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쓰나미에 흔들리는 性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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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쓰나미에 흔들리는 性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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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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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경북도민일보]  ‘여의도에도 수많은 안희정이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슬프게도 절망스럽게도…’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지낸 전여옥 작가가 최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추문과 관련해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의 일부다.
 창원지검에 근무하는 서지현 검사가 오래 전 같은 검사로부터 성추행 당한 사실을 고발하면서 촉발된 국내의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쓰나미가 문학계와 법조계, 예술계, 연예계 등 우리사회 구석구석을 강타하더니 마침내 정치권마저 휩쓸고 있다.
 도지사직을 내려놓고 두문불출하던 안 전 지사는 그로부터 수 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정무비서가 검찰에 고소장을 접수한 이튿날 검찰에 자진출석해서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포토라인에 선 안 전 지사는 “저로 인해서 상처 입었을 많은 국민과 도민 여러분들께 죄송하다”며 “아내와 아이들, 가족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격앙된 일부 시민들은 그를 향해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보수와 진보 가릴 것 없이 각계각층에서 그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으며 심지어 그의 열렬한 지지자들조차도 지지철회 선언이 줄을 이었다.
 안희정은 깔끔한 외모와 막힘없는 언변, 확고한 소신과 정치철학을 가진 정치인으로 많은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두 번의 충남도지사를 역임하면서 주민들에게 큰 신망을 얻었다. 그가 도지사에 당선된 이후 충남은 한국매니페스토실천운동본부의 공약 이행평가에서 4년 연속 최우수등급을 받아 전국 1위를 차지했으며 2013년엔 차세대 리더 100인 중 정치분야에서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누가 봐도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임이 명백했다. 지난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바 있으며 오는 8월 치러지는 당 대표 경선에서 당권을 거머쥘 유력 후보로 거론돼 온 인물이다. 따라서 정치적 호불호를 떠나 그의 성추문이 가져온 충격파는 모든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여권이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사건이 불거진 다음날 “피해자와 국민 여러분께 사과를 드린다”며 머리를 숙였고 이어 안 전 지사에 대한 출당 및 제명조치 등 최고 수위의 징계를 의결하는 등 빠르게 선긋기에 나섰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100일도 채 남기지 않고 터진 대형악재에 사실상 초상집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대통령과 당의 지지율이 어느 때보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부산·경남지역도 차지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예기치 않았던 돌발변수가 터지면서 선거판세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안 전 지사 사태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반대로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위기감이 팽배했던 야권은 이번 사태를 반전의 기회로 만들어 보겠다는 각오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에 대해 “민주당이 성폭력 당을 벗어날 의지가 있다면 충남지사 후보를 공천하지 말아야 한다”며 “민주당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이자 가장 중요한 지도자로 손꼽히던 인물이 가장 이중적이며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며 침몰했다”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이같은 주장의 배경에는 인물난으로 해당지역에 아직 적임자를 찾지 못한 한국당이 안희정 사태로 만약 민주당이 무공천을 할 경우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하지만 야당도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성폭력 의혹에 연루된 다른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소문도 이어지고 있어 조만간 제2, 제3의 안희정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전여옥 전 의원은 앞의 블로그에서 “(여의도에는) 안희정은 저리 가라 할 정도의 그를 뛰어넘는 ‘프로페셔널’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아마도 과거를 떠올리며 머리를 쉴 틈없이 돌리고 있을 것입니다. ‘성폭행이 아니라 성매매였다’는 대사도 준비하고 있을 지도 모르지요”라고 했다. 그의 이 말이 허언(虛言)은 아닐 것이다. 한나라당 국회의원 시절 당의 ‘입’노릇을 하며 정치의 중심에서 활약하던 그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이 어디 한 둘이겠는가.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최근들어 국회 내 직원들의 페이스북 커뮤니티인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 익명의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소변 보는 영상을 찍어 보내줬던 의원을 잊지 못한다”, “보좌관이라는 사람이 시시때때로 뒤에서 껴안고 엉덩이를 만지곤 했다” 등 그 내용이 추잡해도 보통 추잡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TK 국회의원에 관한 성폭력을 고발하는 글도 있다는 소문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미투 쓰나미가 대구·경북 지역을 강타할 것이며 정치지형이 또 한 번 요동칠 것이 분명하다.
 전 작가의 말처럼 현재 여의도 정가와 정치권엔 보수, 진보를 가릴 것 없이 안희정이 발뒤꿈치에도 못 따라갈 정도의 ‘프로’들이 곳곳에 웅크리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지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들의 저열한 행위를 숨기고 무마시키려 머리를 굴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권력’은 잘도 먹혀들었다. 하지만 이제 미투 운동이라는 거대한 쓰나미 앞에 그 권력이 점차 힘을 잃고 있다. 그들의 겁박(劫迫)에서 신음하던 미생(未生)들이 마침내 두려움과 나약함의 껍질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엄청난 물결은 힘으로 막는다고 막아질 성질이 아니다. 미투 쓰나미가 휩쓸고 지나간 뒤의 ‘性 공화국’ 뒷모습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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