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더욱 빛나는‘인문학적 음악가’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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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더욱 빛나는‘인문학적 음악가’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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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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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악파 작곡가‘드보르작’
▲ 김일영 포항유스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경북도민일보]  △기차역에서 미지의 신세계의 꿈을 꾼 드보르작
 몇 년 전 천만 관객의 흥행기록을 달성한 전지현 주연의 영화 ‘암살’이 있었는데 그 영화의 곳곳에 나오는 배경음악이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이었다.
 오늘은 국민악파 작곡자인 동유럽의 옛 보헤미아 지방(현 체코) 출신의 드보르작의 음악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드보르작(Antonin Leopold Dvorak, 1841-1904)은 음악 이외는 특별히 할 수 있는 것도 없었고 성격이 원만한 착실한 가정적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음악이외에 단한가지 몰두하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기차에 대한 유별난 관심이었다. 단지 유별난 취미생활이 아니라 어처구니없는 기차광이라고 말해도 틀리지 않는 특별한 취미의 소유자였다.
 그는 19세기말 당시의 증기 기차에 대해 웬만한 전문가 뺨치는 지식을 갖고 있었고 체코 전역의 기차역은 물론이고 출발 및 도착시각까지 외우고 있었다고 한다.
 드보르작은 프라하 음악원에서 학생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면서 수업이 비는 시간이 있으면 날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기차역에 들렀고 본인이 역에 들를 수 없는 일이 생기면 제자들로 하여금 기차가 정시에 도착하였는지 정시에 출발하였는지 역에는 아무런 사고가 없었는지 알아오라고 심부름을 시켰다고 한다.
 또한 그는 역내에 근무하는 개찰구 역원과 철로 수리공, 짐을 나르는 짐꾼 그리고 기관사와 이야기 하는 것에 대해 큰 행복감을 가졌는데 이것은 그에게 자신에 대한 특권이자 큰 영광으로 생각하며 살았다.
 어쩌다가 기차가 지연되면 마치 역원인 듯이 플랫폼에 자연스럽게 나가 승객들에게 해명을 하고 사과를 하고 다녔다고 한다.
 역무원들에게는 매일 찾아와 서성이며 자신들의 일을 도우는 당대 최고 유명한 음악가가 고마웠겠지만 일반 시민들은 그가 역무원이 아니라 유명음악가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드보르작의 정신이 이상해졌다고 해프닝이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기차역에서 멀리 여행을 떠나가는 사람,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며 그자신도 기차를 타고 자신만의 신세계로 떠나고 싶은 열망이 그에게는 꿈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때마침 드보르작에게 인생 황금기를 가져다주는 한통의 편지가 그에게 배달되었는데 1892년 그의 나이 51세 때의 일이다.
 그것은 미국 문화계를 움직이는 큰손인 자넷 서버 부인으로부터 온 미국 뉴욕에 새롭게 만들어질 미국 내셔널 음악원 원장 채용 건에 대한 편지였던 것이었다.
 프라하 음악원 원장으로 부임된지 얼마 되지 않았던 터라 그는 미국 초청에 대해 많이 망설였다.
 하지만 계속되는 자넷 서버부인의 파격적인 제안에 그는 거절할 수 없었다.
 프라하 음악원 연봉에 비해 비교가 되지 않는 엄청난 연봉과 미국전역을 여행 할 수 있는 금전적 지원, 장기간 휴가에 대한 파격적인 근무환경이 그를 미국으로 떠나게 했던 것이다.
 프라하 기차역에서 꿈꾸던 미지의 세계가 그에게 활짝 열린 것이었다.
 
 △가장 미국적인 교향곡 신세계
 미국으로 건너간 드보르작은 내셔널음악원장으로 취임되고 학생을 선발하는데 특이하게도 그는 인종차별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신세계 미국에서 흑인과 유색인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드보르작은 흑인영가 뿐만 아니라 인디언들의 전통 리듬을 자신의 작품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때에 현악4중주 12번 ‘아메리카’, ‘첼로협주곡’, ‘유모레스크’ 등을 작곡하였으며 특히 지극히 미국적인 소재와 체코풍의 음악을 가미한 교향곡을 작곡하게 되는데 이곡이 바로 교향곡9번 ‘신세계로부터’라는 명곡이다.
 교향곡 9번을 ‘신세계로부터(From The New World)’라고 이름붙인 것은 드보르작 자신이다.
 만약 우리가 100년 전 미국 뉴욕의 사진을 본다면 그 모습은 오늘날과 비교해보아도 손색이 없는 거대한 빌딩 숲, 살아 숨 쉬는 거리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100년 전의 강력하고 활기에 넘친 미국의 인상과 광활하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대자연을 마치 사진을 찍은 듯 드보르작은 신세계 교향곡에 담아 음악으로 잘 표현했다.
 흔히 미국을 온갖 인종과 문화가 뒤섞인 사회로 빗대어 멜팅폿(melting pot)이라고 표현한다.

 드보르작은 신세계 교향곡을 통해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뒤엉킨 다문화적 향취의 소재들로 작곡했는데 이는 이전에 어떤 작곡자에서도 볼 수 없는 전무후무한 스타일이라 할 것이다.
 학계에서는 이런 특이한 방식이 그만의 독특한 표현방식이자 전 세계에 거침없이 전달하는 음악적 언어라고 평가하고 있는데 필자는 드보르작을 ‘인문학적 음악가’라고 단언하고 싶다.
 왜냐하면 그는 나와 다른 새로운 것에 대한 열린 사고를 갖고 있었고 흑인 영가와 인디언 음악을 클래식 음악에 수용하는 과감한 모습을 통해 잘 알 수 있듯이 그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개척정신과 이민족, 타 인종과 함께 평화롭게 공존 번영하는 음악의 새로운 장르를 창조했기 때문이다.
 층간 소음으로 이웃 간 다툼이 일상처럼 되고 러시아워 때면 꽉 막힌 도로 위 운전석에서 절로 욕이 튀어나오는 빡빡한 21세기 현대인들에게 드보르작이 음악소리로 전달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스트레스 받지 말고 함께 행복하게 잘 살아라!’ 
 
 △신입생, 사회 초년생에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드보르작의 음악
 신세계 교향곡은 인생의 전환기에 있는 신입생, 사회 초년생들에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음악이다.
 음악 소리가 무슨 행운과 관련 있냐? 반문하는 이들도 있겠으나 소리는 분명 우리 인간사에 행운과 불행의 가늠자 역할을 한다.
 풍수로 따져도 8차선 교차로 인근의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밤에도 차량 소음으로 잠을 자지 못해 삶이 고통스럽다. 그런 관점에서 드보르작을 감상해 보자.
 제 1악장 Adagio-Allegro molto 신대륙의 여명을 연상시키는 듯한 서주가 힘차고 늠름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잘 감상해보면 여러 조각의 퍼즐이 있는데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음악소재가 들리기 시작하고 흑인 영가인 ‘낮게 튀어라, 내가 탄 마차’의 멜로디가 플루트의 멜로디로 이어진다.
 제 2악장 Largo 잉글리쉬 호른으로 노래하는 선율은 너무도 아름답고 서정적으로 절로 눈물이 맺히게 한다.
 후에 드보르작의 제자인 피셔는 이 선율에 가사를 붙여 합창곡으로 편곡했는데 그 곡이 바로 그 유명한 ‘꿈속의 고향(Going home)’이다.
 한번 들어보면 아! 하는 그 곡이 바로 최근 우리나라 영화 ‘암살’에 나왔던 유명한 곡이다.
 영화 대사 중에 “우리 만주에서는 지붕에서 물이 새거나 벽이 부셔져도 고치지 않는다. 곧 독립이 되면 고향으로 돌아갈 텐데 뭐 하러 고치겠어!”라고 만주의 독립운동가의 대사에서 영화감독은 잃어버린 고향에 대한 향취를 신세계 교향곡 2악장을 사용해 모든 의미를 전달했다고 할 수 있겠다.
 제 3악장 Molto vivace 민속리듬이 주를 이루면서 애절한 비애와 어쩌지 못하는 기쁨의 트리오 선율과 잘 어우러져 대조를 이루고 있다.
 제 4악장 Allegro con fuoco 첫 소리는 힘찬 현악기의 멜로디로 시작되는데 그 유명한 죠스X아이스크림의 광고음악으로 우리나라에서 유명해진 멜로디가 들릴 것이다.
 그 후 연이어 우리가 쉽게 접해 들었던 운동경기장의 응원가의 멜로디가 힘차게 금관악기에 힘차고 당당하게 나타나는 것이 일품이다.
 그 당당함이 신세계의 역동성이다. 중간의 여성적인 서정성이 함께  어울려 질주하는 기차는 종착역 없는 신세계를 향해 지금 힘차게 달려가는 듯하다.
 신세계 교향곡은 1893년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초연되었고 즉시 명곡 반열에 오른 교향곡 중에 하나이다.
 매년 새해가 되거나 봄이 오면 새로운 마음가짐과 새 출발을 힘차게 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공연되거나 여러 방송매체를 통해 음악이 연주되는 단골 메뉴 같은 곡이 되었다.
 특히 1969년 미국의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할 때 닐 암스트롱이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을 듣고 있었다고 한다.
 신세계로부터의 교향곡은 인류최초로 우주에서 감상된 역사적인 음악이기도 하다.
 하루의 해가 뜨는 아침시간은 만물이 어둠과 죽음에서 깨어나 하루의 새 삶을 시작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드보르작의 신세계는 아침에 듣는 음악이 되면 하루의 행운을 가져다준다.
 출근길 직장인이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가며 이어폰으로 들을 수 있다면 그 또한 행운아가 될 확률이 높다.
 음력으로 2018년이 시작하는 구정을 전후하여 아침식사 시간에 드보르작을 잔잔히 틀어보자.
 2018년 이 글을 읽는 독자 모든 분들의 댁내에 만복이 가득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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