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은 정치꾼이 아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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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은 정치꾼이 아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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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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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경북도민일보]  요즘 행사장에 가면 손에 받아든 명함이 여느 때의 갑절이 넘는다. 오는 6·13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이 자신을 알리기 위해 건넨 명함 때문이다. 후보자들은 표밭에서 표라도 캐낼 것처럼 몸을 한껏 굽실거린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으레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도지사, 교육감, 시장, 군수, 도의원, 시의원, 군의원…
 선거도 많고 후보들도 넘쳐나서 유권자들이 옥석을 가려내려면 머리가 좀 아플 것 같다. 규모의 대소를 떠나 어떤 선거라도 출마한 후보자들은 선택을 받기 위해 남들 앞에 나선 사람들이니 자신을 낮추고 적극적으로 알리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지사일진대 가끔은 ‘몸에 맞지 않은 옷을 걸친 듯’ 점잖은 외모에 명함을 건네는 모습이 어색한 사람도 있다.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다. 아마 오랜 교육자로서의 생활이 몸에 밴 때문이리라. 존경받아야 할 선생님들이 선거판에서 유권자를 찾아 활보하는 모습이 보기에 그리 좋은 풍경은 아닌 것 같다.

 #‘묻지마 선거’의 폐해
 6월 지방선거에서 지역교육의 수장(首長)을 뽑는 교육감 선거가 본격 막 올랐다. 지난달 13일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경북교육감 예비후보로 6명이 등록했으며 대구시교육감은 5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 중에는 이미 수 년 전부터 언론 등을 통해 얼굴 알리기에 나선 후보들이 있는가 하면 선거를 목전에 두고 등판한 이들도 있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일 뿐 대부분은 그동안 선거나 대중매체에 등장한 적이 거의 없어 유권자들에게 생소한 얼굴이다. 그런 까닭에 그들의 정치철학이나 정책, 경력 등 사실상 가장 중요한 선택의 바로미터보다 한 두번 본 얼굴로의 표쏠림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자녀를 다 키웠거나 없는 경우나 미혼의 유권자들에게 교육감 선거는 관심 밖이다. 그들은 교육감 선거를 자신과 무관한 것으로 여기며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 유권자들의 무의미한 표심에 의해 교육백년지대계를 이끌어갈 수장이 선택되는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2007년 직선제가 도입된 이래 지난 10년 동안 교육감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일선학교 교육정책이 좌지우지 됐다. 이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교육 수요자인 학생이요, 그들을 지도하는 교사들이다. 수도권의 경우 보수성향 교육감들이 주도한 자사고와 진보성향 교육감들이 도입한 혁신학교 정책의 충돌이 대표적인 예다. 정치적 편향성을 배제하기 위해 후보자 자격요건을 비정당인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교육감 선거는 사실상 진영대결의 ‘총성 없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2014년 선거는 특정이념에 기댄 후보들의 명암이 가장 극명하게 엇갈린 선거였다. 전국 17곳의 시도 교육감 가운데 후보를 단일화한 진보진영이 13곳을 휩쓸었다. 반면 후보가 난립한 보수진영 후보들은 단일화에 실패해 선거에서 참패하고 말았다. 비록 교육감 선거가 정당간 대결이 아니라 해도 잠재적 유권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교육 수장을 뽑는 선거라는 점에서 오히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치개입이 더 크게 작용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이념과 정치색을 지닌 교육감에 의해 교육정책이 마구 널뛰기를 한다면 일선 학교에서는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질 수 없다. 교육정책이 긴 안목을 갖고 예측가능하며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과도한 선거비용도 문제다.
 이번 지방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한 2선(選)의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선거에서 8촌 이내의 혈족에게까지 자금을 지원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2010년 선거에서 대구시교육감 선거 법정비용 15억 원 중 50%밖에 돌려받지 못했으며 비록 후원금 등으로 충당했지만 큰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교육감 후보들은 정당의 자금, 조직을 지원받지 못하기 때문에 시·도지사보다 많은 선거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도한 선거비용은 유능한 인사들의 진입을 원천봉쇄하며 당선된 교육감은 임기 중 각종 비리와 불법의 유혹에 빠져들게 하는 폐단이 되고 있다.
 유권자들은 이러한 교육감 직선제의 모순을 깊이 인식하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 교육 백년대계를 책임질 학식과 덕망을 갖춘 수장을 뽑는 일에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 공교육 정상화에 대한 제언
 공교육 붕괴에 대한 우려가 나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공교육이 바로서기 위해서는 교사가 학생을 제대로 지도할 권한과 분위기가 먼저 조성돼야 한다. 하지만 수 년 전부터 학생 인권은 강화되는 반면 교사들은 교육현장에서 학생과 학부모, 각종 공문으로부터 이중, 삼중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교사에게 반항하기 일쑤고 학부모는 아이의 일방적인 주장만 믿고 교사에게 대놓고 막말성 항의를 한다. 교사 부인을 둔 어떤 친구는 휴일 가족 나들이 때에 학부모로부터 항의전화가 와 1시간 이상을 학부모에게 시달리는 아내를 보며 한편으로는 화가 치밀고 한편으로는 서글프기도 해 나들이 기분을 완전히 잡쳤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들어 교사들의 담임 기피현상이 심각하다고 한다. 과중한 업무 부담이 그 이유다. 보통 2월이 되면 새 학년도를 맞아 보직을 나누고 학교 운영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교사들이 담임 맡기를 꺼려해 업무가 진척되지 않는다고 한다.
 공문 부담을 경감해 교사가 교육의 본질인 수업과 학습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업무나 평가 위주의 정책에서 학교를 수업 등 교육, 학생, 교사 중심으로 과감히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
 교사들의 고충 1순위가 공문 처리라고 한다면 이는 주객이 완전히 전도(顚倒)된 꼴이다. 거기에다 방과후 강사 채용에서부터 수당 관리, 수업료 처리 등 각종 잡무에 시달리고 있다. 이래서야 제대로 된 교육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교사가 무너지면 교육이 무너지고 교육이 무너지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간다. 교사들이 시간을 갖고 수업준비를 충분히 해 제대로 된 지도를 할 수 있게 업무행정을 전담할 인력을 충원하는 것이 시급하다.
 ‘명품교육’이 학교 간 학생 간 우열을 가르고 실적위주 보여주기식 교육으로 흐르다 보니 학생들을 경쟁의 장으로 내몰고 교사들을 과중한 업무에 매몰되게 했다는 일각의 지적도 상고(詳考)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 평창올림픽의 최고 스타 ‘팀 킴’과 최대 오점 ‘女 팀추월’을 보면서 우리 국민들은 환호와 절망을 동시에 맛봐야 했다. 그리고 인성교육과 경쟁보다 협동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어쩌면 이 두 가지 교훈이 우리 교육이 지향하고 지양해야할 지표가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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