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漢字)를 모르면 우리문화를 모른다
  • 모용복기자
한자(漢字)를 모르면 우리문화를 모른다
  • 모용복기자
  • 승인 2018.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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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교육부가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영어수업을 금지하는 방침을 놓고 오락가락 행정을 펼쳐 일선 교육현장과 학부모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초등학교 5~6학년 교과서에서 어려운 학습용어의 뜻과 음(音)을 풀이해주는 한자표기 정책을 2019년부터 시행하려던 정책을 돌연 폐기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4년부터 2년간 연구와 의견수렴을 거쳐 2016년 말 초등 한자표기 정책을 확대를 발표했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 아무런 설명도 없이 한자표기 정책을 슬그머니 폐기했다.
 당초 교육부는 2014년 ‘2015 개정 교자 과정’을 만들 당시 초등학교 새 교과서에 한자 표기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학습 용어에 한자가 많아 학생들이 한자를 모르면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가 많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자 일부 시민단체에서 한자병기가 한글전용 원칙에 어긋나고 사교육을 부채질할 우려가 있다며 반발했다. 교육부는 다시 공청회와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교과서 본문에 한자병기를 하는 대신에 여백에 별도로 학습에 도움이 되는 용어의 음과 뜻을 풀어쓰는 방식을 도입하기로 하고 최종방안을 2016년 12월 발표했다.
 그런데 1년 후인 지난달 2년간 추진해온 한자병기 정책을 뚜렷한 설명도 이유도 없이 폐기해 버렸다. 교육부는 1년 전 한자병기 추진 비판에 대해 “학습 부담이 없다”고 밝혔다가 이제와선 또 학생들의 학습 부담과 사교육 증가 우려를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교육 백년지대계라는 거창한 말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교육정책은 일부 집단의 이해(利害)와 정권의 입맛대로 오락가락할 성질이 아니다.
 한자병기 포기 결정은 교육부의 무지(無知)와 교육정책 난맥상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한자는 1000여년 동안 우리 민족이 써왔던 우리 글자였으며 문화였다. 대부분의 기록이 한문으로 된 까닭에 한자를 모르고는 그 뜻을 알 방법이 없다. 물론 지금은 많은 책들이 한글로 번역이 돼 있지만 번역본을 통해 우리 조상들의 얼과 우리 문화를 다 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한글 번역본을 읽고 영미문학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한자를 우리글이 아닌 중국어로 치부하고 터부시한 까닭에 우리는 스스로 우리 문화로부터 멀어지게 됐다.
 혹시 “학자들이나 연구하면 될 일이지 굳이 모든 국민들이 골치 아프게 어려운 한문서적을 읽을 필요가 있나”라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나 문화는 대중들이 누리는 게 문화지 특정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 옛 문화를 모르고서 진정한 한국민이라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지금 한글은 알아도 우리말은 모르는 사실상 문맹(文盲)이 부지기수다.
 과거 기록문화 뿐만 아니다. 현재 우리말의 70% 이상이 한자어로 이루어져 있다. 대부분 중요한 단어는 한자로 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까닭에 한자를 모르고 한글을 안다고 할 수 없다. 옛날 서당에서처럼 한문교육을 전문적으로 할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한글을 더욱 풍요롭고 깊이 있게 하기 위해서는 어릴 적부터 기본적인 한자를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한자로 된 우리말의 의미를 제대로 모르고 함부로 쓰다 보니 말의 공해가 심각한 것도 다 그런 이유에 기인한다. 교육당국이 이러한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그런데 이제 일부의 압력으로 인해 2년 동안 추진했던 정책을 손바닥 뒤집 듯 없던 일로 하고 말았으니 애석하고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자병기가 한글전용에 위배된다는 일부의 주장은 무지와 오해에서 비롯됐다. 교육부가 발표한 2016년 최종안을 보면 본문에 한자병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교과서 여백에 별도로 학습에 도움이 되는 용어의 음과 뜻을 풀어쓰도록 했다. 그것도 고작 주요 한자 300자 이내다. 이는 한문교육을 따로 할 수 없으니 이렇게라도 해서 우리말 한자어를 배우게 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만약 지금 초등학교에서 한문수업을 시행한다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모든 학부모들과 한글단체들이 들고 일어날 게 뻔하다.
 교육부가 어린이집·유치원에 영어수업을 금지하는 방침을 세우자 청와대에까지 청원을 하는 등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었다. 결국 학부모들의 반발에 못이겨 영어수업 금지 재검토라는 사실상의 백지화 선언을 했다. 표면상의 이유는 사교육비 증가 부담이다. 영어 조기교육 붐으로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영어수업을 금지하면 사교육을 해서라도 영어를 가르쳐야 한다는 게 부모들의 생각이다. 남들 다하는데 내 아이만 시키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아이가 자라서 신문 한 줄 온전히 읽지 못하는 어른이 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오직 영어, 수학을 잘해서 남보다 앞서면 그것이 부모로서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다.
 우리 글인 한자교육은 안되고 영어는 된다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논리는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이들을 한국인으로 키우는 데 무관심한 학부모들과 그들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추는 교육당국이 벌이는 작태가 한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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