘조선의 마지막 군마’, ‘강치야 독도 강치야’ 등은 일제강점기 우리의 아픔을 이야기한다.
 나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의 이야기를 작품에 풀어내고 싶었다.
 ‘아름다운 세상’을 노래하는 동화도 필요하지만, 때론 우리의 아픈 역사와 현실, 사회문제를 바로 보는 동화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불평등과 위선을 부끄럽게 여기고, 정의와 진실이 바로 서는 세상을 꿈꾼다.
 불평등을 평등으로, 위선을 진실로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그 행위가 선행돼야 한다.
 내 동화가 아이들에게는 옳은 것, 또 우리 역사의 진실의 기준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대표작 ‘귀신고래’를 비롯 지역성과 관련된 작품을 꾸준히 쓰고 있다. 그 이유는.
 “나도 기존에는 아름다움을 노래한 동화를 줄곧 써왔다,
 그러다가 내 작품세계를 크게 뒤흔든 사건이 있었다.
 직접 걷고, 보며 들었던 40일간의 독일 여행이 내 작품세계를 바꿔놨다.
 나는 그림 형제의 발자취를 따라 독일 하나우에서 브레멘까지 이어지는 600km ‘메르헨 가도’를 걸으며 역사 속에서 오롯이 사람들과 함께했던 그들의 동화에 매료됐다.
 독일에서 전해내려오는 이야기와 전설을 동화화한 그림형제를 보며 문학이 지역성에 기반할 때 비로소 깊은 공감을 얻을 수 있음을 깨달았다.
 바다를 끼고 있는 포항은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귀신고래부터 강치, 군마 등 지역에 산재해 있는 그 이야기를 수집해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확장시키고 싶었다.
 지역의 이야기가 곧 우리나라의 역사다.
 지역의 이야기를 찾아 하나의 스토리텔링으로 완성시키는 것은, 잃었던 우리 역사를 찾는 것과 같다.
 역사를 문화를 통해 발현시킬 때, 비로소 지역성이 갖춰지고 그때 지역의 품격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최근작 ‘바위에 새긴 이름 삼봉이’는 독도에 관한 이야기다. 지속적으로 역사에 관심을 쏟고 있다.
 “‘바위에 새긴 이름 삼봉이’는 울릉도와 독도를 지켰던 수토사의 이야기다.
 나는 동화 속,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험난했던 울릉도 수토의 길과 독도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풀어낸다.
 우리 아이들은 현재 백과사전과 같은 독도교과서를 통해 독도를 배우고 있다.
 수백개의 독도  관련 재단은 독도수호를 위해 각종 이벤트성 행사만 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와 달리, 무서울정도로 치밀하게 독도를 자신들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독도 문제는 우리 역사와 맥을 같이하는만큼 아이들에게 독도를 알릴 때는 스토리를 통한 재미와 흥미를 확보한 뒤, 역사적 사실과 독도에 대한 정보를 전해야 한다.
 역사는 기억될 때, 다시금 평가된다.
 올바른 역사로 다시 평가 받기 위해서는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이 올바른 역사적 인식을 가져야 한다.
 아이들이 독도문제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동화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중견 작가로 지역 문화에 대한 생각은.
 “포항지역 문화는 하루하루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올해 포항문화재단이 출범하면서 지역성을 기반으로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생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몇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바로 예술인들의 열정이다.
 지역민들의 문화수준은 향상됐는데 지역예술인들은 지역이라는 한계에 갇혀 있다.
 예술가들이 조금 더 왕성한 활동을 펼쳐줬으면 한다.
 또 대형뮤지컬이나 오페라를 올릴 수 있는 공연장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과 다양한 인문학 강좌가 체계화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석곡 이규준 선생과 울릉도 실존 인물인 배상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장편이 내년 출간을 앞두고 있다.
 몇 년동안 호흡이 긴 작품을 하면서 마음도 몸도 많이 지쳤다.
 조금 쉬면서 머리도 비우고, 그간 작업하지 못했던 따뜻하고 아름다운 단편 작품을 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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