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휴가’와 `화려한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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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휴가’와 `화려한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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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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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환/ 언론인
 
 영화 `화려한 휴가’가 상영되고, 관객이 몰려들자 범여권 한 인사가 이렇게 말했다. “500만 명만 이 영화를 봐도 대선 분위기가 싹 달라질 텐데…”라고. `광주민주화운동’을 그린 이 영화에 담긴 `군부정권의 광주 학살’이 젊은 세대에게 제대로 전달되면 군사정권 후예인 한나라당과 그 후보가 낙엽처럼 추락하고, 군부독재 희생자인 진보세력을 향한 동조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다.
 근거가 없지도 않다. 1980년 광주항쟁은 27년 전이다. 88년 전두환 정권이 물러난 뒤에도 광주는 암흑이었다. 노태우 정권이 들어서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자리매김됐지만 김영삼 정권으로 넘어가서야 광주는 `빛고을’이 됐다. 27년이 흘렀고, 광주는 어느덧 `역사’가 되고 말았다. `광주’를 몸으로 경험한 세대는 줄어들고, 새 세대는 광주를 잘 모른다. 지금의 30대와 40대다. 이들만 움직이면 “대선은 문제없을 텐데…”라는 비과학적인 희망의 근거가 여기 있다. 그런데 지금 `화려한 휴가’ 관객이 5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참고로 이 영화 제작자는 열린우리당 유인태 의원 동생이고, `광주’에서 일어난 일을 그린 영화인데도 `전라도 사투리’는 한마디도 안나온다. `정치 영화’의 인상이 짙은 이유다.
 영화 한 편에 기대를 거는 범여권 모습은 참 딱하다 못해 기가 차다. 화려한 휴가말고도 노무현 정권하에서 `공동경비구역 JSA’, `웰컴 투 동막골’, `그때 그 사람들’, `효자동 이발사’,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같은 영화가 나왔지만 노무현 정권은 각종 재보선에서 `40 대 빵’이라는 참혹한 결과를 맛봤다. 왜 그건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영화는 영화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이 끝났다. 그러나 누구도 `한나라당의 집권’을 자신있게 말하지 못한다. 살육전을 연상케 하는 피투성이 경선을 거치면서 대선후보와 당이 만신창이가 됐기 때문이다.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가 근 반년간 상대방에 퍼부은 비난과 폭로, 헐뜯기, 종주먹질, 여기에 덩달아 춤춘 두 후보 진영 현역의원들의 모습은 화학적으로 사실상 반분된 한나라당의 자화상이다. 내상으로 불구가 된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더 격렬·살벌한 본선의 격투를 어찌 감당할지 궁금하다.
 범여권은 여론이 조롱하건 말건 그들의 길을 가고 있다. 당명부터 열한자 짜리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에서 일곱자짜리 `대통합민주신당’으로 줄였다. `도로 열린우리당’이건 `짝퉁 열린우리당’이건 민주당을 빼고 일단 범여권 통합이라는 구색은 갖췄다. `안면몰수’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원 덕이다. 2~3% 짜리 여권후보 지지율을 올리는 게 과제다.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카드를 움켜쥐었다. 어떤 패가 나올지 조마조마하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도 `씩’ 웃는 듯하다.
 만신창이 한나라당 후보와, 화장을 `싹’고치고 나설 범여권과의 건곤일척이 시작됐다. 한나라당으로서는 1997년과 2002년의 패배를 딛고 정권을 되찾아오느냐 못하느냐의 절대절명의 선거다. 이번에도 패배하면 한나라당은 정치사에서 영원히 사라질지 모른다.
 범여권 대선후보 지지율을 다 합쳐도 15% 안팎이다. 자칭타칭 후보가 10명이 넘는데도 이 지경이다. 유력 후보라는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3인의 잠재력도 보잘 것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한나라당 경선이 끝나자 범여권과 청와대, 동교동, 지지율 2~3%의 고만고만한 여권 후보들의 미소가 얼굴에 번지기 시작했다. 평양으로 달려가는 노 대통령의 등뒤에 박수소리가 요란하다. `북풍’에 대한 기대다. 자력으로는 지지율을 끌어 올릴 능력이 없고, 어떤 바람이든 “불어라”하는 간절한 기도다. `7회말 콜드게임’을 걱정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이제 해 볼만하다”고 했다. 다 이-박의 자학-자해의 결과다.
 한나라당 경선은 끝났지만 최대 위기다. 그건 전적으로 그들이 자초한 것이다. 이-박 두 후보의 자해-자학의 결과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궁금하다. 그 결과에 대해서는 두 사람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지 모른다. 두 번 대선에서 실패한 이회창 씨가 “역사의 죄인”이라며 울먹거린 일을 되풀이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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